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중국 기행기에 나타난 중국관

목차

1. 시작하면서

2. 일상생활과 국가 체제에 대하여

3. 역사적 문화 유산을 보면서

4. 마무리하면서

본문내용

한국인들은 대다수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중국이 민주화될 가능성은 어떤지를 가늠하곤 한다. 또 기록자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안정된 계층 출신으로서, 그들은 한국의 과거 궁핍과 독재체제 속에서 헤쳐 나온 사람들이다. 요컨대 한국인들은 중국인 내부의 시각으로 중국을 관찰하려고 하기보다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획득한 성과들, 곧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성공이라는 척도로 중국의 현실을 재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실 어설픈 수준이다. 그럼에도 중국에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투사하면서 중국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문화유산에 대해 기행문을 남긴 사람들은 위대한 문화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낸다. 현실 중국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너무나 분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을 관찰하는 데에도 한국인의 전통적 중국관이 작용을 하였다고 생각된다. 그것을 모화주의자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어쨌든 한국 문화의 중요 구성 요소로서의 중국 문화라는 시각이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변경에 남긴 유산도 위대한 것이며, 근대 중국의 고난은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또 어떤 면에서는 일본의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의 관찰자들은 중국 문화 유적을 관찰할 당시 그 유적지가 중국정부,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전략 상품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다지 괘념하지 않는 듯하다. 이른바 문화재라고 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경우 20세기 문화 국가를 상징하기 위해 고안해낸 ‘발명품’의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면, 응당 문화유산의 지정이나 관리에 개입된 20세기의 국가 전략에 대해서도 분석할 수 있는 눈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고구려 유산을 중국 역사의 산물로 ‘창출’하는 과정에서 보듯이 문화유산은 그것을 생산한 자의 권리보다 현재 그것을 소유한 자가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가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 중국이 과거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여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괴리가 너무 크게 나타나는 한국인의 중국관은 그 점에서 역사도 현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기이한 불균형에서 연유할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전통과 새로움이 절충되던 지난 1세기에 대한 국내 연구의 부진과 관련이 있을 것이지만, 인식의 층위가망국, 식민지, 해방, 전쟁 등과 같은 격심한 정치적인 이유로 교란되어 버린 탓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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