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시작하면서-
1. ‘아래로부터의 역사’와 미시사
2.《치즈와 구더기》- 카를로 진즈부르그
3. 미시사와 거시사
4. 한국사에서의 미시사적 접근 방식의 활용
5. 미시적 민중사-한국사 연구의 새 길
-마치면서-
1. ‘아래로부터의 역사’와 미시사
2.《치즈와 구더기》- 카를로 진즈부르그
3. 미시사와 거시사
4. 한국사에서의 미시사적 접근 방식의 활용
5. 미시적 민중사-한국사 연구의 새 길
-마치면서-
본문내용
첫째. 이전의 향토사 연구는 주로 일정한 지역에 거주했던 양반이나 향리 등 일부 계급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서 그들이 전개 했던 사회적 또는 경제적 활동만을 따로 검토했다. 이점은 미시적 연구에서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인 인간 활동의 총체성이 중시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둘째, 향토사 연구는 한국사의 단선적 발달 모형을 탐구하는 데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와 달리, 미시사에서는 다양성과 개별성이 강조될 것이다.
셋째, 미시적 연구는 연구 주제의 성격에 따라서 연구 대상 지역이 확대될 수도 있다. 국가 전체, 동일 문화관에 속한 여러 나라 또는 그 이상으로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민중 연구를 위하여 이용될 수 있는 자료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떠한 방법으로 분석 검토되어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종전에 비하여 자료의 개념이 크게 확장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연구 방법도 좀 더 다양해지고 전문화될 것이다.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을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인 행위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행위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었던 민중의 의식 세계까지 고찰하게 된다. 그런 만큼 특정한 자료에만 한정 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 연구 방법에서도 여러 종류의 다양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인접 학문 분야의 연구 성과를 참조하거나 새로 개발된 이론을 빌려다 쓰게 될 것이다.
이전의 민중사 연구에서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불평이 적지 않았다. 역사 연구 자료들은, 각 시기의 통치자들이 그들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편찬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민중 연구를 위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불만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 자료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서 보면, 기존 자료에서도 민중의 행위와 의식을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대목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연구자들의 관심 밖으로 떠밀려서 버려져 있는 값진 자료도 많이 있다. 앞으로의 민중사 연구는 매몰된 자료를 새로 개발하는 한편, 이미 알려진 자료라도 그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선 농기구와 가재도구를 비롯하여, 생활에 필수적이었던 각종의 도구들이 연구 자료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한 도구의 제작과 이용, 그리고 그것이 초래했을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인 영향을 정밀하게 검토해야한다. 그리고 집터나 경작지 등을 발굴하여 얻어질 고고학적 성과도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지금까지의 고고학적 발굴 사업이 주로 지배자의 무덤을 위주로 한 고대의 유적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점은 재로를 요하는 일이다. 유물과 유적에 다하여 시작적인 자료들도 연구에 동원되어야 할 새로운 자료이다. 사찰의 탱화나 각종 종교의 서적에 실려 있는 삽화는 물론이고, 현대 다량으로 남아 잇는 민화도 귀중한 자료들이다. 속담과 설화로 대표되는 구전의 자료들도 민중의 역사를 연구함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이 점은 세시 풍속이나 민간 신앙에 관계되는 무형의 자료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중에 관한 이전의 연구에서 비교적 자주 이용된 자료가 호적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호적이야 말로 피지배층을 구성했던 민중 개인이나 그가 속한 소규모 집단의 생활을 가장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호적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단편적인 기록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할 경우에는, 그들의 삶을 출생부터 시작하여 성장, 결혼, 자녀의 출산, 이주, 직업 및 사망과 상속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포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중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가 다름 아닌 호적일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볼 때, 앞으로 민중의 역사는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민족 또는 국가적 차원을 절대시하는 연구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와 아울러서 일직선적 발전 사관의 논리를 반성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민중 연구는, 주로 민중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며, 인간 활동의 여러 측면을 상호 유기적인 연관 속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구 자료의 개념이 종래의 연구에서와는 달리 크게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좀 더 효과적인 연구 분석을 위하여 인접한 여러 학문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를 도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민중연구에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미시적 민중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면서
20세기 전반에는 전체주의적이며, 구조적인 연구 방법이 인문 사회과학계를 주도했었다. 1970년대에 등장한 미시사 또는 미시 분석은 그러한 과거의 학문적 풍토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새로운 학문 운동으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미시사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대적 인식의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 ‘구조’에 대한 관심을 ‘관계’ 또는 ‘전략’으로 바꿔버린다는 점에서 우선 그러하다. 지금까지 상식으로 통해 온 단선적 진보에 대한 신념을 근대의 역사적 유산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문화의 ‘단절’과 ‘중층성’에 대한 인식의 눈을 뜨게 한다는 점에서 미시사는 새로운 문화 운동이다.
물론 미시사가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앞선 노력들을 무로 돌리기보다는 그 우위에서 한 걸음 내딛는 법이다. 거시사가 위로부터 인간의 삶을 조망했다면, 미시사는 삶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내면을 보려는 시도가 아닐까?
:: 참고문헌
조반니 레비, 《미시사란 무엇인가》, 푸른역사, 2001.
카를로 진즈부르그, 《치즈와 구더기》, 문학과 지성사, 2001
위르겐 슐룸봄, 《미시사의 즐거움》, 돌베개, 2003
위르겐 슐룸봄 편, 《미시사와 거시사》, 궁리, 2003
김기봉 외,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 푸른역사, 2002
이훈상, 〈미시사와 다성성의 글쓰기〉, 《한국사론》32, 2002.
조한욱,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책세상, 2000
클리포드 기어츠 〈제 1장 중층 기술〉,《문화의 해석》, 까치, 1998
둘째, 향토사 연구는 한국사의 단선적 발달 모형을 탐구하는 데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와 달리, 미시사에서는 다양성과 개별성이 강조될 것이다.
셋째, 미시적 연구는 연구 주제의 성격에 따라서 연구 대상 지역이 확대될 수도 있다. 국가 전체, 동일 문화관에 속한 여러 나라 또는 그 이상으로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민중 연구를 위하여 이용될 수 있는 자료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떠한 방법으로 분석 검토되어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종전에 비하여 자료의 개념이 크게 확장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연구 방법도 좀 더 다양해지고 전문화될 것이다.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을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인 행위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행위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었던 민중의 의식 세계까지 고찰하게 된다. 그런 만큼 특정한 자료에만 한정 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 연구 방법에서도 여러 종류의 다양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인접 학문 분야의 연구 성과를 참조하거나 새로 개발된 이론을 빌려다 쓰게 될 것이다.
이전의 민중사 연구에서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불평이 적지 않았다. 역사 연구 자료들은, 각 시기의 통치자들이 그들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편찬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민중 연구를 위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불만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 자료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서 보면, 기존 자료에서도 민중의 행위와 의식을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대목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연구자들의 관심 밖으로 떠밀려서 버려져 있는 값진 자료도 많이 있다. 앞으로의 민중사 연구는 매몰된 자료를 새로 개발하는 한편, 이미 알려진 자료라도 그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선 농기구와 가재도구를 비롯하여, 생활에 필수적이었던 각종의 도구들이 연구 자료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한 도구의 제작과 이용, 그리고 그것이 초래했을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인 영향을 정밀하게 검토해야한다. 그리고 집터나 경작지 등을 발굴하여 얻어질 고고학적 성과도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지금까지의 고고학적 발굴 사업이 주로 지배자의 무덤을 위주로 한 고대의 유적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점은 재로를 요하는 일이다. 유물과 유적에 다하여 시작적인 자료들도 연구에 동원되어야 할 새로운 자료이다. 사찰의 탱화나 각종 종교의 서적에 실려 있는 삽화는 물론이고, 현대 다량으로 남아 잇는 민화도 귀중한 자료들이다. 속담과 설화로 대표되는 구전의 자료들도 민중의 역사를 연구함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이 점은 세시 풍속이나 민간 신앙에 관계되는 무형의 자료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중에 관한 이전의 연구에서 비교적 자주 이용된 자료가 호적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호적이야 말로 피지배층을 구성했던 민중 개인이나 그가 속한 소규모 집단의 생활을 가장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호적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단편적인 기록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할 경우에는, 그들의 삶을 출생부터 시작하여 성장, 결혼, 자녀의 출산, 이주, 직업 및 사망과 상속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포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중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가 다름 아닌 호적일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볼 때, 앞으로 민중의 역사는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민족 또는 국가적 차원을 절대시하는 연구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와 아울러서 일직선적 발전 사관의 논리를 반성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민중 연구는, 주로 민중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며, 인간 활동의 여러 측면을 상호 유기적인 연관 속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연구 자료의 개념이 종래의 연구에서와는 달리 크게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좀 더 효과적인 연구 분석을 위하여 인접한 여러 학문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를 도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민중연구에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미시적 민중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면서
20세기 전반에는 전체주의적이며, 구조적인 연구 방법이 인문 사회과학계를 주도했었다. 1970년대에 등장한 미시사 또는 미시 분석은 그러한 과거의 학문적 풍토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새로운 학문 운동으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미시사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대적 인식의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 ‘구조’에 대한 관심을 ‘관계’ 또는 ‘전략’으로 바꿔버린다는 점에서 우선 그러하다. 지금까지 상식으로 통해 온 단선적 진보에 대한 신념을 근대의 역사적 유산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문화의 ‘단절’과 ‘중층성’에 대한 인식의 눈을 뜨게 한다는 점에서 미시사는 새로운 문화 운동이다.
물론 미시사가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앞선 노력들을 무로 돌리기보다는 그 우위에서 한 걸음 내딛는 법이다. 거시사가 위로부터 인간의 삶을 조망했다면, 미시사는 삶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내면을 보려는 시도가 아닐까?
:: 참고문헌
조반니 레비, 《미시사란 무엇인가》, 푸른역사, 2001.
카를로 진즈부르그, 《치즈와 구더기》, 문학과 지성사, 2001
위르겐 슐룸봄, 《미시사의 즐거움》, 돌베개, 2003
위르겐 슐룸봄 편, 《미시사와 거시사》, 궁리, 2003
김기봉 외,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 푸른역사, 2002
이훈상, 〈미시사와 다성성의 글쓰기〉, 《한국사론》32, 2002.
조한욱,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책세상, 2000
클리포드 기어츠 〈제 1장 중층 기술〉,《문화의 해석》, 까치,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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