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로움 혹은 새로운 오래됨 - 김기택 시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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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오래된 새로움 혹은 새로운 오래됨 - 김기택 시인 평론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들어가며

심연의 빛

객체의 진실과 그의 영향

주체의 객체화, 객체의 주체화

창조의 순간

본문내용

땅과 어둠은 서로 으스러지도록 꽉 껴안고 뜰썩거리는데/ 암우주와 수우주는 서로 꼬리를 물고 돌며 똬리를 틀고 있는데
번개를 기다림, 전문
우리는 눈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눈은 우리의 주체이다. 시야를 가리는 어둠은 타자다. 눈을 어둠으로 가득 채우는 일은 주체인 눈이 타자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채운다는 말을 주목하자. 채우는 행위의 운동성은 주체인 눈에게로 향한다. 눈은 고정된 상태이고 어둠이 눈에게로 옮겨져 눈은 어둠으로 가득 차게 된다. 어둠이 눈으로 들어간다. 주체는 타자를 지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자를 받는 존재인 것. 하지만 다음 시구를 보자.‘ 해골처럼 어둠이 눈이 되도록 채’운다. 눈이 어둠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 어둠이 눈이 되도록 채운다. 이는 타자인 어둠이 주체의 위치로 전환됨을 말해준다. 주체가 타자를 받아들이고 타자가 주체화되는 양식, 김기택이 사물과 나의 관계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선이다. 어둠과 내가 일치된 상황에서 화자는 번개를 생각한다. 번개는 나무로 묘사된다. 그 나무는 실재하는 나무가 아니다. 번개의 닮은꼴로 묘사된, 상상의 나무다. ‘하늘나무’라 별칭이 붙은 이 나무는 즉 번개는 아직 드러나 있지 않다. 하늘나무의 특징을 서술하면서 시상을 이끌어 나간다. 하늘나무라는 생물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하늘나무의 특징을 설명한 시구들 역시 존재의 본질이 아닌 상상으로 꾸며낸 묘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묘사들은 현실을 배반하는 동시에 현실에 가장 충실한 모습이 띠게 된다. 왜냐하면 그 설명에는 나무와 번개, 두 개의 실존적 측면의 성질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무와 번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하늘나무’라는 새로운 주체의 서술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은 사실이면서 비사실적인 이중의 모습을 띠게 된다.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현실의 영역이 아닌 有와 無 사이에서 긴장하고 있는, 지금까지 있는 적 없는 김기택만이 볼 수 있는 현상인 것이다. ‘눈 깜짝할 새보다 더 짧게 살다간다는 죽으면 땅에 묻히지만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는다는 그 하늘나무’는 사실상 有보다 無에 가까운 존재다. 하늘나무는 화자가 직접 본 적이 없어 하늘나무에 대한 묘사는 단순한 서술로만 그치게 된다. 지금 현 상태는 어둠으로 뒤덮혀 있기 때문에 하늘나무의 구체적인 양상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늘나무는 아직 관념의 속성이 짙은 대상이다. 하지만 화자는 하늘나무를 섣불리 관념의 존재로 규정짓지 않고 오래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태동하고 있는 그 하늘나무를 화자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아직 눈앞에 당도하지 않는 하늘나무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그 하늘나무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끝없는 어둠의 크기가 다 보이도록 별없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하늘나무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자세인 셈이다. 암구름과 수구름이 한데 섞이고 땅과 어둠이 서로 꽉 껴안고 암우주와 수우주가 서로 꼬리를 물고 똬리를 튼다. 하늘나무가 땅을 향해 거꾸로 자라나기 직전이다. 창조의 순간은 이처럼 두 개의 양립된 주체와 타자 사이의 충돌 혹은 화합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같은 새로운 물질의 결합은 현실의 영역에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나타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치밀한 관찰 끝에, 한 순간의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고 주관과 객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겹쳐짐의 시학이 탄생한다. 겹쳐진 두 사물간의 윤곽은 뚜렷함과 모호함이 동시에 발현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오래된 새로움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오래됨을 발명하거나, 어떤 해석을 내놓아도 크게 틀에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분리되고 해체된 사물들이 새롭게 느껴진다면 그 안에 녹아 있는 보편성이 가져다주는 공감은 오래된 것이다. 새로운 희박성과 오래된 명징성을 둘 다 추구하는 김기택의 시선은 고요하면서도 날카롭고 사물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서정성을 보존한다. 총괄적으로 보았을 때 김기택 시의 특징은 주체와 객체의 위치를 새롭게 조정하고 사건의 정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주체의 능동성이 수동성으로 변환되고 수동성의 사건들은 능동형으로 바뀐다. 보편적이지만 특수한 정의로 일관되려하는 스타일은 정립된 사물들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비정립된 사물들을 새롭게 확정시키려는 모순된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 의지는 첫 시집부터 성실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오래됨과 새로움 사이에서 떨고 있는, 아직 비확정된 사물의 면모를 어느 쪽에 더 치중을 두고 바라보냐는 독자들의 선택에 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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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22.01.03
  • 저작시기2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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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1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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