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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사회병폐를 그대로 소재로서 차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재는 매우 현실적인 편이지만, 내용은 사실 현실적이지는 못하다. 일개 형사가 대기업의 재벌을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우리나라의 권력과 법의 야합관계로 볼 때 현실과는 역시 요원한 일이다. 물론, 그렇기에 관객들에겐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대리해소의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마지막 번화가에서 조태오와 서도철이 주먹다툼을 하며 화끈하게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은 나름 감독의 의도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많은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은 재벌에게 주먹으로 단죄를 내리는 장면은 대중의 판타지를 원초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일이다. 이러한 공개처형은 관람자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배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전형적인 권성징악형 스토리, 마치 부패한 탐관오리를 시원하게 처단하는 홍길동, 임꺽정, 어사 박문수의 일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아마 이러한 고전들이 영화 ‘베테랑’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전들이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부패권력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과 그들에게 단죄를 내리는 판타지에 대한 욕구는 어느 시대나 다를 게 없었던 것 같다.
재밌고 시원한 해소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역시 현실은 여전하고 우리는 언제나 비합리와 부정이 만연한 사회를 감내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그래도 ‘베테랑’같은 영화를 보면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잠시 시원한 바람 한 점 쐰 것 같은 느낌이라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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