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신경영전략과작업장체제의변화

목차

I. 문제의 제기

II. 작업장체제, 경영전략, 공장권력

III. 신경영전략의 전개

1. 신경영전략의 두 가지 배경

2. 신경영전략의 전개

3. 노동조직: 일본식 노동조직의 도입

4. 인간관계: 기업문화의 확산

ⅤI. 노동자들의 대응과 한계

V. 작업장체제와 권력 이동: 생산현장의 권력관계는 변화하고 있는가?

본문내용

적 조건 하에서 이들 중소기업들의 운명에 대해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V. 작업장체제와 권력 이동: 생산현장의 권력관계는 변화하고 있는가?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87년을 전후하여 생산현장 수준에서 중요한 권력이동'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후 이 권력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최근까지 한국의 노사관계 지형을 특징 지워 왔다. 87년 직후 일어난 권력이동의 결과 작업장에 대한 기업의 통제력은 일시적으로 약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노조의 결성과 대규모 대중파업을 매개로 발생한 것이었으며, 변화의 핵심은 전투적 노조의 등장이었다. 노조의 등장은 권위적 단순통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고, 현장권력의 상당한 부분이 노조로 이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이동은 경영 측의 입장에서는 결국 통제능력'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권위적 단순통제와 테일러 포드주의적 노동과정의 조직체계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전략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 87년의 노동자대투쟁은 병영적 통제와 결합한 테일러주의적 작업조직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규모적인 반발로 이해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김형기, (1988), 앞의 책 참조.
결국 한국의 노사관계는 87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경영전략이 작업장 수준의 권력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상당한 부분 결정될 것이다.
생산현장의 권력관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향후 한국 노사관계의 변화방향을 파악함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87년 이전과 87년 이후 최근까지 경영전략의 전개에 대한 앞서의 분석을 <표 5>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작업장체제의 권력관계를 둘러싸고 전개되어 온 이와 같은 경영전략의 흐름들은 흐름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잠정적 수준이지만 이는 결국 경영의 유연성 증대로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87년 이후 한국의 기업들은 노무관리, 제품시장, 노동시장, 기술체계, 국제분업 등의 제반 부면들에 대해 노동운동의 진출을 고려한 대응전략들을 본격적으로 모색해 왔다. 그러한 움직임의 전반적인 귀결은 작업장체제의 권력이동에 대한 기업의 대응능력, 즉 기업지배체제의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은 그 인식능력에 있어서나, 현실적 대응전략에 있어서나 상당한 시간적 지체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표 5> 경영전략의 유형변화: 87년 이전과 이후의 변화
비교 항목
87년 이전
87년 이후
노동시장
대기업중심 내부노동시장의
미형성
대기업중심 내부노동시장의
형성
기술체계
세계시장 지향의 대량생산/
극소전자 자동화기술의
도입
품질지향 생산으로의 이행/
극소전자 자동화기술의
급속한 확대
노동조직
테일러.포드주의적 노동조직
일본식 노동조직의 적극적
도입
기업문화
기업문화의 부재/
기업사회의 미형성
기업문화의 부분적 확산/
기업사회의 부분적 형성
물론 논자에 따라서는 기존의 권위적 단순통제와 결합한 테일러·포드주의적 노동통제의 기본구조에 전혀 변함이 없으며, 도리어 포드주의적 통제 구조의 강화가 그 주된 경향임을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 이루어진 한국기업의 생산방식과 노동과정에 대한 실증적 연구들은 아직도 테일러, 포드주의적 노동과정의 기본적 성격이 변화하지 않고, 도리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려 하고 있다.
) 조형제 (1992) 참조.
87년 이후 노동운동의 폭발적 전개가 테일러 포드주의에 기초한 권위적 단순통제의 모순과 직결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에 도입된 생산기술, 인사·노무관리 제도, 노동통제의 성격을 고려해 볼 때 대량생산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산방식 체계를 논의하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러한 현상적 분석에 기초하여 한국의 노동과정을 테일러 포드주의적 노동통제의 강화와 연결시키고, 이로 인한 통제체제의 모순들이 구조화됨으로써 만성적인 노동통제와 생산성의 위기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87년 이후 한국의 기업들에 의해 도입되는 일련의 새로운 경영관리 전략들을 테일러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의 강화로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테일러 포드주의의 관리철학에 입각한 노무관리가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고, 이것이 한국기업의 현실적인 경쟁능력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테일러·포드주의에 입각한 통제구조는 국제적 수준의 자본간경쟁 자체로부터 그 적실성의 기반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노조에서는 생산현장에서 진행되어 온 구조적 변화의 흐름들에 대해 둔감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노조가 생산현장 수준의 권력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인들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정치적인 국면이 일시적으로 호전된다고 해서 노동운동의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얼마 안되는 기간에 이미 노조운동이 터한 기반 그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기업조직과 노동시장, 기술체계, 그리고 노동운동의 현장적 연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수준의 생산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들, 기술체계와 노동시장, 노동과정의 성격, 기업의 관리전략, 노동조직 내에서의 권력관계의 구조, 그리고 이에 기반한 노조의 조직전략과 이념 등에 대한 체계적인 고려가 없을 때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노동운동의 침체가 자주 거론되고, 새로운 운동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는 이면에는 바로 이 생산현장 수준의 권력관계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기업이라는 생산의 현장에 다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결국 작업장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운동이 기업의 경영전략에 대해 노동자들의 연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조건과 가능성들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해명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노사관계에 대한 신경영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적 요구로부터 제기된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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