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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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돈이 성공이 되고 가치가 되기 때문에 모두 그를 위해 경쟁한다. 돈 못 버는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다. 누군가가 패배자가 되는 것을 사회적인 문제로서 해석하지 않고 오롯이 그 자신의 무능력함과 부족한 노력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에서 진 사람에게는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에 우리의 삶이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는 기분이 들고, 더욱 피폐해지지만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찾지 못한다.
과연 패배자가 되는 이유가 자신의 문제일까. 전혀 아니지는 않겠으나, 현재 시스템 하에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경쟁은 자전거와 스포츠카의 경주 대결만큼이나 터무니없는 대결이 되어 버린다. 물론 종종 자전거가 스포츠카를 이겨버리는 예외적인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자전거를 타고 스포츠카를 이겨버린 사람이 결승선에 한 명 있다면, 저 멀리에 아직도 따라오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는 자전거 운전자는 수천, 수만 명 일 것이다. 이래도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우월한 경제 체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스포츠카를 탄 유리한 경쟁자 일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체제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체제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 시스템은 여러 가지 사례에서 보이듯 너무나 불안정하고, 또 언젠가는 큰 문제가 터지게 되어있다. 때문에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에 보다 많은 초점이 맞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키워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민주주의 비판,   자유시장,   낙수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