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을 다녀와서

본문내용

경관을 광범위하게 이용함과 동시에 자연 경관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고 조성한 정원이었다. 소쇄원의 어러한 면모는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일본의 정원이나 여러 가지 경물들을 인간 취향에 맞게 배치하고 현란한 색채로 지장한 중국 정원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른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자연의 기운과 인간의 마음이 하나로 합일되는 그 곳을 모두 둘러보고 내려오는 동안 '소쇄정즉사' 라는 김인후의 소쇄원을 위한 즉흥시가 귓전을 맴돌았다.
대숲 너머 부는 바람은 귀를 맑게 하고
시냇가의 밝은 달은 마음 비추네.
깊은 숲은 상쾌한 기운을 전하고
엷은 그늘 흩날려라 치솟는 아지랑이 기운
술이 익어 살며시 취기가 돌고
시를 지어 흥얼 노래 자주 나오네
한밤중에 들려오는 처량한 울음
피눈물 자아내는 소쩍새 아닌가
대숲의 바람과 소쩍새 울음, 엷은 그늘과 밝은 달 그리고 취중에 나오는 시와 노래 등은 소쇄원이 곧 청각적인 정원이자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정원이며 궁극적으로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문학적 정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었다. 이렇게 레포트를 쓰기 위해서 시작된 나의 답사는 자연과의 순수한 조화를 통한 내면의 정화로 마무리짓게 되었다.

키워드

소쇄원,   식영정,   담양,   기행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