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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싶다고 애원하는 모습에서 속으로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른다. 차마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용서를 하고 또 자신이 그렇게 아픔을 겪었으면 서도 용서를 구한다는 것 인간같지도 않던 사람들이 천사가 되어가고 또 그렇게 천사가 되고나면 죽여버리는 사형의 집행 이와 같은 사형제도는 마땅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당연히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떠들어대던 내가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곱씹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산다는 것은 죽음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간다는 말과 같지만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며 살기는 어렵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언젠가 생을 마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루 하루 살아 있다는 사실에 특별히 감사하지 않는 이는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사람일 뿐이다. 사형수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머니까지 용서 하게 된 유정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그녀가 펼쳐든 블루노트에서 윤수의 무죄를 드러내는 부분이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하듯이,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고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미워하고, 그러나 사랑하고 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알았기 때문에 이 소설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이 소설은, 마치 나를 위해 쓰인 맞춤소설인 것처럼 깊이 다가와 깊이 박혀 깊이 울게 했다. 나는 내가 아직 용서의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늘 괴로웠으나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용서 이전에 나는, 나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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