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소설의 현대성

목차

1. 이효석에 대한 일반적 평가의 의미와 한계

2. 이념 포기 과정의 소설적 형상화

3. 일제 파시즘의 탄압과 소설적 대응 양상

4. 현대 사회와 몸 중심의 사유

5. 이효석 소설의 몸 중심 사상과 그 현대성

6. 결론

참고문헌

**한글97

본문내용

것이었다. 그러나 이효석은 이미 그 시기에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이념, 즉 마음으로 대표되는 근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를 상정하고 있었으며, 몸의 우월성, 몸의 진정성, 몸의 아름다움이 예찬되는 세계로 남보다 먼저 나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서 삼부작을 비롯하여 이효석의 후기 작품의 상당수가 토속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또 <화분>을 비롯한 몇몇 작품은 도시를 공간으로 성에 탐익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원초적인 삶의 모습이 인류 보편적인 몸의 문제를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 것이다. 이러한 소설적 장치는 도시이건 농촌이건, 즉 사는 곳이 어느 곳이든 또 어느 시대이든 몸이 인간의 본질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효석 소설이 도달한 진정한 현대성이다. 그것은 이념에 대한 탐색의 끝에 도달한 본연의 인간상이며 근대적인 이념의 시대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이효석의 결단이기도 한 것이다. 서구 문학 전통의 본질을 육체로 통하는 문으로 보고 있는 이효석의 다음 글은 그가 진정한 현대 정신을 그려내기 이해 노력한 작가라는 본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서구문학이란 헬레니즘에서 비롯해서 연면히 흘러 내려오는 육체문학 혹은 체취문학(體臭文學)의 위대한 계열인 것이다. 정신이란 서구인에 있어서는 육체만에서 오는 섭섭한 부족감을 위안시키기 위해서 발명한 한 가닥의 감상에 불과하다. 육체의 예상과 전제가 없이는 그들의 문화와 문학의 이해를 정확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휴매니즘의 운동의 반복도 지성의 변호도 결국은 육체로 통하는 문호이다.
서구정신과 동방정취 - 육체문학의 전통에 대하야 (조선일보 1938. 8. 2)
이 글은 몸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마음이란 몸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며 몸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문화와 문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러한 주장은 서구 문학 전통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라는 지적이 가능하겠지만 인간은 몸이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몸이 인간의 원형이라는 이효석의 주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이러한 몸 중심의 사유에서 비롯하여 자연과 성을 소설 속에 삽입한 것이다. 이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은 문화와 문학과 몸에 관한 인식이 이효석이 당당하게 자연과 성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힘이 되었다. 진정한 예술은 인간의 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예술관이 그의 창작의 한 동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이 시기 이효석의 문학이 지니는 현대성의 한 근거인 것이다.
6. 결론
본고는 이효석의 후기 소설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성과 자연이 갖는 현대성을 해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쓰여졌다. 그는 현실의 문제와 이념에 관심을 기울이던 전기 소설과는 달리 1933년을 기점으로 자연과 성에 집착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는 1932년 발표된 <오리온과 임금>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이념과 성에 대한 갈등을 느끼던 한 인물이 이념보다는 성이 더 본연적인 인간의 욕망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이념에서 성으로의 변화를 예고한다. 이후 그는 성의 문제를 그의 문학의 주된 제재로 다루게 된다.
그의 소설에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 과정은 성에 관한 구체적이고도 아름다운 표현을 통해문학을 단순히 상품화하거나 저속화한 것으로 이해하기는 이렵다. 그의 소설에 나타난 이러한 변화는 인간을 이루고 있는 마음과 몸의 갈등에서 몸이 더 본연적인 인간의 모습이라는 결론을 내린 작가의 사유의 결과이며, 이것은 몸이 마음에 선행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몸 우위의 사고를 하고 있는 현대의 사유 방식과 같은 궤를 간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효석 소설에 나타난 몸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 한국 소설에 나타나는 몸에 대한 관심과 일정한 유사성을 읽을 수 있다. 이념이 급격히 사라진 자리에 몸이 대신하는 것이 1990년대 소설의 한 경향이라면 이효석의 그것은 이념을 말할 수 없는 자리에서 몸을 말한 것으로 마찬가지인 것으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석은 이러한 점에서 문제적인 작가이다. 이념을 소설의 중심에 두었다가 그것에 한계를 느끼고 자연과 성을 나아간 그의 문학은 마음 우위의 사유에서 몸 중심의 사유로 나아가고 있는 현대의 그것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나 1990년대 한국 소설의 흐름의 한 면과일치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러한 가설적인 주장은 그의 문학에 나타나는 몸의 문제와이 시대의 소설에 나타나는 몸의 문제에 대한 정밀한 비교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작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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