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도덕적 메타모포시스 ― 한국 시민사회의 문화적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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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보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와 같은 '존엄'한 민족적 삶의 양식에 대한 요구가 불가피한 출발점이라면, 민족주의와 탈식민 담론에서 진짜 문제되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민족의 실천적-규범적 보편성의 실현일 것입니다. 전통의 실천적 자기 강화와 합리화, 그리고 '보편화'만이 그와 같은 인정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식민주의의 참된 피안에 이르는 길, 곧 민족의 존엄을 가장 잘 지켜낼 수 있는 방식은 그래서 민주주의의 철저한 실현인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역시 듀이가 강조했듯이, 바로 한 공동체의 모든 인간의 존엄을 비로소 가능하게 하고 실현시키며 그 성원들의 통합적 행위의 합리성과 역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모듬살이의 창조적이고 연대적인 양식 그 자체에 대한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된 민주주의에서 민주적 문화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월쩌의 지적처럼 문제는 전통이 단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통은 결코 순수하지 않다. 전통은 여럿이고, 우리가 '하나의 전통'이라고 믿는 것은 단지 그 여럿과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가능성들 사이의 이중의 긴장관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긴장관계를 일관되고 정합적이고 균형 잡힌 것으로 만들어 우리의 민족적 모듬살이의 합리적인 실천적 안내자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통에 대한 다양한 해석가능성과, 그 다양성을 구체화하려는 모험과 때로는 일탈까지 용인하고 심지어 자극하며, 고무할 수 있는 문화, 곧 민주적 문화를 전제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전통이 단순히 고루함의 상징이나 극복의 대상으로서만 이해되지는 않는다. 전통도 과거에는, 그것이 일정한 역사적 성과로서 우리 행위의 적절한 실천적 안내자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합리적이었고 또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합리적인 측면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문제는 하버마스에서처럼 전통 또는 습관과 범주적으로 구분, 대립되는 '보편적 합리성'을 확인한 다음 그를 기준으로 전통의 자기비판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그러니까 전통 안에 있는 합리성을 찾아내 더욱 발전시키고 비합리적인 부분은 가차없이 버림으로써, 새롭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전통과 사회적 습관을 도입하고 전파하고 전사회적으로 관철시키고 조직해 내는 것이다. 전통의 실천적 '탈기능', 우리의 민족적 실천으로부터의 전통의 '소외'가 그에 대한 비판과 재점검의 필연성을 설명해준다면, 그러한 비판과 반성의 목적은 단순히 전통의 폐기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실천적으로 제대로 기능하는 전통의 (재)확립인 것이다.
전통의 자기비판과 반성은 여기서 전통이 스스로 갖추어야만 하는 실천적-건설적 긴장관계의 의식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전통은 자기발전, 자기혁신을 이루어내어야 한다는 강제를 내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전통은 자기 완결적 체계가 아니다. 전통은 그 자체로 다양한 해석가능성들 사이의 갈등을 내포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대응과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에 대한 비판적 해석의 촉수와 감수성은 바로 그러한 강제에서 나온다. 그것은 전통이, 바로 그 생존을 위해서라도,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밖에 없는 강제다. 그러한 자기강제는 전통이 '보편성을 향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월쩌의 경우와는 달리, 그리고 또 자칭 실용주의자 리챠드 로티에서와도 달리, 전통은 말하자면 어떤 보편적인 실천적 자기검증의 강제 아래에 놓여 있다. 우리가 어리석은 자기만족과 고루함을 피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전통을 실천적 검증절차에 묶어 두어야 한다. 전통이 과연 새로운 도전을 수용할 수 있는지, 점 점 더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이고 확고한 지지를 받아낼 수 있는지, 갈등하고 경쟁하는 다양한 안과 밖의 다른 '전통들'에 대해 여전히 자기존립을 자신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전통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식민성'은 바로 그와 같은 인정투쟁에서의 패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통의 생존과 유지는 자동적인 필연성이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참된 식민성의 극복은 우리 민족의 삶의 필연성에 근거한 새로운 보편성의 부단한 창조에 있는 것이다. 그러한 보편성의 창조는 우리의 사회적, 역사적 경험의 예술적 특수성에 기초한 민족적 삶의 양식의 존재가치에 대한 내적이고 세계사적인 확인과 인정을 얻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적이고 자기혁신적인 전통 속에서 특수성은 보편성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럼으로써 보편성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보편성에 대한 어떤 초월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이해도 전제할 필요가 없다. 보편성은 전제된 것이 아니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보편성은 불가피하게 특수성에서 출발한다. 나는 그 자체로 보편적인 인간의 행위나 사고방식은 없다고 본다. 모든 인간의 행위는 습관이고 그 습관은 인간의 행위가 처한 상황의 예술적 특수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보편성은 여기서 그러한 특수성의 자기전화의 결과일 뿐이다. 보편성은 특수성이 다른 다양한 특수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존재의 정당성과 합리성, 실천적 역량을 확인하는 가운데에서만 실현된다. 문화적, 도덕적 보편성은 역사과정에서의 끊임없는 문화적 통합과정의 산물일 뿐이다. 그래서 보편성은 결코 자기 완결적이지 않다. 보편성은 스스로를 실현하는 만큼 새로운 실천적 자기검증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보편성에 대한 이해를 보편성에 대한 실현개념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우리가 보편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그러니까 불가피하게 우선은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안과 밖의 도전에 맞서 스스로를 강화하고 점 점 포괄적이고 보편적으로 됨으로써 자기를 지키고 자신의 '존엄', 자신의 실천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확인시키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전통의 도덕적 메타모포시스는 그와 같은 전통의 '보편주의적 자기전회'의 정당성의 확인작업에 근거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는 그러한 전회의 필연적 함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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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3페이지
  • 등록일2002.03.20
  • 저작시기2002.03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19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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