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웅소설과여성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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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이 지배하고 있어서 상하계급의 제도가 엄격하였고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엄격하게 구별하면서 여성보다는 남성을 존중하는 남존여비의 사상이 크게 지배하고 있었다. 여성은 비록 양반층의 여성이라고 해도 남성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있었으며 제도적으로 억압받은 존재였다,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제한된 생활반경과 통제된 여인의 운명, 가문간의 정혼으로 인한 운명의 결정과 극심한 성차별은 당대 여인들이 겪어야했던 불우한 삶을 대변해 주는 질곡이었다. 이러한 여성의 문제는 넓게는 당대사회의 구조와 관련된 정치, 경제, 문화, 이념등과 관련된 문제이며, 좁게는 남녀, 가족, 사회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대적으로 저하된 자신의 현실적 위치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 자신의 처지보다는 훨씬 더 여성의 역할이 자유스럽게 강조되어있는 소설은 여성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조동일,『한국소설의 이론』, 지식산업사, 1977.
더욱이 조선 후기에는 국문소설이 부녀자층을 중심으로 애독되었다는 점과 이들의 향유물이 영웅소설이 대부분이었음을 볼 때 이들의 의식은 자연스럽게 확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영웅소설에서 여성중심적 시각의 가장 대표적인 표출은 애정을 성취하는 데에 비중이 있다. 이것은 애정을 중심내용으로 하는 설화에 입신양명담이 부분적으로 수용되어 성립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영웅소설의 입신양명 구조에 남녀의 애정담을 차용함으로써 욕망의 지향이 다변화되는 경우라 하겠다. 이것은 영웅소설이 지니는 통속성을 고려한다면 여성의식의 문제가 작가의 상상력 외에도 당대의 문학적 관습과 독자층의 기호나 가치판단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소설에서는 당대에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고난과 시련이 형상화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여성이 겪었던 고난은 당대 여성 전체의 고난으로 형상화되는 동시에 이들의 삶이 만들어내는 정신적 체계가 표출되는 것이다. 여성들은 전란이나 재해, 또는 일상의 삶의 이르기까지 남성에 비해 현실적 고통을 받으며 성적 질곡에 의한 사회구조적인 모순의 피해를 감수한다. 이들에게서 자유로운 인간성의 해방과 그 발원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그 소설적 형상화는 궤를 달리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외형적으로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는 당대의 사회질서를 정면으로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그 질서의 모순을 인식하고 그 모순에 대한 저항적 사랑에 공감을 느끼는 당대의 소설향유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향유층의 욕구는 유사한 영웅소설의 다량산출을 낳게 된다. 어느 시기에 인기리에 읽혔던 소설은 문학관습이 되어 이와 유사한 유형의 소설을 계속해서 창작하게 되는데 작가나 독자들은 이러한 욕구를 일정하게 소설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어느 소설의 줄거리가 흥미 있는 소재가 될 때에, 이는 다른 소설의 줄거리로 차용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여성 독자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형상화해서 자신들이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기도 하며 개인이나 가정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영웅소설로 표출하여 이를 통쾌하게 해결해 보고자 했을 것이다.
여성은 남성들에 의해 독점되어 온 공적 영역으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확대하고자 했을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외형적인 여성상의 모습을 가장해서라도 자신들의 욕망을 표출시켰던 것이다. 여성영웅소설에서 여성이 남장을 하고 병서와 무예를 익혀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양명을 하는 것은 전통적인 영웅소설에서 볼 수 있는 남성 영웅과 동등한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나아가 남성을 지배하거나 통솔까지 하는 영웅성을 보여주는 것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롭게 제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입신양명을 하기위한 여성의 남장은 유폐된 생활을 강요하던 조선사회 여성의 삶의 방식과 그것을 거부하는 조선시대 여성의 욕구로 볼 수 있다. 즉 영웅소설에서 여주인공이 갖는 욕망의 구체화와 낭만적인 실현형태는 그것을 가로막는 현실세계의 질서를 문제적인 것으로 보고, 그것의 극복을 바라는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한 여성 중심적 서술시각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서술시각이 영웅소설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시대적 상황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웅소설에서 여성 중심적 시각은 자신들의 억압의 현실을 문제 상황으로 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억압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해결의 전망을 제시해 주지 못함으로써 그 한계를 갖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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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식,   영웅소설,   연구의목적,   방법,   수용과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