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의 관점에서 본 이상(李箱) 詩의 혁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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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I. 문제제기: 이상연구와 방법의 재조명

II. 다다의 이념과 성격

III. 한국 다다이즘과 이상

IV. 다다와 이상의 구체시

V. 이상 시의 혁명성

본문내용

다만 숫자와 점이라는 '추상적 존재'들의 관계성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상적 존재들로부터 엄청난 새로운 의미들이 파생되는 놀라운 잠재력이 발견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이것은 추상 형태가 지니는 본래의 힘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상이 사용한 추상은 기존의 추상계열 예술형태들이 일반적으로 취해 왔던 '존재적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의 추상은 존재적 형태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빛과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종의 에너지의 흐름에 의해 생성된다. 즉 그것은 추상성 자체를 형태 내부로부터 해체시켜 나감으로써 어떠한 고정된 추상성도 허용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설명하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혁명적 모습은 시각예술의 영역에서 가장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해체주의 건축이론과 그에 대한 실제 모습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예술 양식에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오늘날 해체주의 건축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건축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해체이다. 그것은 후기 구조주의 철학가 데리다가 주장한 "언어란 언제나 문자로 되어 있는 텍스트 내에 작용하고 있는 힘의 위치를 교란시키는 능력을 전제로 하며, 언어를 소통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말이든 문자이건 간에 현전하지 않는 다른 요소들과 관련되지 않고는 기호(sign)로 작용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부터 유래한다.
)Jacques Derrida, Positions, Alan Bass ed., (Chicago: Univ. of Chicago Press, 1981), p. 26.
해체 건축에서 드러나는 공간과 구조의 불일치, 격차, 대립, 반전, 치환 등과 같은 전략적 암호들은
) 김민수, 모던 디자인비평: 포스트 모던·해체의 이해 (서울: 안그라픽스, 1994), p. 194.
"텍스트의 의미란 소리와 감각의 수준에서 서로 대조를 이루는 차별적인 모습들의 산물이지 말이나 문자가 지닌 표상적 지시대상(기의, signified)이 아니며 거기에는 다만 '차이'에 의해 연속적으로 의미가 '지연'되는 표류하는 기표(signfier)의 관계적 특성만이 존재한다"는 데리다의 '差延' (diff rence) 이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 D. Wood and A . Benjamin, Derrida and diff량ence (Evanston: Northwestern Univ. Press, 1988).
어떤 의미에서 의미 부재의 해체주의가 표명하는 '부재의 미학'은 건축과 같은 시각예술 또는 문학이건 간에 모든 표상적 언어로 이루어진 텍스트들의 확정성을 거부하는 '체념의 스타일' 또는 '허무주의'로 비춰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 주체가 통합된 자치적 존재 또는 확정된 자아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상이한 의미와 상대적 주관성을 전제로 한 것임을 말해준다.
) 김민수, 위의 책, p. 201.
「詩第4號」가 시사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제4호는 오감도 연작시
'시제15호'까지 이어지던 자신의 시가 빗발치는 항의로 중단되고 자신을 이성이 결여된 광기의 소유자로 혹은 미친 정신병자로 몰아갔던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대한 '진단'이었던 것이다. 이상이 오감도 연작시에서 보여준 고도의 지적 실험을 중단하고 평이한 일상적 수필형식의 소설로 돌아서야만 했을 때, 그에게 있어 일제 치하라는 시대적 암울함 보다 더 암울했던 것은 자신을 '정신적 감금상태'로 몰고 갔던 주변의 '무지한' 시선이었을 것이다.
) 미셀 푸코는 그의 저서 '광기와 문명'에서 어떻게 광기가 17세기부터 국가의 책임 소재로 귀속되어 '사회문제'로 지각되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18세기 말에 미친 사람들에 대한 인도주의의 출현방식에 관해 논의하면서, 정신병원 또는 요양소의 출현은 신체적 구금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신적 감금 상태를 위한 것으로 설명한다. 푸코는 그의 생애를 통해 이성이 배제시킨 광기, 우연, 불연속성 등과 같은 것들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철학과 법률 또는 문학이 이와같은 '다른 것'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왔다는데 주목하고, 모든 다른 담론 형태들에 취해진 제약 요소들을 전복시키기 위해 철학 이론을 전개했었다. Michel Foucault, Madness and Civilization(NY: Vintage Books, 1965).
불행하게도 이상을 정신분석학적 연구 대상인 광기의 소유자로 취급했던 무지함은 오늘날까지도 이상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투적인 주제로 이어지고 있다. 오감도 중단 직후 이상은 다음의 독백을 통해 이렇게 항변했다. "왜들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 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이도 좀 뉘우쳐보아야 아니 하느냐..."
) 「이상수필전작집」, p. 230.
또한 이상은 그동안 자신의 시를 총체적 예술현상으로 보지 못하고 문학 내에서만 편협하게 조명해온 오늘날 소위 이상 연구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려 할 것이다. "왜 예술을 구획짓고 나를 문학의 측면으로만 보려 하는지 대체 너희들은 해방된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눈가리고 편협하게 예술을 논하려 하느냐..."
결론적으로 위의 연구를 통해, 본 연구자는 이상의 시가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물질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해 인간 존재와 자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 지적 실험의 결과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연구자는 그의 시가 기존의 문학적 한계를 뛰어 넘어 시각적 공간구조와 시간 개념을 지닌 시각예술의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형식적 스타일에 있어서 서구 다다의 시와 현대 구체시의 맥락과 유사한 것 같지만, 실제 작업 논리와 표현에 있어서 상당히 다른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으로 부터 우리는 이상 시가 지닌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오늘
날 20세기 세기말에 한국이라는 역사적 공간 속에서 과연 예술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다함께 반성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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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2.09.15
  • 저작시기2002.09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0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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