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도발의 시인,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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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현실 도발의 시인, 최영미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현실 도발의 시인, 최영미



1. 작가의 삶 - 시, 그림, 소설, ……
2. 시 세계
 2. 1. 후일담 시
 2. 2. 도발, 도시 이미지
 2. 3. 상실과 꿈

본문내용

. 상실과 꿈
너를 잃고 나는 걸었다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가랑잎들만 발에 채이고
살아있는 싱싱한 풀잎 한 장 내 마음 받아주지 않네
바람 한자락 시린 내 뺨 비껴가지 않네
다정했던 그 밤들은 어디에 파묻어야 하나
어긋났던 그 낮들을 마음의 어느 골짜기에 숨겨야 하나
아무도 위로해줄 수 없는 저녁,
너를 잃고 나는 썼다
-「너를 잃고」 (『꿈의 페달을 밟고』, 1998)
잘 돌아가셨어요, 선생님.
이제 더는 더럽혀질 수 없는 몸이 되어
더러운 흙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시는 이여.
밟아도 밟아도 다 못 밟을 땅
뜨거운 시들이 묻힌 곳, 망월동에서
당신보다 더 당신을 닮은 초상 위로
당신 생애처럼 단순, 과격하게
카메라 플래시만 번쩍! 어둠을 가릅니다
철컥, 당신의 거대한 초상화 위로 셔터가 돌아가는 그 순간
차라리 감옥에 있을 때가 좋았지, 쓸쓸하게 말하던 당신의 얼굴을 나는 그만 보고 말았습니다
(중략)
솔직히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이 시대
살아있는 사상이 거처할 곳은 아무데도 없는 이곳에서
더이상 못 볼 꼴 보지 않고
참, 잘, 돌아가셨어요
선생님.
-「김남주를 묻으며」 中 (『꿈의 페달을 밟고』, 1998)
이처럼 시인의 상실감은 예상 외로 깊다. 운동이 끝나고 이미지의 시대가 다가 왔지만 "솔직히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살아있는 사상이 거처할 곳은 아무데도 없는 이곳"은 "살아있는 싱싱한 풀잎 한 장"도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 곳이다. 이 곳에선 "너"도 없고 "김남주"도 없다. 사랑도 없고 민주도 없다.
더 이상 꿈은 없는 것일까? 시인은 상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무엇인가 지향점을 조금은 발견한 듯하다. 그것은 인간일 수도 있고 여전히 유효한 공동체일 수도 있다.
맑시즘이 있기 전에 맑스가 있었고
맑스가 있기 전에 한 인간이 있었다
맨체스터의 방직공장에서 토요일 저녁 쏟아져나오는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을, 집요하게, 연민하던,
-「자본론」 (『서른, 잔치는 끝났다』, 1994)
아스팔트 사이 사이
겨울나무 헐벗은 가지 위에
휘영청 쏟아질 듯 집을 짓는구나
된바람 매연도 아랑곳 않고
포크레인 드르륵 놀이터 왕왕시끌도
끄떡없을 너희만의 왕국을 가꾸는구나
(중략)
사람사는 이 세상 떠나지 않고
아직도
정말 아직도 집을 짓는구나
게으른 이불 속 코나 후빌 때
소련 붕괴 뉴스에 아침식탁 웅성거릴 때
소리없이 소문없이
집 하나 짓고 있었구나
(후략)
-「새들은 아직도」 中 (『서른, 잔치는 끝났다』, 1994)
시인은 우리가 그토록 꿈꾸었던 사상이 이미 사라진 마당에서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을 집요하게 연민하"는 인간을 발견한다. 그리고 세상을 뜬 줄로만 알았던 "새"들이 그들의 공간에서 여전히 그들만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한다. 잔치는 끝났지만 우리가 스쳐지나가는 어느 곳에서나 소리 소문 없이 지어지는 집 하나를 발견한 시인은 그리하여 아직도 꿈이 남아 있다고 이야기 한다.
내 마음 저 달처럼 차오르는데
네가 쌓은 돌담을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유산되는 꿈을 찾아서
잡을 수 없는 손으로 너를 더듬고
말할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이 깊어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았다
-「꿈의 페달을 밟고」 (『꿈의 페달을 밟고』, 1998)
시인은 시대의 우울을 이제 끊임없는 그리움의 자세로 이어간다. 그것은 우울한 현실의 탈출을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한 지향의 자세이다. 시인은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을 성취하기 위해 작은 "별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너"를 향해 가려고 한다. "혁명은 이제 광고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상실의 현실을 초월하여 "꿈"의 세계에서 "사랑"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그 사랑은 무엇일까? 시인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요컨대 후일담으로 시작한 시인의 시세계는 세기말 자본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야유하다가 그 세계를 연민하고 지향할 바를 상실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꿈을 그린다.
<대표시>

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나면 좋겠다
빳빳한 수효가 아니라 손때 꼬깃한 지폐
청소부 아저씨의 땀에 절은 남방 호주머니로 비치는
깻잎 같은 만원권 한 장의 푸르름
나는 내 시에서 간직하면 좋겠다
퇴근길의 뻑적지근한 매연가루, 기름칠한 피로
새벽 1시 병원의 불빛이 새어나오는 시
반지하 연립의 스탠드 켠 한숨처럼
하늘로 오르지도 땅으로 꺼지지도 못해
그래서 그만큼 더 아찔하게 버티고 서 있는
하느님, 부처님
썩지도 않을 고상한 이름이 아니라
먼지 날리는 책갈피가 아니라
지친 몸에서 몸으로 거듭나는
아픈 입에서 입으로 깊어지는 노래
절간 뒷간의 면벽한 허무가 아니라
지하철 광고 카피의 한 문장으로 똑 떨어지는 슴슴한 고독이 아니라
사람 사는 밑구녁 후미진 골목마다
범벅한 사연들 끌어안고 벼리고 달인 시
비평가 하나 녹이진 못해도
늙은 작부 뜨듯한 눈시울 적셔주는 시
구르고 구르다 어쩌다 당신 발끝에 채이면
쩔렁! 하고 가끔씩 소리내어 울 수 있는
나는 내 시가
동전처럼 닳아 질겨지면 좋겠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1994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서른, 잔치는 끝났다』, 1994
지하철에서 4
세 여인이 졸고 있다
한 여인의 머리가 한 여인의 어깨에
한 여인의 어깨가 한 여인의 가슴에
한 여인의 피곤이 또 한 여인의 시름에 기대어
도레미 나란히
세 남자가 오고 있다
순대 속 같은 지하철
데친 듯 풀죽은 눈알들 헤집고
삶은 듯 늘어진 살덩이 타넘고
먼저, 거지가 손을 내민다
다음, 장님이 노래 부른다
그 뒤를 예언자의 숱많은 머리
휴거를 준비하라 사람들아!
외치며 깨우며 돌아다니지만
세 여인이 졸고 있다
세 남자가 오고 있다
오전 11시 지하철은
실업자로 만원이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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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8.10.15
  • 저작시기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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