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판의 즉흥적 성격
2. 신위가 그려낸 고수관의 삶
3. 판소리에서 임기응변과 변조의 의미
4. 맺음말
2. 신위가 그려낸 고수관의 삶
3. 판소리에서 임기응변과 변조의 의미
4. 맺음말
본문내용
가능성은, 그 소리꾼이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하여 연출해낸 소리가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비교할 때, 훨씬 미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수관이 판소리에 택한 전략은 청중들이 예견하는 내용에 반하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이었으며, 그 변화를 위하여 자신이 배운 것을 부단히 학습하면서, 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였던 것이다. 그가 소리판에서 실험적으로 변화를 모색한 시도가 청중에게서 인기를 끌면 이것은 바로 새로운 더늠으로 상승하여 덧보태졌으며,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19세기의 판소리를 풍요롭게 만들어 갔다. 아마 창조적 능력이 뛰어난 판소리 명창들에 의하여 19세기의 판소리는 양적으로 풍성해지고 질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만들어졌을 성싶으며, 이 같은 창조적 행동의 구심점에 고수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4. 맺음말
이 글은 명창 고수관의 경우를 예로 삼아 판소리에서 즉흥성과 임기응변이 공연에 미치는 활기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고수관은 판소리에서 사설을 그 판의 상황에 걸맞에 변개시켜서 판을 장악한 명창이었다. 그는 청중이 일상적으로 기대하는 방식으로 노래하지 않고 변청이나 변조를 사용하여 색다른 맛을 주었다. 그가 사용한 추천목이나 경조 등 기왕의 판소리와는 다른 스타일을 모색하여 판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갔으며, 이같은 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더늠을 창조하였다.
19세기부터 판소리는 法古만을 거의 유일한 원리로 받아들이면서 명창들에게는 임기응변과 변조의 능력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박제화하였다. 판소리의 본래적 정수는 실제 판의 의미를 살려줄 수 있는 임기응변과 즉흥적 성격을 회복하는데 있다는 점을 고수관은 잘 보여준다.
우리가 근래 확인한 바 즉흥성이 뛰어난 명창으로 박동진을 들 수 있다. 박동진 명창은 공연에서 늘상 즉흥적인 대목을 첨가하여 부른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많은 대목을 현장의 상황과 연관시켜 부른다. 그는 아니리나 재담 구사에 능하고 판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박동진은 판소리의 긴 호흡에서 잠시 이탈하여 쉬어갈 때, 특히 고수와 관련하여 뛰어난 즉흥성을 보여준다. 사실 판소리의 즉흥적 변개는 창자가 연창하는 자리에 고수와 잠깐 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가장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창자에게는 고수야말로 아주 편한 상대로서, 그와 나누는 잠깐 사이의 교감에서 즉흥적 사설이나 창곡이 삽입될 가능성도 있다.
창자와 고수는 시종일관 상호 반응하면서 호흡을 맞춰 판을 이끌어 간다. 고수는 명창에게 박자라는 규칙적인 틀을 제공해줄뿐 아니라, 소리하는 정황의 모든 부분을 보호하면서 섬세하게 뒷받침을 한다. 명창의 소리와 즉흥적인 행동에서 다양한 기미를 잡아낼 뿐만 아니라, 그때 그때의 상태파악에도 민감하다. 명창이 기운이 달려서 선율의 마지막 음을 질질 끌고 있다든지, 중심음에서 고음으로 이동하여 절정을 알리고자 할 때라든지, 피곤하여 노래가 애매해지기 시작할 때 고수는 즉각적으로 명창을 고무하고, 절정에 치닫도록 도와주고, 긴장을 풀어주거나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이럴 때 그는 기본장단의 틀 안에서 다양한 박과 하위박들을 잘게 나누거나 생략하여 치는 것으로써 고수가 내는 소리를 강조하거나 살려낸다. 명창과 고수 사이에서 호흡맞추기를 통하여 오랜 시간을 지속적으로 소리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박동진은 판소리의 원래적 의미를 이어가는 명창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 명창에게 임기응변의 능력이 요청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구비문학연구』7, 한국구비문학회, 1998, pp.273-286(『구비문학의 연행자와 연행양상』, 한국구비문학회 편, 1999. 재수록).
고수관이 판소리에 택한 전략은 청중들이 예견하는 내용에 반하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이었으며, 그 변화를 위하여 자신이 배운 것을 부단히 학습하면서, 판이 갖고 있는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였던 것이다. 그가 소리판에서 실험적으로 변화를 모색한 시도가 청중에게서 인기를 끌면 이것은 바로 새로운 더늠으로 상승하여 덧보태졌으며,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19세기의 판소리를 풍요롭게 만들어 갔다. 아마 창조적 능력이 뛰어난 판소리 명창들에 의하여 19세기의 판소리는 양적으로 풍성해지고 질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만들어졌을 성싶으며, 이 같은 창조적 행동의 구심점에 고수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4. 맺음말
이 글은 명창 고수관의 경우를 예로 삼아 판소리에서 즉흥성과 임기응변이 공연에 미치는 활기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고수관은 판소리에서 사설을 그 판의 상황에 걸맞에 변개시켜서 판을 장악한 명창이었다. 그는 청중이 일상적으로 기대하는 방식으로 노래하지 않고 변청이나 변조를 사용하여 색다른 맛을 주었다. 그가 사용한 추천목이나 경조 등 기왕의 판소리와는 다른 스타일을 모색하여 판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갔으며, 이같은 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더늠을 창조하였다.
19세기부터 판소리는 法古만을 거의 유일한 원리로 받아들이면서 명창들에게는 임기응변과 변조의 능력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박제화하였다. 판소리의 본래적 정수는 실제 판의 의미를 살려줄 수 있는 임기응변과 즉흥적 성격을 회복하는데 있다는 점을 고수관은 잘 보여준다.
우리가 근래 확인한 바 즉흥성이 뛰어난 명창으로 박동진을 들 수 있다. 박동진 명창은 공연에서 늘상 즉흥적인 대목을 첨가하여 부른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많은 대목을 현장의 상황과 연관시켜 부른다. 그는 아니리나 재담 구사에 능하고 판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박동진은 판소리의 긴 호흡에서 잠시 이탈하여 쉬어갈 때, 특히 고수와 관련하여 뛰어난 즉흥성을 보여준다. 사실 판소리의 즉흥적 변개는 창자가 연창하는 자리에 고수와 잠깐 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가장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창자에게는 고수야말로 아주 편한 상대로서, 그와 나누는 잠깐 사이의 교감에서 즉흥적 사설이나 창곡이 삽입될 가능성도 있다.
창자와 고수는 시종일관 상호 반응하면서 호흡을 맞춰 판을 이끌어 간다. 고수는 명창에게 박자라는 규칙적인 틀을 제공해줄뿐 아니라, 소리하는 정황의 모든 부분을 보호하면서 섬세하게 뒷받침을 한다. 명창의 소리와 즉흥적인 행동에서 다양한 기미를 잡아낼 뿐만 아니라, 그때 그때의 상태파악에도 민감하다. 명창이 기운이 달려서 선율의 마지막 음을 질질 끌고 있다든지, 중심음에서 고음으로 이동하여 절정을 알리고자 할 때라든지, 피곤하여 노래가 애매해지기 시작할 때 고수는 즉각적으로 명창을 고무하고, 절정에 치닫도록 도와주고, 긴장을 풀어주거나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이럴 때 그는 기본장단의 틀 안에서 다양한 박과 하위박들을 잘게 나누거나 생략하여 치는 것으로써 고수가 내는 소리를 강조하거나 살려낸다. 명창과 고수 사이에서 호흡맞추기를 통하여 오랜 시간을 지속적으로 소리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박동진은 판소리의 원래적 의미를 이어가는 명창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 명창에게 임기응변의 능력이 요청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구비문학연구』7, 한국구비문학회, 1998, pp.273-286(『구비문학의 연행자와 연행양상』, 한국구비문학회 편, 1999.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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