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이세신 PD의 반상일기]日아마바둑의 ‘84세 국가대표’
2. “한국 바둑 세계화 성공하려면 미국에 프로기사제도 만들어야”
3. [바둑] 반 집 승으로 뒤집힌 반 집 패
2. “한국 바둑 세계화 성공하려면 미국에 프로기사제도 만들어야”
3. [바둑] 반 집 승으로 뒤집힌 반 집 패
본문내용
생활이지만 한국 바둑을 세계화한다는 보람으로 산다. 그가 한국바둑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개선 방안을 보내왔다.
프로기사의 해외 파견은 ‘영어 가능자’가 필수입니다. 아마추어라도 상관없습니다. 정부 예산을 받아 2년간 지원하고 있는 제도 자체는 훌륭합니다. 그러나 영어 가능자가 아니면 실효성이 없으며 바둑 보급이 아닌 그냥 ‘언어 연수’나 ‘여행’에 끝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도산업이 주최해 지난달 17∼20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2회 기도컵 바둑대회
(어린이 부문) 모습.
미국 바둑을 어떻게 키우느냐, 이것은 바둑 세계화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프로기사 제도를 만드는 것이 첩경입니다. 미국은 바둑 종목이라도 국가대표가 되면 아이비 리그의 유명 대학에도 쉽게 들어갑니다. 올해 US바둑콩그레스엔 450명이 출전했고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AGA(미국바둑협회)는 1년여 전부터 준비해 완벽하게 대회를 치러냈습니다. 미국 애호가들의 바둑에 대한 사랑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열정적이며 프로 제도로 발전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바둑의 실력은 이미 한국의 1960년대 실력 이상입니다. 올해 미국 응씨배에서 우승한 앤디 루이는 중국계인 장밍주 7단과 펑윈 9단을 호선으로 이기고 우승했습니다. 변방의 한국 바둑도 불과 20년 만에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그 근원은 바로 프로 제도였습니다. 미국에도 앤디 루이 같은 실력자는 많으며 연구생 제도 비슷한 것만 있으면 어린 천재 출현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한국이 이 같은 미국에 프로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둑 세계화의 지름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바둑 종주국화 사업’이란 이름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손 잡고 나아가야 할 중국과 괜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한국바둑 세계화’로 바꿔야 마땅합니다. 한국바둑이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었나 그 특성을 제대로 알리고 한국의 연구생 제도나 프로 제도를 미국 등에 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합니다.
미국 바둑은 황무지입니다. 그러나 자원이 무궁한 황무지이며 점점 쇠퇴기를 맞는 한국바둑이 앞으로 먹고살 수 있는 드넓은 땅과 같습니다. 일본은 먼저 바둑을 보급했지만 큰 실수를 했습니다. 바둑 용어 알려주고 바둑 수 몇 개 알려준다고 산업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프로 제도를 안착시키는 일이 바둑 세계화의 첩경이며 한국은 바로 이 점에 눈을 돌려 집중 지원해야 합니다.
[바둑] 반 집 승으로 뒤집힌 반 집 패
[ 중앙일보 2010. 10. 01 ]
프로바둑 초유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옥집을 집으로 알고 사석(死石)으로 메운 사건. 그것으로 반 집 승이 반 집 패로 뒤집힌 사건. 초일류 프로바둑에서도 착각으로 빚어진 반칙과 해프닝은 흔하다. 류시훈 9단은 공배를 메우던 중 상금만 4억원이 넘는 기성 타이틀을 날린 일이 있고 조훈현 9단과 조치훈 9단도 패싸움 중 엉뚱한 착각으로 승리를 헌납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좀 묘하다. “프로바둑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비난과 “축구의 ‘신의 손’ 같은 것. 착각도 승부의 한 부분”이란 옹호가 팽팽하더니 결국 승자 안관욱 8단의 기권으로 이어졌다.
해프닝 #1 계가
두 대국자 옥집을 집으로 착각
A에 두면 무려 28개의 백돌이 죽는다. 그러나 흑 을 쥔 김윤영 초단(사진 오른쪽)은 물론이고 백 의 안관욱 8단도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계 가를 했다. A의 곳은 그 바람에 백 집으로 계산
됐다.
시니어 대 여류의 대결인 지지옥션배 제17국, 안관욱 8단 대 김윤영 초단이 맞붙었다. 안관욱은 시니어지만 출중한 기력의 소유자로 이미 2연승을 거둔 상태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인 김윤영이 그의 3연승을 저지하고자 나섰다. 지난달 24일 오후 1시 바둑TV 분당 스튜디오. 바둑은 극미의 형세로 치달아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마지막 초읽기 속에서 대국이 끝났다. 최후의 공배를 흑을 쥔 김윤영이 메웠다. 반 집 승부는 마지막 공배를 메우는 쪽이 진다. 김윤영은 졌구나 생각했다. 잔뜩 흥분한 가운데 계가에 들어갔고 결국 백을 쥔 안관욱의 반 집 승. 생방송 하던 두 명의 프로 해설자는 약간 찜찜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바둑TV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연구생 출신 한 명이 “분명 흑이 반 집 이겼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해프닝 #2 비디오 분석
계가 실수 발견 … 승패 번복 안 돼
인터넷으로 기보를 다시 보며 계가해 보니 과연 흑이 반 집 이겼다. 어찌된 일인가.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 보며 비밀이 밝혀졌다. <기보> A의 곳은 옥집이다. 무려 28개의 돌이 단수로 몰려 있는 상태다. 뒤에 언급한 왕리청 9단처럼 김윤영 역시 빵 따내도 그만이다. 한데 두 기사는 모두 이 사실을 모른 채 계가했다. 비디오 테이프에서 김윤영은 세 번째 사석으로 빠르게 이곳을 메우고 있었다. 바둑TV는 승자 인터뷰를 취소하고 이 사실을 한국기원에 통보한 뒤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하나 책 한 권에 달하는 바둑 규정집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것은 없다. 사무총장이 긴급 의견을 모은 결과 “상대가 반칙 시 즉각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용해 “이미 결정 난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프닝 #3 기권
‘반 집 승’ 안관욱 신사도 발휘
3연승을 올린 안관욱은 그 뒤 김혜민 4단과의 대국도 이겨 4연승을 올렸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인터넷은 뜨겁게 달궈졌다. “거짓 승리다. 세상이 두 쪽 나도 바둑만큼은 정도로 가야 한다” “옥집도 모른 김윤영의 자살골. 아시안게임 대표인데 걱정이다” 등등.
안관욱 8단은 바둑계의 잘 알려진 ‘신사’다.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한국기원의 결정이 합리적이라 해도 내용상으로는 내가 반 집을 진 것이다. 더 이상 대국하기 힘들다”며 1일 예정이던 루이나이웨이 9단과의 대국을 포기했다. 안관욱의 기권으로 시니어는 최규병 9단과 조훈현 9단, 여류는 루이나이웨이, 조혜연 8단, 박지은 9단 3명이 남아 있다. 1일 대국은 루이 9단 대 최규병 9단의 대국으로 치러진다.
프로기사의 해외 파견은 ‘영어 가능자’가 필수입니다. 아마추어라도 상관없습니다. 정부 예산을 받아 2년간 지원하고 있는 제도 자체는 훌륭합니다. 그러나 영어 가능자가 아니면 실효성이 없으며 바둑 보급이 아닌 그냥 ‘언어 연수’나 ‘여행’에 끝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도산업이 주최해 지난달 17∼20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2회 기도컵 바둑대회
(어린이 부문) 모습.
미국 바둑을 어떻게 키우느냐, 이것은 바둑 세계화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프로기사 제도를 만드는 것이 첩경입니다. 미국은 바둑 종목이라도 국가대표가 되면 아이비 리그의 유명 대학에도 쉽게 들어갑니다. 올해 US바둑콩그레스엔 450명이 출전했고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AGA(미국바둑협회)는 1년여 전부터 준비해 완벽하게 대회를 치러냈습니다. 미국 애호가들의 바둑에 대한 사랑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열정적이며 프로 제도로 발전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바둑의 실력은 이미 한국의 1960년대 실력 이상입니다. 올해 미국 응씨배에서 우승한 앤디 루이는 중국계인 장밍주 7단과 펑윈 9단을 호선으로 이기고 우승했습니다. 변방의 한국 바둑도 불과 20년 만에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그 근원은 바로 프로 제도였습니다. 미국에도 앤디 루이 같은 실력자는 많으며 연구생 제도 비슷한 것만 있으면 어린 천재 출현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한국이 이 같은 미국에 프로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둑 세계화의 지름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바둑 종주국화 사업’이란 이름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손 잡고 나아가야 할 중국과 괜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한국바둑 세계화’로 바꿔야 마땅합니다. 한국바둑이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었나 그 특성을 제대로 알리고 한국의 연구생 제도나 프로 제도를 미국 등에 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합니다.
미국 바둑은 황무지입니다. 그러나 자원이 무궁한 황무지이며 점점 쇠퇴기를 맞는 한국바둑이 앞으로 먹고살 수 있는 드넓은 땅과 같습니다. 일본은 먼저 바둑을 보급했지만 큰 실수를 했습니다. 바둑 용어 알려주고 바둑 수 몇 개 알려준다고 산업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프로 제도를 안착시키는 일이 바둑 세계화의 첩경이며 한국은 바로 이 점에 눈을 돌려 집중 지원해야 합니다.
[바둑] 반 집 승으로 뒤집힌 반 집 패
[ 중앙일보 2010. 10. 01 ]
프로바둑 초유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옥집을 집으로 알고 사석(死石)으로 메운 사건. 그것으로 반 집 승이 반 집 패로 뒤집힌 사건. 초일류 프로바둑에서도 착각으로 빚어진 반칙과 해프닝은 흔하다. 류시훈 9단은 공배를 메우던 중 상금만 4억원이 넘는 기성 타이틀을 날린 일이 있고 조훈현 9단과 조치훈 9단도 패싸움 중 엉뚱한 착각으로 승리를 헌납한 일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좀 묘하다. “프로바둑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비난과 “축구의 ‘신의 손’ 같은 것. 착각도 승부의 한 부분”이란 옹호가 팽팽하더니 결국 승자 안관욱 8단의 기권으로 이어졌다.
해프닝 #1 계가
두 대국자 옥집을 집으로 착각
A에 두면 무려 28개의 백돌이 죽는다. 그러나 흑 을 쥔 김윤영 초단(사진 오른쪽)은 물론이고 백 의 안관욱 8단도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계 가를 했다. A의 곳은 그 바람에 백 집으로 계산
됐다.
시니어 대 여류의 대결인 지지옥션배 제17국, 안관욱 8단 대 김윤영 초단이 맞붙었다. 안관욱은 시니어지만 출중한 기력의 소유자로 이미 2연승을 거둔 상태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인 김윤영이 그의 3연승을 저지하고자 나섰다. 지난달 24일 오후 1시 바둑TV 분당 스튜디오. 바둑은 극미의 형세로 치달아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마지막 초읽기 속에서 대국이 끝났다. 최후의 공배를 흑을 쥔 김윤영이 메웠다. 반 집 승부는 마지막 공배를 메우는 쪽이 진다. 김윤영은 졌구나 생각했다. 잔뜩 흥분한 가운데 계가에 들어갔고 결국 백을 쥔 안관욱의 반 집 승. 생방송 하던 두 명의 프로 해설자는 약간 찜찜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바둑TV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연구생 출신 한 명이 “분명 흑이 반 집 이겼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해프닝 #2 비디오 분석
계가 실수 발견 … 승패 번복 안 돼
인터넷으로 기보를 다시 보며 계가해 보니 과연 흑이 반 집 이겼다. 어찌된 일인가.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 보며 비밀이 밝혀졌다. <기보> A의 곳은 옥집이다. 무려 28개의 돌이 단수로 몰려 있는 상태다. 뒤에 언급한 왕리청 9단처럼 김윤영 역시 빵 따내도 그만이다. 한데 두 기사는 모두 이 사실을 모른 채 계가했다. 비디오 테이프에서 김윤영은 세 번째 사석으로 빠르게 이곳을 메우고 있었다. 바둑TV는 승자 인터뷰를 취소하고 이 사실을 한국기원에 통보한 뒤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하나 책 한 권에 달하는 바둑 규정집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것은 없다. 사무총장이 긴급 의견을 모은 결과 “상대가 반칙 시 즉각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용해 “이미 결정 난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프닝 #3 기권
‘반 집 승’ 안관욱 신사도 발휘
3연승을 올린 안관욱은 그 뒤 김혜민 4단과의 대국도 이겨 4연승을 올렸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인터넷은 뜨겁게 달궈졌다. “거짓 승리다. 세상이 두 쪽 나도 바둑만큼은 정도로 가야 한다” “옥집도 모른 김윤영의 자살골. 아시안게임 대표인데 걱정이다” 등등.
안관욱 8단은 바둑계의 잘 알려진 ‘신사’다.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한국기원의 결정이 합리적이라 해도 내용상으로는 내가 반 집을 진 것이다. 더 이상 대국하기 힘들다”며 1일 예정이던 루이나이웨이 9단과의 대국을 포기했다. 안관욱의 기권으로 시니어는 최규병 9단과 조훈현 9단, 여류는 루이나이웨이, 조혜연 8단, 박지은 9단 3명이 남아 있다. 1일 대국은 루이 9단 대 최규병 9단의 대국으로 치러진다.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