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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나아가 전자가 본체의 측면이라면 후자는 현상의 측면으로, 양자의 관계 또한 서로 대립하거나 장애하지 않는다. 본체는 거짓의 현상을 부정하는 일 없이 그 자체로서 진실이며, 현상은 진실의 본체를 파괴하는 일 없이 나타난다. 다른 한편 법장은 법계연기의 원융무애함을 6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3성설이 본체와 현상에 근거한 종적인 논의라면, 6상설은 현상의 존재에 근거한 횡적 논의라고 할 수 있다. 6상이란 어떠한 존재라도 갖추고 있는 자성을 말하며, 상즉상입하여 하나 가운데 일체가 존재하며, 일체 가운데 하나가 존재한다. 이 같은 세계인식은 사사가 무애한 법계연기관이지만, 이는 일상적 지식으로는 알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법계의 사사 물물이 시간과 공간상에서 상즉상입하면서 원융무애하게 연기하는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떠한가? 화염교가들은 이를 열 가지 갈래로 정리하여 10현연기설 혹은 무진연기설이라고 하였다. 일체의 만유는 이상의 열 가지 관점에서 중중무진으로 상즉상입하여 원융무애하면서도 각기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다. 그것이 다름 아닌 진여 법성이 출현한 것, 법계의 연기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부처라는 꽃들의 동산, 연화장의 세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