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페미니즘 영화 비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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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형화된 역할과 위치에서 그들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또한 이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문학계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선두로 많은 여성작가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기 전에는 문학계를 이끌어 가는 대부분의 작가가 남성이었다는 점, 그로 인해 수많은 작품들 속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이란 판에 박히고 고정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한국 영화계에 감독이 남성이라는 점, 따라서 그들이 표현하는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들도 역시 남성이라는 점, 간혹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더라도 그녀들은 남성감독의 관점에서 덧칠되어 표현된다는 점에 대해서, 정재은 이라는 여성감독이 등장해 네 명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사실, 이 한 가지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페미니스트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사실이다.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태희’조차도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워 물면서, 담배가 어디 남자들, 너희들만의 전유물이냐고 비웃는데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위치, 그들을 상징하는 많은 장치들, 그들이 내뱉는 비아냥 섞인 말들을 통해서 나 스스로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빠져있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들의 찌든 내음들을 조금씩 맡아볼 수 있었다.
페미니즘은 비단 문학에만 국한된 사상이 아니다.
범문화적인 사회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페미니스트 비평을 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이란, 모르긴 몰라도 비평가로써의 자신들의 존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불현듯 해 본다.

키워드

비평,   평론,   문예비평,   고양이,   여성감독,   배두나,   페미니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