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

본문내용

작가야. 리얼리즘의 시선으로 모든 소설이 딱딱 아귀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마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하루끼의 소설은 상상력의 남발이며, 결국 소설 전체를 한 줄기로 이어내어 마무리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이제 마무리해서 결론만 말하자면, <해변의 카프카>는 소설의 앞 부분에서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번갈아가면서 제시하면서 결국 하나로 이끌어가는 구성력을 보여주지만, 뒷 부분으로 갈수록 제시한 수많은 파편들을 수습해내지 못한다. 결국 소설은 희미한 구성으로 끝나버리며 중간중간 드러나는 남성으로서의 자각과 집착은 페미니즘에 대한 강한 부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철학과 철학자들에 대한 인용은 적정선을 넘는 순간 쓸데없는 남발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쓰고 나서 보니 상당한 폄하를 한 듯하다. 하루끼의 소설들이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15세의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가출을 하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는 철학적인 모티브에 기반하고 있으며 추리소설을 보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또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스토리의 전개는 소설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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