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맨발』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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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문태준의 『맨발』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1. 들어가는 말

2. 문태준 시인에 대해

3. 『맨발』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
⑴ 불교적 세계관
⑵ 순간적인 시간의 연속성
⑶ 가족애
⑷ 풍경 안 사람, 사람 안 풍경

4. 결론

본문내용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보다
나희덕/ 『그 말이 잎에 물들었다』/ 창비, 1994
에는 여름내 농약 없이 키운 배추를 묶으며, 그 안에 갇혀 있을지 모르는 벌레를 걱정하는 화자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화자는 자신의 몸을 벌레에게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하게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이 같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배추풀물이 소매에 물”들었다고 말하는 화자의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동화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태준 시인의 또 다른 시 <동천(東天)>을 살펴보자.
산을 지고 앉은 그 집에서는 밤새 징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아랫마을에서 온 하얀 노파가 그 집 대문을 나온 후 굿이 멎었다
작은 다리 아래서 뱀의 차가운 허물 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쪼그려 앉아 묵은 옷가지를 태우는 여인이 있었다
별은 오래 묵은 여관처럼 하늘에 오래 있었으나 근심처럼 몸이 차갑고
풋내 나는 하늘이 트자 어슬어슬 저 건너 세상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동천(東天)」전문
어스름한 새벽, “산을 지고 앉은 그 집”에서는 굿판이 벌어졌다. 하얀 노파가 집에서 나옴과 동시에 굿판은 끝나고, 한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 죽은 이의 옷가지를 태우고 있다. 아마 죽은 이는 노파의 지아비이거나 자식인 듯하다. 옷가지를 태우자 뱀의 허물같이 피어오르는 연기는 굿을 벌인 후, 죽은 이의 혼이 하늘로 떠났다는 걸 보여준다.
과거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동물로 다시 태어나는데, 그 중에서 뱀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믿어왔다. 이 시에서는 새벽녘에 동이 트는 모습과 죽은 이의 진혼굿 과정을 맞물려 보여줌으로써 서정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렇듯 문태준 시인의 시속에는 전통적인 과거가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죽은 이의 혼을 달래는 진혼 사상은 물론 우물을 파는 행위(「우물이 있던 자리」)와 장마철에 개천물이 범람하여 물갈이 되는 모습(「큰물이 나가셨다」) 등에서 근래에 볼 수 없는 우리네의 전통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큰비가 내린 후, “큰물이 나가셨다”소리치는 풍경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그 모습들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 조상들은 대지를 어머니로, 하늘을 아버지로 섬기며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갔을 것이다. 그 속에서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현대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자연의 문제는 우리에게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지는데, 하물며 그때는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가는 바이다.
시인은 이러한 과거의 모습을 현대인에게 상기 시켜 주고 있다. 각박하고 기계적인 현대인의 삶속에 자연은 자본주의에 눌려 부차적인 존재처럼 치부되었다. 모든 것이 함께 어울려 살던 옛날의 흔적들은 산을 깎아 길을 만들고, 도로를 만들고 하면서 같이 깎여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런 시대에 각박함에서 문태준 시인의 시들은 아스팔트에 핀 한 송이 민들레처럼 우리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그의 시들은 꽃 한 송이로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민들레 홀씨가 되어 세상 곳곳에 그 자그마한 존재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4. 결론
문태준의 두 번째 시집『맨발』을 읽으면 기억의 손에 이끌려 아스라한 그리움과 따뜻한 비애의 품으로 안기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시에는 우리 몸에 배인 쇳덩이로 이뤄진 기계의 역한 윤활유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가 포착한 시세계에서 기억은 스스로를 뛰어넘어 풍경 그 자체가 된다. 그 풍경 안에는 떼처럼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출렁이고 있고, 살구꽃이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따듯한 아랫목에서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를 들으며 짧은 낮잠을 자고 있는 아버지가 있는 것이다.
시인에게 있어 ‘시’라는 것은 멈춰있는 기억의 한 흔적이 아닌, 점점 성장해가는 자기 자신의 모습- 그 자체이다. 그가 세상 밖으로 내민 발은 광택 나는 구두도, 에어가 잔뜩 들어간 운동화도, 빨간 하이힐도 신고 있지 않다. 자신의 가장 아래에 존재하면서 고된 일을 하고 있는 발은 순수한 그 자체- 즉, 맨발인 채로 땅을 내딛는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발은 세상에 닿은 순간 상처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내딛은 맨발은 부처의 발처럼, 말없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언어’라는 체계 안에서 담기에 힘들만큼 그의 세계는 무척이나 넓다. 그래서 그는 직접 발을 내딛어 우리에게 그가 품은 세상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때문에 우리는 그의 보드라운 맨발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앞서 발표한 조들이 다루었던 시집과 문태준의 시집을 비교해보면, 그의 시들은 여타의 시집들과는 달리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전통적인 서정시와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맨발』에 수록된 그의 시들은 마치 70년대의 농촌풍경을 보는 듯 정겹고 익숙하게 느껴진다. 강하고 개성 있는 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문단에서 30대의 젊은 시인이 보여주는 전통적인 풍경은 오히려 문태준 시인을 독특한 시인으로 느끼게끔 한다.
하지만, 그의 복고주의적 시 쓰기에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 문태준의 시가 보여주는 세계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문태준의 시가 얼마 가지 않아서 ‘익숙함’의 매너리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박남희, <우리 시의 현재와 미래>, ‘빈터’동인 시집 원고, 2006
”고 평한 박남희 시인의 말과 같이 말이다. 그가 좀 더 시의 범주를 확장해나가지 못하는 한, 그의 시는 ‘신선함이 없는 틀에 박힌 시’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기이하거나 강렬한 작품이 높이 평가를 받는 시대 흐름이기에, 문태준 시인의 시 세계는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의 시집 『맨발』이 동서문학상과 노작문학상, 그리고 소월시문학상에 당선된 것이 바로 그 증거일 것이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속 깊은 시를 쓰고 싶다” “[초대석]소월시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 휩쓴 문태준 시인”, [동아일보], 2006.04.19
는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는 담박하면서도 무게가 있다. 낡고 손때 묻은 추억 속의 풍경을 마련하는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떠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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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3.11.04
  • 저작시기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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