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고전의이해 ) 나는 이렇게 루소가 되었다

소개글

동서양고전의이해 ) 나는 이렇게 루소가 되었다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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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독후감

본문내용

설명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유년기에 열 살이 넘는 여인에 대한 동경과 묘한 성애적 감정을 가지면서, 나를 돌봐주는 여인이 나를 무엇인가를 잘 모르는 연인으로 대했다는 식의 서술은 그 여인의 입장과는 전혀 반대되는 진술일 수 있다. 이 글이 루소 인생에서 이 시점보다는 아주 나중에 서술되었다는 것을 미루어봤을 때 이러한 서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년의 루소가 윤색한 기억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신념을 스스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저러한 모습을 투영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책의 가치라고 볼 수도 있다. 모든 고전은 현대인들에게 생각하고 비판할 거리를 던져준다. 고전의 매력과 가치는 반복해서 읽었을 때 변해가는 시대에도 적용하고 반추할 수 있다는 것에 있는 것이니, 그때와는 다른 잣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았다.
생애 초년기의 루소는 철학자, 사상가이기보다는 망상가에 가까운 꿈꾸는 청년이었던 것 같다. 상상에 사로잡혀 실제 인물과 대화를 하기 힘들었다는 것은 흔히 ‘중2병’으로 이야기되는 영락없는 10대 초중반의 청소년의 모습이었다. 자의식이 가득한 청소년기의 루소를 중년의 루소가 서술하는 것이 흥미로웠던 동시에, 그 당시에 루소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했다면 어떤 식의 진술이 등장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오래된 기억을 회상할 때, 우리는 그 당시의 감정과 상황을 서술하기보다 현재의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그때의 감정과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와 현재의 나는 아주 많이 다르다. 그때의 내가 했던 생각들을 붙잡기 위해 쓰는 것이 일기이고,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시각이 회고라고 한다면 지금 이 책은 후자니까 그 당시 청소년 루소의 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궁금해졌다.
사실 루소라는 철학자는 나에게 [사회계약론]으로 대표되는 근대 이성의 상징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 또한 열망과 모순에 사로잡힌, 그저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은 루소가 의도하여 독자가 받아들이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루소가 고백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루소의 이런 모습들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동료 철학자들의 기록이나 어딘가에 남아 있을 역사의 다른 기록들이 그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을 알 수 있게 해 주었을 수 있으나, 그가 낱낱이 고백하는 스스로의 내면과 자아성찰을 통한 일들은 절대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이 고백록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분열된 생각과 모순된 상상을 했던 사람이고,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해 하숙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이었다. 이런 인간상에 대한 묘사는 근대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신의 피조물이자 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인간의 의미를 찾았던 중세를 지나, 인간을 사랑하여 모든 의미를 스스로에게서 찾는 현대로 이르기까지의 그 사이에 있는 근대의 인간으로서 루소는 눈에 띄게 현대적인 자아상을 가진 철학자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놀랍도록 용기 있는 루소의 저작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또 한편으로, 지금보다 어릴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면 이만큼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삶의 경험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적었을 때 이렇게 놀랍도록 솔직한 글을 읽었다면 내가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여러 의미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고, 사회 초년생이자 삶의 초반 굴곡을 지나고 있는 나의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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