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소설 <숨은꽃>

본문내용

중략) 김중구도 그렇게 느꼈던가.'
7. 문체
소설 속의 화자의 직업도 작가이다. 그러므로 서술방식이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띄는 듯하다. 또한 짧은 문장을 구사하여 간결하고 확실한 의사전달을 나타낸다.
'만약 그랬다면 이 소설은 쓰여 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한 거인의 목소리를 채집하는 행운을 영원히 놓쳐버릴 수도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한편 소설의 시작에서는 차갑고 냉담한 말투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인물에 대해서는 묘사를 사용하는데 이는 거인임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건 정말 부당하다. 억울하다. 그 한 순간의 억울함은 이 여행의 후회를 넘어서서 내 생애 전부를 후회하기에도 충분한 양이었다.'
'언젠가는 이 세상살이가 돌아가는 이치의 끝자락이나마 만져볼 수 있을지 모른다.'
'김종구라, 선이 뚜렷한 눈썹과 약간 각이 진듯한 이마, 그리고 굵은 고랑의 긴 인중은 역시 낯이 익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특히 과거 회상적인 부분이 많고 독백과 생각의 사슬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이 소설에서는 혼자하는 여행 속에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독잭조의 물음이 많았다. 또 '~다'로 끝나지 않는 문장 또한 많았는데 이는 단정적이고 위압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다.
'그가 뜸부기를 알고 있기나 할까'
'그런데 어떻게 얼굴 화끈거리지 않고 나의 일을 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나의 숙제를 끝내놓고 다음 숙제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빨리 가서 찾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버릴 무엇, 시효가 지난 뒤에 가면 버려지고 말 무엇.'
쉼표의 잦은 사용도 눈에 들어왔는데 이는 말하듯이 서술했기 때문에 끊어 말하는 부분처럼 글도 끊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숨을 쉬어가며 그 문장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나름대로 파악했다. 작가에 따라서는 강조하기 위해 쉼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기계 앞에 앉아 끊임없이 모음과 자음을 찍어내다 보면, 그런 어느 순간 삭제키를 눌러 흔적 없이 글자들을 없애버리고 다시 빈 화면에 자음 하나를 찍어 넣다 보면, 그 자음을 받쳐줄 모음을 찾아 자판 위를 헤매다 보면,'
Ⅳ. 결론
작품의 주인공이 자신의 작가적 현실에 대해 깊이 고뇌하게 되고 결국 귀신사를 다녀오는 여정에서 김종구와의 만남과 지난날을 회상하는 과정을 통하여 현실, 바로 지금의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면, 이 작품을 접하게 되는 본인을 비롯한 독자들은 바로 이 작품 자체를 통해 삶을 영위하는 태도에 대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김종구, 그리고 황녀가 갖은 술자리에서 오가는 대화 가운데 죽어서 황천에 가면 염라대왕이 "너 이놈들, 한평생 기회를 주었는데도 고작 그것만 맛보고 들어와? 에이, 뜨거운 맛 좀 봐라!" 이러면서 지옥에 빠뜨린다는 내용이 있다. 그렇다. 이 작품은 바로 지금, 현실은 단 한 번뿐이라고 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할 수밖에 없고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에게는 문학이 곧 그녀의 삶이요, 보람찬 의무이다. 또한 뜸부기를 기르며 함께 노래하는 시인, 산과 소설을 좋아하는 의사와 같은 인물들 또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영웅 혹은 거인들이라 생각한다. 작은 거인은 특별한 사람들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지금을 살아간다면 우리들 또한 작은 거인이 되어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양귀자.『숨은꽃』. 문학사상사, 2004.
양진오.『한국소설의 논리』. 새미, 1998.
한혜선.『소설가 소설 연구』. 국학자료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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