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기형도 평전 _ 죽음을 외치던 젊은 시인, 그 애틋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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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기형도 평전 _ 죽음을 외치던 젊은 시인, 그 애틋함으로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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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 따라서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지만)”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안개를 생산하는 무차별의 공장으로. 모든 차별을 무차별화하고, 모든 일탈을 중성화시키는 이 공간, 혹은 이 세계의 인식은, 철저한 “자기 존재의 모습에 대한 앎”만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시인의 앎을 읽는 독자에게 있다. 독자는 시인과 더불어 알게 되고, 시인처럼 그도 삶과 죽음의 동시적 어려움을 알게 된다.
「안개」라는 시에 붙여진 해석을 이해하는 것도 녹록치가 않다. 무엇이다, 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시의 해석인 것 같다. 안개의 聖域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결국 안개에 동화되어 버리고, 그들은 안개에 경악한다. ‘안개’가 가지는 의미망은 어떤 것일까. 그 의미망에는 독자가 끼어들 수 있고, 시인이 박아놓은 의미를 알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를 알려는 독자의 노력은 중요하고, 다른 식으로든 그 의미를 결론짓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안개」 또한 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신의 암울한 시절을 곱씹으며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 삶의 부조리와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쳇바퀴 돌 듯 순응해버리는 인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안개라는 거대한 존재, 하지만 약간 거슬릴 뿐 곧 습관처럼 익숙해져버려서 여공 하나가 겁탈당하든, 방죽 위에서 취객이 얼어 죽었지만 바로 곁을 지나가던 삼륜차는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는 것이 사소한 일쯤이 되어버리게 하는, 무의식의 공간마저 장악해버리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 아닐까. 안개가 걷히고,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가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빨리 잊어버리고, 떠나간 사람들은 다시는 이 읍으로 돌아오지 않는, 하지만 여공들은 희고 아름답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안개의 성역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듯, 생활 속 깊숙이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끼는 것이다. 그의 시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안개’라는 이미지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진실은 시인만이 알고 있고, 시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시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오히려 진실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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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그의 시를 가지런히 책장 속에 꽂아두는 많은 독자들 중 한명이다. 시를 분석하라는, 과제를 받고 기형도가 떠오른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묻혀버릴 그를 세상 속에 내놓은 것이 기형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면, 기형도가 갑작스레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책장 속에서 다시 한 번 독자에 의해서 살고픈 죽음을 외치던 시인의 욕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 분석을 떡하니 기형도를 모티프로 한 詩를 내놓고, 독자의 입장에서 시를, 시인을 분석한 것이라 억지를 부리고 싶었지만, 밀려드는 소심함에 詩를 마음속에 구깃구깃 집어넣었다. 고민한 흔적들이 잔인한 시 분석들, 누군가의 글들로 묻혀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에 대한 내 깊은 애정이 잔인한 글자들로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새기고 있던 시에 대한 감상들이 자의적이고, 우스운 것들이라 증명 받은 글들을 읽고, 대조해나가는 작업을 했고, 그것을 대체했을 때 참 슬픈 일이라는 걸 느꼈다. 독자가 새롭게 가지는 해석들도 앞서 말했듯이 소중하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시에 녹이는 시인이 또 하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넋두리 같은 주절거림이다.
기형도를 추모하는 작품들을 모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1994)를 곰곰이 읽어본다. 그리고 그의 「짧은 여행의 기록」, 일기에서 간추린 「참회록」을 읽어본다. 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눈을 돌려서 읽던 다른 산문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일기도 시인답게, 작은 기록도 시인답게, 꾹꾹 눌러써놓았다. 시작노트를 꼼꼼하게 정리했던 그의 바름과 정직함에 대해 묻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다.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서 묻고,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던, 그래서 남들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산 흔적들이 눈에 밟혔다. 또한 그는 시인이 가져야할 진정성과 많은 가능성을 갖춘 사람이었다. 아쉬움은 정말 이루어질 수 없을 때 큰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를 살릴 수 있는 ‘시’가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언제고 다시 살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참고문헌]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94).
기형도전집(문학과 지성사, 199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솔,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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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8.10.31
  • 저작시기2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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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488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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