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와 문화

목차

제1장 중국, 중국인, 중국문화

제2장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

제3장 중국인의 역사인식

제4장 사마천과 사기

본문내용

없는 불효자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체의 일부를 잃은 그 하나만 가지고도 사마천이 불효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사마천의 편지내용을 필자가 감가해서 정리했지만, 사마천의 싶은 마음의 일단을읽어낼 수가 있다. 편지내용을 통해서 절망으로 가득했던 한 지식인의 고뇌와 울분이 몸으로 느껴지고도 남는다. 그래서 그는 붓을 들 때마다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쏟아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사기 자서편에는 그의 깊은 탄식이 쏟아진다. 임안에게 보내는 사마천의 편지는 무고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맞아야 하는 임안에게 위로인 동시에 절망감을 죽었다는 생각이다.
이릉 사건과 그에 따른 부형이라는 인생의 오욕으로 말미암아 받은 정신적육체적 타격은 사마천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7. 드디어 발분하다.
사마천은 부친의 죽음과 이릉의 사건을 겪고 사회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 새로운 인생관,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 절망과 죽음의 끝없는 추락에서 도망갈 길 초차 없던 사마천에게 역사는 새롭게 다가와KT다. 역사가의 소명을 지닌 사마천은 자신의 절망과 희망, 죽음과 삶의 의의를 역사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역사에서 그러함을 찾지 못한다면 세상의 조소를 받으면서까지 역사를 저술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마천은 역사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현인이라 일컫는 사람들은 평탄한 삶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고조 유방에게 포박당하여 죄수용 수레에 갇혔다가 유방의 부인 여후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한신에게 죄가 있다면 지략과 능력이 너무 출중했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는 신분과 지위가 공경대부이거나 나라의 군주를 위해 영웅적으로 몸을 바친 위인들이었지만, 죄가 없는 것이 죄가 되어 곤경을 당하고 참혹한 죽음까지 당하였다. 주나라 문왕은 유리에 갇혀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학하고 비굴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분발하여 주역의 8괘를 64괘로 넓혀 설명하였고,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는 자신을 가로막고 위해를 가하려는 일생일대의 위기에서도 천하에 도를 펴기위해 춘추를 저술하였다.
사마천은 성현들조차 골수에까지 사무친 자신들의 한을 토해내어 명저를 이뤘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마천은 이들 위인을 통해 어느 정도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500년을 주기로 세상을 밝히기 위해 태어난다는 성인의 반열에 자신을 이어 붙였다. 공자가 죽은 해가 기원전 479년이니 사마천 시대까지 계산하면 대략 400년이 흘렀지만, 사마천은 500년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래도 사마천은 죽는 날까지 스며드는 절망감과 비탄에 빠지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그러한 참담함 속에서 그는 끝내 사기를 완성했던 것이다.
8. 사기의 체재와 구성
사마천이 일생을 바쳐 저술한 위대한 저작 사기는 중국 역사서를 대표하는 정사인 24사의 선두에 놓인다. 사기는 하 왕조 이전의 전설시대인 소위 삼화오제시대부터 사마천 자신의 시대인 한나라 무제시대에 이르는 약 3천여 년의 역사를 포괄하고 있는 통사이다. 통사는 과거의역사를 하나의 연속하는 전체로서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대사가 하나의 왕조가 성립해서 멸망에 이르는 각기의 왕조를 하나의 완결체로 간주하고 기술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사마천이 독특한 기전체 서술 방식을 채택한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사건의 연대기적인 흐름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사건들 간의 복잡한 상관관계, 중요한 관례와 제도의 발전과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건에 있어서 개인 인물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9. 사마씨와 후예
사마천의 직계가족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사마천을 다룬 한서에 의거해 보면, 사마천 사후 사마씨의 성을 가진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발견된다. 사마천의 사기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한나라 선제 때에 사마천의 외손인 평통후 양훈이라는 사람에 의해서라고 한다.
10. 춘추와 사마천
춘추는 역대의 중국의 지식인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고전의 하나로 각광받았다. 사마천은 춘추의 대가인 동중서로부터 춘추학을 배웠다.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장안에서 20세 전후의 약관의 나이로 대석학인 동중서로부터 춘추에 대해 문답하는 형식으로 가르핌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마천은 분명 사기를 춘추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그것을 통해 자긱의 잘잘못을 깨달아 깨우침을 얻은 교훈서로 만들고 싶어 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기에 춘추를 빌린 것이다.
전통시대의 중국 지식인들은 춘추가 위대한 성인인 공자가 지은 것이기 때문에 그 기록을 결코 단순하게 보아서는 안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공자의 깊은 뜻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끊임없이 춘추의 본문에 대하여 해석을 가하고 거기에서 공자가 정말로 말하려는 뜻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언뜻 보기에는 논쟁이 될 것 같지도 않은 이 내용을 가지고 양 학파는 오랫동안 격론을 벌였다. 아무리 적과 TK우는 상황이라 하여도 정도를 지키려는 송 양공의 위와 같은 행위를 ‘송나라 양공의 인의 정신’이라는 의미로 ‘송양지인’이라 한다. ‘송양지인’에 대해 좌씨학파는 양공을 어리석은 자라고 혹평한다. 즉 인을 베풀 때에는 마땅히 자신의 형편을 고려해야 하거늘, 나라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전쟁에서, 그것도 자신보다 군사력이 훨씬 강한 상대에게 인을 베풀어서 끝내는 패배를 자초한 것을 어찌 인이라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반면에 공양학파에서는 비록 위급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정도를 지켜서 상대의 포진이 완료될 때까지 공격하지 않은 ‘송양지인’을 진정한 인이라고 평가한다. 사마천은 위의 두 학파의 주장에 어느 쪽을 택하였을까? 사마천은 학술적으로 공양학파로 분류된다. 사마천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동중서가 공양학파의 대 석학이다. 때문에 사마천은 자연히 공양학파에 가깝다.
이렇게 춘추의 기사 하나하나는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사마천의 역사인식의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송양지인’은 사마천 역사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의 하나이다.

키워드

인문,   중국인,   역사,   중국문화,   실크로드,   사마천과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