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사해> 작품론 - 죽음의 언저리에서 발견한 삶에 대한 고백

소개글

이승우의 <사해> 작품론 - 죽음의 언저리에서 발견한 삶에 대한 고백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는 '사해'라는 소재도 정연한 의미의 변화를 보이며 소설의 주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 축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화자의 내면 의식이 놓여있다.
화자의 내면 의식이 변화하는 과정, '유서'의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 '사해'의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은 치밀하고 정연하게 맞물려서 모두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독자는 소설 속에서 무리 없이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외롭고 불신감에 가득 찬 화자의 삶도, 죽기 전에 쓰는 유서도, 죽음의 바다라 일컬어지는 사해도 모두 '죽음'과 가장 가깝게 보이는 소재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죽음'과 가장 가까운 소재들을 통해 오히려 '삶'의 의미를 정연하게 그려냄으로써 작가는 '죽음을 넘어선 삶, 재생'의 의미를 훌륭하게 전달해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학은 '자기반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화자는 그 동안 어머니와 아내를 대했던 자신의 행동을 통해 상처받지 않고 편하게 살려던 이기적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낸다. 그리고 그러한 자기반성은, 생전에 어머니에게 제대로 해 드리지 못했던 아들로서의 역할을 대신 해 주었던 아내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화자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돌아본 후에, 심오한 고민과 함께 나름대로의 커다란 내면적 변화를 거친 '독특한 방법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으며, 더불어 독자들에게는 '죽음'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통해,
) "시간의 완고함, 혹은 기억의 집요함이라고 할 만한 어떤 불편함이 소설들 위에 얹어져 있는 걸 발견한다. 생의 막다른 지점에 도달한 사람의 내면에서 내 소설들은 자주 죄책감을 발견해낸다.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기억의 집요함에 잡히고 시간의 무거움에 눌리고 회한에 빠짐으로써 사람임을 증명한다는 투의 생각이 이 소설들 속에 들어있다." -「심인광고」작가의 말 中
작가가 '기억의 집요함'이라고 표현했듯, 「심인광고」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현 시점에서 과거의 '집요한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해>에서는 어머니의 죽음과 유서, 그리고 아내와의 관계가 그 '기억'이 될 것이다. 기억의 집요함, 그리고 작가가 '생의 막다른 지점'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죽음'은 <사해>뿐만 아니라 「심인광고」에 실린 모든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로 자리 잡고 있다. '생의 막다른 지점에 도달한 사람의 내면에서 발견해내는 죄책감'이란 <사해>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문학작품에 내재된 "자기반성"을 이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유'를 통해, '자기반성'을 통해 주인공이 도달하고 회복했던 삶의 진리는 모두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해>는 이러한 과정을 무리 없이 매우 정연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죽음'은 이 소설을 읽고 난 독자들에게는 이제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사해>뿐만 아니라 「심인광고」에 실린 여러 편의 소설을 통해 독자는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소설 속에서 '작가와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개개인에게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지고 다가서듯, 독자도 작가의 이끎 안에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탄탄한 구조 안에서의 정연한 주제 의식과 더불어 독자에게 '사유와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소설 <사해>를 통해, 그리고 작품집「심인광고」를 통해 '죽음'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여유를 한번쯤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키워드

사해,   이승우,   비평,   작품론,   평론,   소설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