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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반 아이들은 숨겨둔 남자친구라도 만났냐면서 도대체 왜 그랬는지 계속 물어보았다. 담임선생님과 면담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나는 정말 그런 일탈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학생이었나 보다. 나는 미술을 그만둔 이후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해서 솔직히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내신이 중요한데, 무단결석의 출석일수가 하루라도 있는 게 입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셨다. 단 하루, 나의 단 하루의 일탈 행위의 대가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는 일의 무게를 처음 제대로 배운 경험이었다. 정해진 궤도란 사회적 규칙·법·상식·표준·모범 등의 행위기준이라면, 나는 학교 내 규범을 어겼으니 허용관계를 벗어난 것이다. 단 하루일지라도 내 환경을 둘러싼 사회구성원, 즉 학교 선생님들과 학급 친구들이 정상행동으로 인정해주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다. 절대 가출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하루 동안 잠정적 가출 청소년이 되었던 것이다. <무진기행>의 주인공의 일탈도 2박 3일으로 족했고, 그는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탈(脫)을 하려면, 돌아올 곳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탈(逸脫)’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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