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찰, 교육청, 검사, 판사 그리고 알 수 없는 더 높은 사람들이 공모하고 있다. 학벌과 지연으로 연결된 부패구조다. 이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밝히고 드러내야 하는 공적 사회제도와 기관 자체가 이미 존재 이유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연대 구조와 이익을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이런 상황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약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정의란 과연 있는가?
아니, 나 스스로가 정의를 주장할 낯짝이라도 있을지 갑자기 멍해진다. 영화를 통해 이 사회에는 더 이상 과거의 권위와 역할에 의한 통념적 기준이나 책임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이익을 위해 누구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더하게 된다.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이들에게는 분명 ‘꼼수’와 같은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불길함을 자각하게 된다.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보는 듯하다.
누구를 위한 법과 제도인가
‘동물동장’에서 동지들을 위한다는 지도자들은 사실 동지인 동물들을 착취하고 이용하며, 이들의 관심은 오직 자신의 이익뿐이었다. 스스로 알 수 없는 피해의식을 느끼는 대중은 바로 이 영화 속에서 학교장이나 교사라는 권위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폭력을 체험한다. 법과 질서의 유지라는 명목으로 경찰과 검찰, 판사, 변호사가 사이좋게 자신의 이익을 나누는 모습도 본다. 겉으로 얼마나 번듯하게 살아가고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대중은 그들의 무자비한 권력, 아니 폭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대중은 삶에서 일어나는 비겁한 것을 애써 외면하고, 옳지 않은 일에도 암묵적으로 공모하면서 ‘돈이 웬수’라는 핑계를 댄다.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쇼처럼 감상하듯 지나치고 싶어 한다. 현실이 아니라고 자신을 속인다. 영화는 애써 현실이 아니라고 외면하고자 했던, 쇼와 같은 우리의 현실을 ‘불편한 진실’로 맞이하게 한다. 영화 속의 무진시가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선진국을 만들었다는 이 나라의 기성세대 또는 리더들은 이 나라가 그리 정의롭지 못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분명히 심어준 것 같다.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열심히 살게 되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영화가 보여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장애아동 성추행 사건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다.
안개 낀 무진시의 모습은 현재에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진정서와 탄원서를 다섯 차례나 외면했던 안순일 당시 광주시 교육감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이 되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더 출세한 인물이 된 것이다. 그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광주시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인화학교 성폭력 혐의 교사 2명이 다시 학교에 복직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런 사람이 현 정부에서 특수교육을 관장하는 학교교육지원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장애학생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연 제대로 된 법과 제도가 이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국회 청문회에서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안순일 본부장은 “지금 사임하면 ‘도가니 교육감’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다. 저는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분명 그는 당시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 그렇기에 그는 더 출세한 위치로 옮겨갈 수 있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경찰조사와 교과부 자체 감사 결과를 보고 안 본부장에 대한 인사조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 현실 속에 그대로 투사되는 것 같다.
영화를 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법과 제도의 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 말씀’ 했을 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말을 한 대통령이 영화 속의 누군가와 중첩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하시는 말씀은 정말 거룩하다. 그러나 정말 대통령께서 아셔야 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가 더 이상 현재의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과 제도의 변화, 또는 시정 조치들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현실이라기보다는 분명 쇼다. 아니,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힘없는 사람들의 정의에 대한 요구가 어쩌면 더 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이 누구를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지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끼리 자리를 나누어 먹는 듯이 보이는, ‘고소영’ ‘강부자’ 소리를 듣는 정부에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란 참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대중은 영화 속 무진시의 사건을 쇼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속에서 누구나 처절하게 느끼는 피해의식과 생존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한다.
‘도가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개의 도시 무진시는 이제 햇볕 아래 그 처연하고 처참한 몰골을 드러냈다. 우리 삶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낼 때,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과연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될 것인가?” 떠밀려 정의를 찾겠다고 나설 것인지, 아니면 “누가 옳은지 몰라서 그렇게 사는 줄 아냐. 제 한 몸 건사하고 가족들 먹여 살리려면, 옳은 말 옳은 일 하면서는 살 수 없다”는 말로 체념하고 지낼 것인지? 멍한 상태에서 뭐라도 결정하고 싶다.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확인할 시간이 된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한 편의 영화는 끝났지만, 마음속의 도가니는 아직 끓고 있는 듯하다. 언제 이것이 비등점까지 달궈져 끓어 넘칠지는 모르겠다. 다만 양푼 냄비처럼 금세 끓었다 금세 식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나 스스로에게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이며, 어떤 사회 속에서 내가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차례다. 영화 ‘도가니’는 나의 삶에서 내가 직면해야 했던 ‘불편한 진실’을 애써 잊어버리고, 그냥 현실 속에서 잘 살 수 있으려니 여겨온 삶의 방식에 대해 부끄럽다는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렇게는 안 될 것 같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또 다른 위기감을 느끼게 만든 영화다.
아니, 나 스스로가 정의를 주장할 낯짝이라도 있을지 갑자기 멍해진다. 영화를 통해 이 사회에는 더 이상 과거의 권위와 역할에 의한 통념적 기준이나 책임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이익을 위해 누구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더하게 된다.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이들에게는 분명 ‘꼼수’와 같은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불길함을 자각하게 된다.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보는 듯하다.
누구를 위한 법과 제도인가
‘동물동장’에서 동지들을 위한다는 지도자들은 사실 동지인 동물들을 착취하고 이용하며, 이들의 관심은 오직 자신의 이익뿐이었다. 스스로 알 수 없는 피해의식을 느끼는 대중은 바로 이 영화 속에서 학교장이나 교사라는 권위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폭력을 체험한다. 법과 질서의 유지라는 명목으로 경찰과 검찰, 판사, 변호사가 사이좋게 자신의 이익을 나누는 모습도 본다. 겉으로 얼마나 번듯하게 살아가고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대중은 그들의 무자비한 권력, 아니 폭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대중은 삶에서 일어나는 비겁한 것을 애써 외면하고, 옳지 않은 일에도 암묵적으로 공모하면서 ‘돈이 웬수’라는 핑계를 댄다.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쇼처럼 감상하듯 지나치고 싶어 한다. 현실이 아니라고 자신을 속인다. 영화는 애써 현실이 아니라고 외면하고자 했던, 쇼와 같은 우리의 현실을 ‘불편한 진실’로 맞이하게 한다. 영화 속의 무진시가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선진국을 만들었다는 이 나라의 기성세대 또는 리더들은 이 나라가 그리 정의롭지 못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분명히 심어준 것 같다.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열심히 살게 되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영화가 보여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장애아동 성추행 사건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다.
안개 낀 무진시의 모습은 현재에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진정서와 탄원서를 다섯 차례나 외면했던 안순일 당시 광주시 교육감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이 되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더 출세한 인물이 된 것이다. 그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광주시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인화학교 성폭력 혐의 교사 2명이 다시 학교에 복직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런 사람이 현 정부에서 특수교육을 관장하는 학교교육지원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장애학생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연 제대로 된 법과 제도가 이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국회 청문회에서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안순일 본부장은 “지금 사임하면 ‘도가니 교육감’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다. 저는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분명 그는 당시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 그렇기에 그는 더 출세한 위치로 옮겨갈 수 있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경찰조사와 교과부 자체 감사 결과를 보고 안 본부장에 대한 인사조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 현실 속에 그대로 투사되는 것 같다.
영화를 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법과 제도의 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 말씀’ 했을 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말을 한 대통령이 영화 속의 누군가와 중첩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하시는 말씀은 정말 거룩하다. 그러나 정말 대통령께서 아셔야 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가 더 이상 현재의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과 제도의 변화, 또는 시정 조치들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현실이라기보다는 분명 쇼다. 아니,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힘없는 사람들의 정의에 대한 요구가 어쩌면 더 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이 누구를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지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끼리 자리를 나누어 먹는 듯이 보이는, ‘고소영’ ‘강부자’ 소리를 듣는 정부에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란 참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대중은 영화 속 무진시의 사건을 쇼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속에서 누구나 처절하게 느끼는 피해의식과 생존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한다.
‘도가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개의 도시 무진시는 이제 햇볕 아래 그 처연하고 처참한 몰골을 드러냈다. 우리 삶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낼 때,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과연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될 것인가?” 떠밀려 정의를 찾겠다고 나설 것인지, 아니면 “누가 옳은지 몰라서 그렇게 사는 줄 아냐. 제 한 몸 건사하고 가족들 먹여 살리려면, 옳은 말 옳은 일 하면서는 살 수 없다”는 말로 체념하고 지낼 것인지? 멍한 상태에서 뭐라도 결정하고 싶다.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확인할 시간이 된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한 편의 영화는 끝났지만, 마음속의 도가니는 아직 끓고 있는 듯하다. 언제 이것이 비등점까지 달궈져 끓어 넘칠지는 모르겠다. 다만 양푼 냄비처럼 금세 끓었다 금세 식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나 스스로에게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이며, 어떤 사회 속에서 내가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차례다. 영화 ‘도가니’는 나의 삶에서 내가 직면해야 했던 ‘불편한 진실’을 애써 잊어버리고, 그냥 현실 속에서 잘 살 수 있으려니 여겨온 삶의 방식에 대해 부끄럽다는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렇게는 안 될 것 같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또 다른 위기감을 느끼게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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