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무정 작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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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그런 한에서 농민들의 참상은 이형식이 추구하는 보편적 인류애를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김병구, 「이광수의 『무정』론-식민지적 정신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24집, 2004.9, pp.295-296.
또한 이광수의 계몽사상은 일본의 제국주의화된 진화론 사상을 기반으로 몽매한 한국인의 의식을 깨우치고자 한 것이었다. 이광수가 젊은 시절에 체험한 일본은 서구적 근대를 일찍이 달성한 나라, 따라서 약육강식이라는 근대주의 논리에 따라 약한 조선을 식민지화 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나라였다. 이광수는 그러한 힘에 압도되었다. 이광수는 조선의 전통문화를 개혁되어야 할 문화로 인식하고 그 반작용으로 일본의 근대 문화를 이상화했다. 이광수는 일본과의 접촉을 통해 일본화 된 근대를 인식했다. 명치유신 이후 문명개화, 식산흥업에 성공한 일본은 하나의 훌륭한 모델이었다. 이 시기 이광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문명 개화였고, 그 표준은 일본이었다.
이광수는 1910년대에 발표한 일련의 글에서 근대의 표상을 ‘문명의 세상, 과학의 세상, 경쟁의 세상’ 더 구체적으로는 ‘도로, 자동차, 근대 학교’ 등으로 그린 바 있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이라는 상황에서 이들은 대부분 일제에 의해 이식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광수가 식민지 지배에도 근대화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이광수는 조선 민족이 강한 민족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이광수가 생각한 강한 민족의 전형은 다른 민족을 힘으로 지배한 몽고와 로마였다. 이는 이광수에게 약육강식의 진화론으로 치장된 제국주의의 논리가 침윤되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준식, [특집:한국사 속의 세계화와 민족의식] 일제 강점기 친일 지식인의 현실 인식-이광수의 경우- 」, 『역사와현실』, 제37권, 한국역사연구회, 2000.9, pp. 178-181.
Ⅲ. 결론
지금까지 한국 소설사상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라는 의미에서 이광수의 <무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무정>은 논설의 요소를 허구적 서사 속에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계몽적 의지의 소설적 형상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표면적인 주제인 자유연애사상과 이 작품의 근간이 되는 근대적 의식에 대해 알아보았고, 그 속에 녹아있는 계몽주의와 민족주의 사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한 서술 능력과 권위에 있어서 무제한적인 전지적 서술자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였다. <무정>의 가치는 한국문학사의 근대적인 장편소설의 등장이라는 점과 함께, 언문일치의 새로운 문장체계를 확립시킴으로써 탁월한 묘사를 통해 당대 사회의 특징적인 인물상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한계점은 주인공 형식이 거의 무의지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는 점과 계몽성을 설익은 채 드러냈다는 점, 그리고 이광수의 계몽론이 진화론 사상에 기본을 두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무정>이 지니는 근대문학으로서의 한계를 작가 이광수 개인의 한계라기보다 식민지 시대 근대 문학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라고 생각한다면 근대소설사의 한시기를 완성한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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