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성(性) - 영화에 나타난 성 표현의 변천사

목차

1.백년 전 영화의 성(性)

2.60년대의 유럽 영화의 성 인식

3.70년대의 영화, 성의 담론화 및 성의 정치화

4.80-90년대의 영화와 성 : 유럽, 미국, 한국

5.영화, 진정한 성의 자유를 찾아서

본문내용

『O양』의 주인공 여배우는 재미로 찍은 비디오 하나 때문에 먼 이역 땅에서 턱 수술도 제대로 못 받고 헤매다가 이제 겨우 새 삶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이 와중에 언젠가부터 붐을 타기 시작한 C급 한국 에로영화들이 비디오 가게의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애인과의 성행위 장면을 찍은 여배우가 문제인가, 그것을 보려 눈에 핏줄이 서는 우리 나라의 대다수 성인 남자들이 문제인가? 『거짓말』 같은 노골적인 성 영화를 찍어놓고 포르노와 부처의 깨달음은 똑같다고 사기치는 감독이 문제인가, 이 영화를 놓고 여론의 눈치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해프닝만 연발했던 정권의 수행자들이 문제인가? 아니면 정말로, 성을 팔아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영화 제작자들이 문제인가, 그 보다 더 악랄하게 성을 이용해 여론을 조장해보겠다는 언론이 문제인가?
아무 것에도, 그 누구에게도 문제가 없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우리의 성 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저마다 한 마디씩 떠드는 것이, 바로 작금의 우리의 문제이다. 다들 그저 성에 대해 이런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뿐이다. 누구는 성을 경외하고 누구는 성을 마음껏 즐기며, 또 어떤 이는 성 때문에 괴로워하고 어떤 이는 성을 이용해보려 하는...
모두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마음대로 떠들고, 마음대로 훔쳐보고 마음대로 벗고 벗기게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치고 지쳐, 모두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한가지 소망만을 갖게 될 것이다. '제발 성으로부터 자유로워 졌으면...' 그리고 정말로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인간이 먼저이고 삶이 먼저이지, 성이 먼저인가?' 영화사 백 년의 그 수많은 작품들 속에 나타났던 모든 성의 표현은, 기실 인간을 표현하기 위함이고 인간의 삶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지난 해 봄 우리 나라 개봉관에서 딱 한 주만 상영되고 막을 내렸던 스페인 감독 알모도바르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All about my mother)』(1999)은 우리에게 바로 이 점을 시사해준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영화와 서구 영화에서 이루어진 성 표현 역사의 차이를 실감하게 해준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지난 세기 내내 영화 뿐 아니라 현실 사회에서도 추구되었던 모든 성의 탐험들을 이제 그만 거두어들이기를 권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각기 다른 양식으로 성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삶을 극단으로까지 몰고 갔던 모든 이들이 결국 어머니의 사랑 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성전환과 동성애 등 가장 예외적인 성의 형태들이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것 안에 수렴되면서, 동시에 우리의 삶의 평범한 요소들로 자리를 찾아간다.
우리 영화는 얼마나 더 돌아가야 이 길에 들어설까? 얼마나 더 많은 착오와 고통을 겪어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외침과 회의의 한숨을 내뱉어야 이 관용의 단계로 올라설까?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본 한국의 영화 관객들은 깊은 감동과 함께, 아마도 이런 착잡한 심정을 끝내 떨쳐내지 못했을 것이다.

키워드

영화,   성의 담론화,   정치화,   진정한 성의 자유,   영화의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