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저자소개
▶작품 소개
▶책 내용
▶본문 소개
▶서평
▶주요 등장인물
▶이 글에 언급되는 역사적 인물
▶조식을 중심으로 한 주요 연표
▶낙신부를 읽고 난 느낌...삼국지(三國志)..
▶작품 소개
▶책 내용
▶본문 소개
▶서평
▶주요 등장인물
▶이 글에 언급되는 역사적 인물
▶조식을 중심으로 한 주요 연표
▶낙신부를 읽고 난 느낌...삼국지(三國志)..
본문내용
.)에게 이 정도 단서는 너무 쉬워 오히려 없음만 못할 테니, 다른 단서를 하나 더하도록 하겠네. 다름이 아니라.."
"......"
"지금부터 그 자리에서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에
시 한 수가 지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네."
조식과 견 황후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조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비는 재미난 여흥거리라
도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조식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내가 명하는 소명이라네. 통과한다면 자네의 죄를 묻지 않도록 하지.
허나, 실패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대법으로 자네를 다스리겠네."
조식은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떴다. 그의 얼굴을 핼쓱하게 질려있었다.
각오하지 않은 죽음은 아니었건만, 굳이 이런 식으로까지.
"자네의 걸음은....."
조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황후(견희입니다.)께서 세실 것일세."
다시 한 번 견 황후의 표정이 아연하게 굳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런 낌새를 모두 읽고도 그 웃음을 거두지 않으니, 형은 아마도 전후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것임에 분명했다.
"그럼 시작하겠네"
조식은 입술을 깨물었다. 핼쓱하게 질린 얼굴에 아직 핏기는 채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무언가를 결심한 듯 했다.
대형(조비) 앞에서는 기가 죽어 고개조차 들지 못하다가, 자신 앞에서는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미소를 짓던 조웅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우님(조웅), 도와 주게. 자네의 핍박을 막아 주지 못하고 거두어 주지도 못한 형이나,
자네가 거기 있다면 부디 나를 도와 주게.....
"제일보(第一步)"
떨리는 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식은 천천히 한 걸음을 떼었다.
근심하고 계시는 군요. 저를..
당신의 목소리가 내 목에 내리는 칼날이 될까 두려워하고 계시는군요......
형의 반려가 되어 이제는 그 뒤를 이을 후사마저(조비의 아들 조예를 말합니다. 후에 조예는 위나라의 3대 황제가 됩니다.) 둔 엄연한 모후이면서도.
당신은 아직도 그토록이나 아픈 눈으로 나를 보고 계시는 군요.
"제이보(第二步)"
어머님. 역시나 당신이셨습니까.
이런 위태한 소명이나마 할 기회를 주신 것은 그나마 당신이셨군요.
제가 이 자리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제일 먼저 당신께 고개 조아려 큰절 올리겠나이다.
"제삼보(第三步)"
소화.(예전 조식이 허창에 있을 때 그의 시중을 들어주던 시녀.)
실로 오랜만에 그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떠나고 너는 남겠다고 했었다. 이곳에 남아서 소부인(견희)을 뫼시겠다고.
그것이 진실로 주공을 위하는 일일 것이라고.....
네가 나를 아껴 이곳에 남았는데, 네가 모시는 이 앞에 피를 뿌려서는 아니 될 터인데.
"제사보(第四步)"
정례, 중선, 그리고... 그 많던 문우들.. 나를 아끼고 내 글을 아꼈기에 비명횡사한 그 수많은 이들.(조비가 대부분 숙청한 인물들입니다.)...
살아야 할 텐데. 그네들을 위해서라도 내 살아야 할 텐데.
그들 모두의 무덤가에 술이라도 한잔 부어주고 만가라도 한 수 불러주기 위해서는, 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서는 아니 될 터인데.....
"......... 콩대로 콩을 삶으니"
닫혀 있던 조식의 입이 열렸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들릴 만큼 조용히 가라앉은 어전에서,
낭랑한 조식의 목소리는 구석구석을 돌아 퍼져 나갔다.
"제오보(第五步)"
네 걸을째를 알리며 눈에 띄게 떨렸던 견 황후의 목소리가 조금은 안정되는 듯 보였다. 다섯 걸음째를 내딛으며 조식은 다음 구를 지어 읊었다.
"콩이 가마솥 안에서 서러워 흐느끼는구나"
"........"
조비의 미간이 삐끗 움직였다. 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탓일까 아니면 이미 무슨 말을 하고픈지 알아챈 탓일까.
"제육보(第六步)"
"본래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이것이 바라는 바였습니까. 형님.
이미 한 아우(조웅)를 죽게 하고 남은 아우마저도 대죄로 참하여, 이제 온전히
그 피 같은 이라고는 천지에 아무도 남겨두지 않음이 당신이 원하시는 바였습니까...
정녕 그랬습니까.
"제칠보(第七步)"
"어찌해서......"
울컥 목이 메어 왔다. 형의 손에 죽어간 이들의 혼령에 갑자기 빙의라도 된 듯.
온 몸이 가볍게 떨려왔다. 포승줄에 묶인 손목이 시큰히 아려왔다.
"그토록이나 가혹히 볶아 대는지...."
조식은 눈을 내리감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이윽고 뺨을 타고 천천히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형님. 당신이 바라시는 대로, 생전에 아버님께서 사랑하시던 소제의 글재주는 결국 당신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데 쓰여졌나이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문제가(조비) 동아왕에게(조식)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 시를 짓되
이루지 못하면 대법으로 행하겠다 하였다.
이에 응하여 시를 지으니 이르기를 '콩을 삶아 국을 끓이고 메주를
걸러 장을 만드니 콩대는 솥 아래 타고 콩은 솥 안에서 흐느낀다.
본래 같은 뿌리에서 자라났거늘 어찌해서 그토록이나 가혹히 볶아 대는가'라 하니 문제가 부끄러워 얼굴빛을 고쳤다.
- 세설신어 문학편 중에서 -
이 시가 바로 조식의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라고 합니다.. 목숨을 건진 조식은 견 황후와의 재회를 행여나 형 조비가 볼까 두려워 하며 서둘러 자신의 영지로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 조비는 애첩 곽씨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견 황후를 처형하게 됩니다....
황후 견씨는 행실이 오만방자하여 황실의 권위에 복종하지 아니하고 그 투기가 심하여 궁내의 여러 비빈을 거느릴 부덕을 상실한 지 오래이므로, 비록 천자의 본실이요 태자의 모후이나 그 행실을 일벌백계하여 폐하여 갱형(坑刑, 생매장하여 죽임. 기록에 의하면 견 황후는 입속에 쌀겨를 메우고 머리칼로 얼굴을 덮은 채 땅속에 산 채로 묻었다고 한다.)에 처하노라. 마침 수도에 볼 일이 있어서 왔던 조식은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 후에 조식이 지은 시집이 바로 '낙신부'라고 합니다....
원제는 '감견부(感甄賦)였는데, 조예가 이를 보고 '낙신부'라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후에 조식은 천하를 주유(周流)하다가 41세의 나이로 병사합니다.
"......"
"지금부터 그 자리에서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에
시 한 수가 지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네."
조식과 견 황후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조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비는 재미난 여흥거리라
도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조식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내가 명하는 소명이라네. 통과한다면 자네의 죄를 묻지 않도록 하지.
허나, 실패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대법으로 자네를 다스리겠네."
조식은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떴다. 그의 얼굴을 핼쓱하게 질려있었다.
각오하지 않은 죽음은 아니었건만, 굳이 이런 식으로까지.
"자네의 걸음은....."
조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황후(견희입니다.)께서 세실 것일세."
다시 한 번 견 황후의 표정이 아연하게 굳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런 낌새를 모두 읽고도 그 웃음을 거두지 않으니, 형은 아마도 전후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것임에 분명했다.
"그럼 시작하겠네"
조식은 입술을 깨물었다. 핼쓱하게 질린 얼굴에 아직 핏기는 채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무언가를 결심한 듯 했다.
대형(조비) 앞에서는 기가 죽어 고개조차 들지 못하다가, 자신 앞에서는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미소를 짓던 조웅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우님(조웅), 도와 주게. 자네의 핍박을 막아 주지 못하고 거두어 주지도 못한 형이나,
자네가 거기 있다면 부디 나를 도와 주게.....
"제일보(第一步)"
떨리는 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식은 천천히 한 걸음을 떼었다.
근심하고 계시는 군요. 저를..
당신의 목소리가 내 목에 내리는 칼날이 될까 두려워하고 계시는군요......
형의 반려가 되어 이제는 그 뒤를 이을 후사마저(조비의 아들 조예를 말합니다. 후에 조예는 위나라의 3대 황제가 됩니다.) 둔 엄연한 모후이면서도.
당신은 아직도 그토록이나 아픈 눈으로 나를 보고 계시는 군요.
"제이보(第二步)"
어머님. 역시나 당신이셨습니까.
이런 위태한 소명이나마 할 기회를 주신 것은 그나마 당신이셨군요.
제가 이 자리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제일 먼저 당신께 고개 조아려 큰절 올리겠나이다.
"제삼보(第三步)"
소화.(예전 조식이 허창에 있을 때 그의 시중을 들어주던 시녀.)
실로 오랜만에 그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떠나고 너는 남겠다고 했었다. 이곳에 남아서 소부인(견희)을 뫼시겠다고.
그것이 진실로 주공을 위하는 일일 것이라고.....
네가 나를 아껴 이곳에 남았는데, 네가 모시는 이 앞에 피를 뿌려서는 아니 될 터인데.
"제사보(第四步)"
정례, 중선, 그리고... 그 많던 문우들.. 나를 아끼고 내 글을 아꼈기에 비명횡사한 그 수많은 이들.(조비가 대부분 숙청한 인물들입니다.)...
살아야 할 텐데. 그네들을 위해서라도 내 살아야 할 텐데.
그들 모두의 무덤가에 술이라도 한잔 부어주고 만가라도 한 수 불러주기 위해서는, 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서는 아니 될 터인데.....
"......... 콩대로 콩을 삶으니"
닫혀 있던 조식의 입이 열렸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도 들릴 만큼 조용히 가라앉은 어전에서,
낭랑한 조식의 목소리는 구석구석을 돌아 퍼져 나갔다.
"제오보(第五步)"
네 걸을째를 알리며 눈에 띄게 떨렸던 견 황후의 목소리가 조금은 안정되는 듯 보였다. 다섯 걸음째를 내딛으며 조식은 다음 구를 지어 읊었다.
"콩이 가마솥 안에서 서러워 흐느끼는구나"
"........"
조비의 미간이 삐끗 움직였다. 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탓일까 아니면 이미 무슨 말을 하고픈지 알아챈 탓일까.
"제육보(第六步)"
"본래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이것이 바라는 바였습니까. 형님.
이미 한 아우(조웅)를 죽게 하고 남은 아우마저도 대죄로 참하여, 이제 온전히
그 피 같은 이라고는 천지에 아무도 남겨두지 않음이 당신이 원하시는 바였습니까...
정녕 그랬습니까.
"제칠보(第七步)"
"어찌해서......"
울컥 목이 메어 왔다. 형의 손에 죽어간 이들의 혼령에 갑자기 빙의라도 된 듯.
온 몸이 가볍게 떨려왔다. 포승줄에 묶인 손목이 시큰히 아려왔다.
"그토록이나 가혹히 볶아 대는지...."
조식은 눈을 내리감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이윽고 뺨을 타고 천천히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형님. 당신이 바라시는 대로, 생전에 아버님께서 사랑하시던 소제의 글재주는 결국 당신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데 쓰여졌나이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문제가(조비) 동아왕에게(조식)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 시를 짓되
이루지 못하면 대법으로 행하겠다 하였다.
이에 응하여 시를 지으니 이르기를 '콩을 삶아 국을 끓이고 메주를
걸러 장을 만드니 콩대는 솥 아래 타고 콩은 솥 안에서 흐느낀다.
본래 같은 뿌리에서 자라났거늘 어찌해서 그토록이나 가혹히 볶아 대는가'라 하니 문제가 부끄러워 얼굴빛을 고쳤다.
- 세설신어 문학편 중에서 -
이 시가 바로 조식의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라고 합니다.. 목숨을 건진 조식은 견 황후와의 재회를 행여나 형 조비가 볼까 두려워 하며 서둘러 자신의 영지로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 조비는 애첩 곽씨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견 황후를 처형하게 됩니다....
황후 견씨는 행실이 오만방자하여 황실의 권위에 복종하지 아니하고 그 투기가 심하여 궁내의 여러 비빈을 거느릴 부덕을 상실한 지 오래이므로, 비록 천자의 본실이요 태자의 모후이나 그 행실을 일벌백계하여 폐하여 갱형(坑刑, 생매장하여 죽임. 기록에 의하면 견 황후는 입속에 쌀겨를 메우고 머리칼로 얼굴을 덮은 채 땅속에 산 채로 묻었다고 한다.)에 처하노라. 마침 수도에 볼 일이 있어서 왔던 조식은 그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 후에 조식이 지은 시집이 바로 '낙신부'라고 합니다....
원제는 '감견부(感甄賦)였는데, 조예가 이를 보고 '낙신부'라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후에 조식은 천하를 주유(周流)하다가 41세의 나이로 병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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