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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진행된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본 관객은 한 번 보고는 내용이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나 또한 곡성을 보고 인터넷의 해석들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대충 내용의 전말이 이해되면서 느낀 것은 이런 설명의 부재 또한 감독의 의도였다는 것이다. ‘곡성’은 반전에 반전이 설계되어 있는 영화다. 그리고 관객들은 후반부 까지도 선과 악을 뚜렷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결정적인 힌트를 넌지시 흘림으로서 모두가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독이 파 놓은 덫에 걸려 모두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관객의 무지 덕택인 것이다. 굳이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하여 관객이 덫을 스스로 빠져나오게끔 하는 여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상황설명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불친절했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면 작품의 개연성이 조금은 부실하다는 느낌도 없진 않다. 모든 것이 관객을 선과 악의 절묘한 경계선 한 가운데에 세워놓고 혼란을 주기 위해서 내용이 끼워 맞춰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부의 개연성은 포기했더라도 관객을 혼란 속에서 뒤흔들어버리겠다는 감독의 의도만큼은 대성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정말 특이한 부분이 있다. 바로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너무나도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무덤덤한 사투리를 쓰는 마을의 수호신, 시장 아줌마와 닭값을 흥정하고 인간들에게 쫓겨다니며 숨을 헐떡이고 울먹이는 악마. 이런 인간적인 모습은 관객에게 있어 선과 악의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까 말했듯 이 또한 감독이 관객을 혼란시키기 위한 ‘설계’의 한 부분임은 자명하다.
이해하는데 좀 애먹은 영화이긴 하지만 이렇게 설명이 필요한 영화들이 가지는 장점은, 영화를 몇 번이고 곱씹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 봤을 때 그냥 지나쳤던 상징과 복선들을 깨닫고 해석하고 내용을 정리해 가는 즐거움. 한 번 볼 땐 머리 아프지만 역시 그런 즐거움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영화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나면 관객을 속이고 말겠다는 감독의 설계와 의도가 너무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긴 하다. 하지만 배신감을 느끼진 않는다. 어찌되었든 이 작품으로 하여금 매우 흥미롭고 스릴 넘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한국영화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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