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론>오정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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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소설론>오정희『새』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술꾼들에게 애교를 떨기도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가며 보살피기로 되어 있던 곰 인형의 배를 갈라놓고는 맹장 수술을 했다고 선생님에게 태연하게 대꾸한다. 게다가 자신을 도와 주려는 상담 어머니를 시종일관 건성으로 대하며, 오히려 골탕을 먹이기까지 한다.
한편 우미 남매를 둘러싼 셋집 사람들, 지붕에서 떨어져 거동을 못하는 연숙 아줌마, 그녀의 남편이자 밤무대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김씨 아저씨, 동성 연애자인 공장집 부부,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 중인 정씨 아저씨 등은 하나같이 현실에서 소외되고 상처 입은 인물들이다. 이처럼 온전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불행한 주변 인물들은 결국 우미의 위악적인 시선을 더 한층 냉소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3. 날개가 퇴화된 새, 우일
동생 우일이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항상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며 자신이 새처럼 날았다고 주장한다. 그런 우일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영화는 우주 속을 날아다니며 악한 무리를 물리치는 〈우주 소년 토토〉이다. 사실 우일이란 이름도 ‘우주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라는 뜻이다. 어린아이다운 천진스러움을 간직한 우일이는 현실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세계를 갈망한다.
그러나 우일이가 꿈꾸는 ‘새’도 정작 현실 속에서는 초라하고 바보 같은 미물일 뿐이다. 이 작품에는 트럭 운전수 이씨 아저씨가 새장 속에서 기르는 새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새는 무언가 모자란 새이다. 즉 그 새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벗인 줄 알고 지내는 외로운 ‘과부 새’이며, 검은색 천으로 새장을 덮으면 밤인 줄 알고 잠만 자는 ‘바보 새’이다. 또한 남매의 아버지는 사방을 유리로 장식한 교회를 짓는데, 그 곳에는 허공인 줄 알고 날아왔다가 유리에 부딪혀 머리가 깨져 죽은 새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본래 훨훨 날아야 하는 새가 새장에 갇혀 낮을 밤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며, 유리 벽에 부딪혀 쓰레기처럼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남매의 처지도 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와 가족의 따뜻한 보호를 받아야 할 그들은 악의적인 시선으로 무장한 채 힘겹게 삶을 견뎌 나간다. 세상은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기는커녕 싸늘한 시선만을 던질 뿐이다. 결국 우일이는 불량 청소년들에게 이끌려 도둑질을 하기 위해 아파트 창문을 넘다가 추락한 뒤, 머리에 상처를 입고 여윈 새처럼 말라죽어 간다.
이러한 새의 이미지는 오정희의 다른 소설 「옛 우물」(1994)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년의 여주인공에게 아들은 도도새의 이야기를 해준다. 400년 전에 사라진 도도새는 나는 기능을 잃고 멸종된 새이다. 다시 말해 도도새는 좌절된 비상(飛上)의 꿈을 간직한 채 사라진 새인 것이다. 이처럼 좌절된 꿈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도도새와 우일이는 똑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옛 우물」에는 금빛 잉어의 전설도 나온다. 옛날 어느 각시가 우물에 금비녀를 빠뜨렸는데 각시는 상심해서 죽고 금비녀는 금빛 잉어로 변한다. 2,000년이 지난 뒤 뇌성벽력이 치는 어느 날, 잉어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지만 이룰 수 없는 황금빛 꿈, 그것은 금비녀가 되었다가 금빛 잉어가 되었다가 마침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하지만 이것 역시 노망 난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이다.
우일이는 아마 날기 위해 뱃속의 것을 모조리 비운 모양이었다. 나는 우일이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손등에 희끗한 얼룩처럼 남아 있는 개에 물린 상처도 조그만 잠지(사내아이의 성기를 귀엽게 부르는 말)도 보였다. 온몸으로 푸른 무늬가 넓게 퍼지고 있었다. 팔뚝의 작은 문신에도 푸른 물이 들어 있었다. 침을 맞은 자리도 점점이 파랗게 변했다. 숱 많던 머리털 속, 멍든 듯 부풀어오른 한가운데 조그만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애의 영혼이, 생명이 빠져 나간 자리일까.
나는 이제 알았다. 우주 소년 토토가 빛의 아이라는 표지, 둥그런 해무리는 이 곳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우주에서 가장 멋진 남자라는 뜻의 ‘우일’이라는 이름은 우일이의 실제 삶과 대비되어 선연한 슬픔을 자아낸다. 우일이가 죽자 우미는 이씨 아저씨의 새장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저무는 하늘에 새를 날려 준 우미는 우일이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고 믿는다.
4. 마술에 걸린 세상을 견뎌 내기
오정희의 소설에는 주로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그녀들이 세계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소외 의식을 섬세하게 보여 준다. 주인공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몸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섬뜩한 ‘낯섦’과 ‘이물감’을 느끼는데, 작가는 바로 이러한 과정이 보편적인 여성의 삶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오정희는 초등 학교 3학년 때 마술에 걸린 왕자 이야기를 동화로 읽으며, ‘가혹한 시련을 겪는 왕자의 삶,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세상은 ‘슬프고 외롭고 아파야만 하는 마술에 걸려 있다.’고 믿어, ‘빨리 마흔 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조숙한 소녀였다고 한다.
결국 오정희가 간파한 것은 모든 인간이 척박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무게를 짊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삶의 근원적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는 시간의 거대한 흐름을 바라보면서 고약한 마술에 걸린 세상을 견뎌 낼 수 있는 힘을 찾으려 한다.
아주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아름다운 결과 무늬로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부드럽고 둥글게 닳아지는 돌들, 지난해의 나뭇잎 그 위에 애벌레가 기어간 희미한 자국, 꽃 지는 나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그 외로움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바람은 나무에 사무치고 노래는 마음에 사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새 고이고이 흐르던 세상의 물기가 해가 떠오르면 안개가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내려서 땅속 깊이 뿌리 적시는 맑은 물로 흐르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고, 강물이, 바닷물이 나뭇잎의 향기로 뿜어지고 어느 날의 기쁨과 한숨과 눈물이 먼 훗날의 구름이 되는 거라고 말했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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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0페이지
  • 등록일2005.04.12
  • 저작시기2005.04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9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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