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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 방식이 그에게 있어 어긋남이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묵은 독을 파내버리고 새 독을 묻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찔러 낸 심장의 선혈은 오래도록 얼어붙은 땅에서 흘러나온 썩어 문드러진 그녀의 마음이자 버리고픈 발견된 자아일 것이다. 세상에 맞춰져 만들어진 자신과 세상과 어긋난 방치해둔 자신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고자 그녀는 천천히 닫히고 있는 문을 열었으며 그 곳을 떠났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그녀의 주 무대인 음악학교가 길 건너편에서 바라보았을 땐 문을 제외하고 모두 쇠창살로 덮여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문을 나온 그녀가 화면 밖으로 사라져 버림으로써 모든 감옥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그것이 설사 죽음일지라도 그녀는 현실의 상황보다 행복할 수 있으리라. 그런 그녀의 모습이 나로 하여금 또 한 번 눈물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일탈과 이탈. 사람들은 한번쯤은 자신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외출을 할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끝에 자신마저 버려야 했던 에리카의 자신으로부터의 이탈은 그럴 수밖에 없었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럴 수 있음에 대한 용기에 대한 박수로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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