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거에서 나타난 지역주의의 원인과 결과*

목차

I. 들어가는 말

II. 자료

III. 개념과 측정

IV. 지역주의의 사회적 분포

V. 지역주의와 투표

VI. 한국 유권자들의 지역주의성향

VII. 맺는말

본문내용

현존하는 지역패권주의적 정치구도와 승자가 권력을 독점하는 현행 대통령중심제하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내각제하에서 자신의 정치적 몫을 보장받고, 더 나아가 타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집권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종필씨의 정치적 행보는 그러한 의미에서 상당히 수준 높은 정치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평가된다. 즉 정치적으로 가장 작은 지분을 가지고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각정당의 특징과 지역주의성향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소위 대통령중심제하에서 정권을 둘러싸고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양대정당은 정권창출을 목표로 하여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득표상황도 신한국당은 영남권이외에도 서울·경기지역, 강원지역, 충북지역 등에서 승리하고 있으며, 국민회의도 호남권이외에 서울·경기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즉 특정지역의 한계를 넘어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의 경우 대전·충남지역에서 강세를 보일 뿐 타지역에서는 별 성과를 얻어내고 있지 못하다. 자민련이야말로 지지기반이 특정지역에만 국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자민련지지자들의 지역주의성향이 타정당지지자들의 지역주의성향보다 더 높게 하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생각된다.
VII. 맺는말
이 연구는 15대 국회의원선거후 실시된 전국유권자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결과에 의해 지역주의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간략히 음미해 보았다. 분석에 앞서 유권자의 지역주의성향에 대해 조작적 정의를 하였고 경험적으로 측정하였다. 유권자개인내부에 있는 지역주의성향에 의해 지역주의문제를 논의하고자 하였다.
먼저 지역주의성향의 사회적 분포를 알아 보았다. 지역주의성향은 나이가 많을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도시지역거주자 보다는 농촌지역거주자일수록,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한 사회적 분포는 앞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발전해나감에 따라 많은 부분 해소되어갈 것이라고 전망을 가능케 한다.
지역주의의 원인은 역사적으로 볼 때 조선시대 이전으로 잡을 수도 있겠으나, 이 연구는 선거를 중심으로한 지역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소위 3김정치의 산물로 인식하였다. 3김의 정치적 경쟁은 사실상 온 국민의 관심과 애정속에서 오랜기간 지속된 게임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치적 경쟁과정에서 3김은 각기 서로 다른 지역적 지지기반을 구축해왔다. 그러한 지역적인 지지기반은 소위 해방후 50년 정치사에서 30년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구축된 것이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지역에 연고를 가진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는 희소한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자기지역에 연고를 가진 정당이 정권을 잡아 자원의 배분권한을 갖는 다면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돌아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러한 유권자들의 심리와 3김의 정치구도는 맞물려 돌아갔으며 오랜기간에 걸쳐 한국정치는 지역주의적으로 구조화되어 왔던 것이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 대권경쟁에 전념을 해왔던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에 비해 오히려 대권경쟁을 포기한 자민련지지자들에게서 보다 높은 지역주의성향을 발견했다. 앞에서 그 원인에 대해 추정해 보았으나 그러한 추정은 향후 경험적인 연구에 의해서 과학적으로 구명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지역주의적인 정치구조는 한국정치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한 것일까? 몇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지역주의는 흔히 독재로 명명되어왔던 한국정치체계에서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긴 군부통치하에서 호남권유권자들을 축으로 한 소위 정권에 대한 반대투표는 군부통치를 긴장시켰고 그들로 하여금 점진적인 민주화과정을 추진하게끔 유도해낸 하나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주의는 정책이나 이념, 또는 이슈를 중심으로 하여 정치경쟁이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고 지역을 연결고리로 갖는 인물들 간의 정치경쟁을 유도했다. 한국정치과정이 패거리정치, 줄서기정치, 정책부재의 정치, 이념없는 정치, 부패의 정치, 그리고 인물중심의 정치로 특화되어온 것도 사실상 유권자의 지역주의성향과 3김정치구도라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셋째, 지역주의는 강력한 대통령중심제하의 중앙집권적인 정치구조에 분권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아무리 강력한 집권여당도 특정지역에서는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최근에 실시된 지방지치체선거후에는 특정지역에서는 특정정당이 행정적으로도 주도권을 갖게되는 현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의 행정적 독주에 어느정도 견제를 가하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넷째, 지역주의는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유권자의 지역주의성향과 지역주의적인 정치구조는 사회분열의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합리적이며 생산성있는 경쟁이 아닌 정서적인 경쟁(감정적 경쟁)으로 사회를 몰고 갔다. 결국 정권경쟁에서 어느 편이 이기든지간에 불문하고 경쟁에 참여한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기는 경쟁을 벌여왔던 것이다. 그러한 낭비적이며 소모적인 감정싸움은 우리 사회를 점차 경쟁력없는 사회로 후퇴시켜갔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한국의 지역주의는 과거에는 정치발전에 순기능적인 역할과 역기능적인 역할을 동시에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눈앞에 21세기를 앞두고 있다. 21세기는 세계화, 정보화가 가속화되고 국경을 초월한 국가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갈 전망이다. 따라서 국가의 경쟁력확보가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젠 정치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향의 경쟁구조가 확립되어야 할 때이다. 한국의 지역주의가 반드시 정치발전에 해악을 준 것만은 결코 아니지만 이젠 보다 합리적으로 정치의 틀을 새로 마련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지역을 초월하여 국가경쟁력제고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오랜 독재기간을 겪으며 구조화되어 있는 3김정치구조와 국민들사이에 팽배한 지역주의성향의 척결이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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