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채만식 소설을 읽고....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태평천하, 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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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백성두 나라를 믿구 나라에다 마음을 붙이구 살지, 독립이 됐다면서 고작 그래 백성이 차지할 땅 뺏어서 팔아 먹는게 나라 명색야? (… 중략…) 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부르기 잘 했지.”
이처럼 선생님께서는 소작제도의 모순에서 해방되지 못한 농민들이 계속해서 역사의 모순에 짓밟히고 있는 해방의 공간을 날카롭게 지적해 주신 것이었지요. 여기서 또 한번 선생님의 놀라운 표현방법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놀라운 방법으로 사회모순을 지적하시는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듯이, 예리한 사회의식과 구어 문체로 실감과 생동성이 담긴 <<논 이야기>>라는 작품을 써 해방 직후 문단에서 마침내 리얼리즘 소설을 전개하기 시작하신 것이지요. 리얼리즘 소설... 저는 비현실적인 모더니즘 소설보다는 현실감있게 묘사한 리얼리즘 소설에 더욱 매력을 느끼기에, 선생님의 이러한 작품세계를 더욱 존경하고 기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이 비판한 것처럼 선생님의 소설에 외래어들이 부자연스러우리만치 등장하는 예를 저도 조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가 바야흐로 서구문명이 도입되어 유행하기 시작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요.
<<레디메이드 인생(人生)」에서만 보아도all or nothing이라는 영어가 소설 문장 속에서 영자 그대로 들어가 있었고, 또『탁류』에서 보면메센저 노릇을 해주지,기술을 캐치하고 싶어하는 것은…,꼭 레포할 자료두 있구…이외에도 여러 군데에서 더 이런 불필요할 정도의 외래어투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도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리고 창작방법상의 다양한 동요와 혼란 속에서 현실과 대결하며 이룩해간 결코 짧지 않은 선생님의 창조의 여정은 풍부한 문학적 결실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고, 나아가 여정 그 자체만으로도 오늘날의 문학 창조에 대해서 의미 있는 지침을 제공해준다는 면에서 선생님은 진정으로 높이 평가를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같이 오늘도 이 영토에서 현실상황의 제재를 느끼면서 결국 풍자의 수법을 동원해 보고 그리고 사회 체제의 근본을 꿰뚫어 보는 현실인식이 예민한 작가들에게 있어서 선생님의 문학은 절실한 교훈이 될 것입니다. 또한 현대 한국의 문학정신을 성찰하는 데 있어서도 커다란 보탬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제가 감히 선생님께 선생님의 작품을 읽은 감상에 대해 직접 편지로써 말씀드린다는 사실이 너무 주제넘은 일 같고 부끄럽지만, 이렇게 용기 내어 편지를 쓴 점을 가상하게 여겨주셔서 저의 글을 보며 혹여나 심기가 불편한 점이 있으셨더라도 너그러이 양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선생님의 문학적 재능을 조금이나마 본받고 싶은 한 문학소녀였다고 생각하시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모범이 되고, 많은 점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보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소설작품에 대한 펜으로써, 그리고 사회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비판의식을 세상에 알리신 선생님의 굳은 심지에 대한 인간적인 존경심에서 우러나와 이렇게 10장이나 되는 긴 편지를 쓸 수 있었습니다.
(* 추신 : 요즘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라는 작품도 읽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선생님의 작품처럼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서희’라는 여성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더라구요. 일단 저와 같은 여인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장대한 서사극이라는 점, 그리고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점에서 저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을 선택하여 읽은데 있어서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지’는 특히 운명의 힘과 그것에 맞서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지극히 다채롭고 풍부하게 묘사해 나가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토지’는 비록 식민지 시대를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심층적 의미는 특정한 시대와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을 담고 있는 작품인 만큼 매우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감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소설가 선생님들의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정말 세상에는 뛰어난 작가 분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새록새록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 선생님은 제가 제일 존경하는 소설가 이시지만요. 그럼 정말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 유의하세요.)
- 2005년 12월 13일의 어느 밤,
(1930년대 소설계를 풍미하신 채만식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어느 문학소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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