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라틴문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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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속주에서 보인 마케도니아의 축소 현상에서 끝난다"(156쪽)고 한 것은 "마케도니아가 로마의 속주가 되는 데서 끝난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제정전기의 특징으로 여러 분야의 지식을 전해주는 책들이 등장하는 것을 꼽고 있는데, 콜루멜라의 농업서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 농업서의 제목은 이 책에서, 너무나 소박하게도 "<소박한 삶에 대하여>"로 되어 있으며, "이것은 정원을 가꾸는 기술을 다룬 책"(166쪽)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책의 원제가 De Re Rustica이니 직역하면 "시골의 일에 대하여"가 되겠지만, 그냥 "<농경에 대하여>" 정도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정원"도 우리 나라에서는 "집 울타리 안의, 꽃과 나무가 있는 땅"이란 뜻으로 쓰이니, "농지" 정도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대(大)플리니우스가 남긴 방대한 저술의 제목을 "<박물지>"로 하는 것은 때로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다음에 "우리는 이때 '역사'를 원래 그리스어가 지녔던 본래의 '조사'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167쪽)는 말이 나온다면 달리 생각했어야 했다. 독자는 여기서 갑자기 왜 "역사"라는 말이 나오는지 어리둥절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저술의 원제는 Naturalis Historia로서, 직역하자면 "<자연사>"가 된다. 그리고 흔히 "역사"라고 옮겨지는 Historia는 원래 희랍어로 "탐구, 조사"의 뜻이다. 그러니까 원래 책제목 속에 "역사"라는 말이 들어 있었고, 그 다음에 그 "역사"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제목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놓고 시치미를 뗀 것이 이 책의 번역이다.
클라우디우스 황제 때, 네로의 누이인 율리아 리빌리아와 너무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코르시카에 유배된 적이 있었던 세네카는, 이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죽은 후, 그를 풍자하는 작품을 하나 썼다. 그 작품의 제목은 희랍어로 Apocolocyntosis로서, 직역하자면 "<호박으로 변화함>"이다. 이것은 로마의 황제들이 죽으면 신으로 모셔지고, 이렇게 신으로 변화하는 것을 희랍어로 apotheosis라고 하는데, 이 단어 중간에 있는 theos(신)라는 말을 colocynte(호박)이란 말로 바꾼 것이다. 결국 클라우디우스가 신이 아니라 호박이 되었다는 식으로 비꼰 것인데, 이 책에서는 그 제목이 "<신성한 클라우디우스의 바보 만들기>"가 되고, "거기서 우리는 사망 후 바보로 변한 황제를 볼 수 있다"(175쪽)고 설명까지 붙어 있다. 아마도 "호박"이란 말이 너무 이상해서, 좀 비유적인 표현인가 보다 하고 이렇게 옮겼을 터이고, 또 황제가 여기저기서 쫓겨나고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이렇게 해도 무방한 면이 없지 않지만, 원제에 "호박"이란 말이 들어 있고, 그것이 더 재미있으니 그대로 살리는 것이 좋겠다.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웠던 문장 중에, 꼭 언급해야만 하는 것은 세네카의 비극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다. "이 비극들이 대중을 위한 낭독 현상을 일으켰다는 학설은 상당히 그럴 듯하다. ... 우리는 공연의 취지면에서 체계화되었다는 의미에서 현저히 '비극적'인 이 작품들의 구조뿐 아니라 네로 시대의 연극에 대한 열성을 그 표지로 내세울 수 있다."(180쪽) 이 말은, 세네카의 비극이 상연을 위한 것이 아니고, 단지 낭독을 위한 것이었다는 학설에 대해, 저자가 약간의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비극들이 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믿음의 근거로, 작품들의 구조가 제대로 된 비극에 걸맞는다는 것, 그리고 네로 시대에는 사람들이 연극을 매우 좋아했고, 상연에 열성을 보였다는 것을 들고 있다.
앞에서 "페드르"라는 불어식 표기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래도 "파이드라"는 따로이 "페드라"라고 표기해서 그 문제를 제법 피해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페드라"가 문제를 일으킨다. 아우구스투스의 해방 노예로서 이솝 우화를 번안했던 "파이드루스"를 "페드라"(181쪽)라고 잘못 적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는 여성명사의 어미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자이름이 되기 어렵다.
저자는 기원후 1세기의 서사시의 발흥에 대해 언급하면서, 스타티우스가 아킬레우스의 어린 시절에 대해 쓴 <아킬레이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거기서는 설명부호가 잘못 들어가서 독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앞부분만 겨우 쓰여진 또 다른 서사시-<아킬레이스> 1권보다 조금 많은 분량이 쓰였다-에서 스타티우스는..."(185쪽)이라는 구절에서, "<아킬레이스>"는 "-" 앞으로 옮겨져야 한다. 그러니까 "또 다른 서사시"는 바로 <아킬레이스>인 것이다. 이 서사시는 1127행 짜리이다.
아풀레이우스의 <변신>을 설명하면서, 주인공이 마술체험을 시도했다가 "'가짜 조작"의 결과로 당나귀로 변한"(199쪽)다는 말은, "잘못된 조작"으로 고쳐져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주인공 루키우스가 새로 변해 보려다가, 연애상대였던 하녀의 서툰 마술 때문에 당나귀로 변해 여러 모험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상이 내가 꼭 지적하고 싶었던 오류들이다. 더 지적하자면 할 수도 있지만, 이 글의 목적이 독자와 앞으로의 역자들에게 라틴문학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니 만치,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번역자가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상당히 상심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글의 의도가 누구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려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사실 여기 지적된 것 같은 오류들이 나오게 된 데는 개인보다는 상황의 탓이 더 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뒤로 갈수록 오역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역자의 문체에 점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역자 자신도 번역하면서 라틴 문학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서 그런 것이리라. 이 말을 하면 역자와 편집자가 더 상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한 마디로 이 책은 다시 번역하는 것이 좋겠다. 이대로는 거의 읽힐 수가 없는데, 원저가 워낙 좋은 책이고,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으니 말이다.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 새 번역이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줄 날을 기대해 본다.

키워드

  • 가격2,000
  • 페이지수17페이지
  • 등록일2004.09.28
  • 저작시기2004.09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68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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