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연구의 현황과 방법

목차

Ⅰ. 머리말

Ⅱ. 동학연구의 주요쟁점

Ⅲ. 맺음말

본문내용

조선시대 향촌 주민들의 고립적 비정치성을 극복하고 이것을 전국적 조직망과 공통의 적에 대한 투쟁으로 엮어내는 것은 농민군 지도부가 감당해야 했던 최대의 과제였다. 동학의 이념과 조직은 이러한 필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Ⅲ. 맺음말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근래의 동학연구는 동학사상과 갑오농민전쟁의 관계, 동학에 있어 종교와 정치의 관계, 동학의 합리주의적 요소, 주체성, 정신혁명, 민족주의, 휴머니즘과 민주주의, 사회주의와 공동체주의 등에 대한 논의를 중요한 테마로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언급된 것들은 어떠한 논점이든지 간에 모두가 근대 사회이론과 철학의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선택된 주제들이라고 생각된다.
이들 논제는 나름대로 한국 현대사회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適實性(relevance)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동학연구 상황은 당대의 현실에 대하여 수운이 지녔던 것과 같은 치열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기에는 다소 미흡한 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동학연구의 문제선택이 현실적 고민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기성의 이론적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에서도 기인하였다고 추측된다. 외생적 이론에 근거한 동학연구는 '동학 그 자체로서 동학'을 바라볼 수 있는 접근법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의 동학연구에 있어서는 기성의 도그마에 물들지 않는 유연한 사고방식과 주체적 문제의식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동학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발전시키는데 있어서는 「不然其然」과 「偶吟」, 「詠宵」 등에서 표현된 수운의 독특한 사고모형을 깊이 연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수운의 사고모형이 '彖'과 '象'(取象法)의 방법을 결합한 『周易』의 원리와 함께 莊子的 사유세계에 대해서도 일정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고모형에 입각한 동학사상을 연구하는데 있어서는 말하자면 분석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彖'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학문적 접근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모더니즘에 대한 문명적 대안의 탐구는 기성의 모든 근대적 방법론들에 대하여 질적 차별화는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동학사상이 2000년대를 위한 새로운 문명적 대안이기 위해서는 그 연구의 방법론도 가장 동학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Johan Gottfried Herder는 일찍이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최초로 인류문명은 그 보편적인 표시 속에서가 아니라 그 민족적이며 특수한 표시 속에서 이룩된다. 우주의 창조력은 주로 개개인에 의해서 보다는 인류사회의 제 집단에 의해서 발휘되기로 되어 있다. 개인은 무엇보다도 자기 국가의 성원이며 국가의 일원으로서만 민족어와 민족적 전통을 매개로 하여 정말 창조적으로 될 수 있었다." 이 말은 동학연구의 방법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학사상의 보편적이고 근대적인 성격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이제 그 역사적 가치가 크지 않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오히려 오직 동학만이 가질 수 있었던 고유성과 특수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우리가 한국사상을 세계화하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만의 특수한 본질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과 그에 바탕을 둔 문화적 자존심의 회복이 필요하다. 또 오직 동학만의 것으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특수성이란 대개 한국 고대 정신사의 원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때, 동학과 桓國·神市·朝鮮의 사상이 지니는 발전과 계승의 관계를 추적하여 보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되었을 때 우리는 동학정신에 입각한 21세기 세계문명의 한국적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키워드

동학연구,   주요쟁점,   외래문명,   패어다임,   패러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