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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얼음의 별 위에서 홀로 견뎌내야 할 엄청난 외로움을 어떤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그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인터스텔라와 같은 세기말적 SF 영화는 보통 퇴폐적이고 반 휴머니즘적인 디스토피아로서 묘사된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의 또 다른 묘미는 이런 세기말적 풍경을 희망과 사랑의 메세지로 귀결시켰다는 것에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세기말의 위기나 긴장감보다는 가족과 인류에 대한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것은 이제껏 보아왔던 종말류의 영화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부분이다.
마지막 시공간의 공간에서 쿠퍼가 결국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작용하는 힘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외칠 때, 조금은 생뚱맞고 식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 또 결말은 ‘사랑’인건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런 해석도 조금은 와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결국 그들이 시공간을 넘어서 서로를 돕고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근본은 인류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니 말이다.
마지막 결말에서 쿠퍼와 머피가 조우하는 장면에서 드디어 그 유명한 ‘쌍둥이 형제의 역설‘이 재현된다. 젊은 아버지와 노인이 된 딸..... 그 기묘한 부녀의 상봉은 이외로 담백하게 그려내어진다. 오히려 신파적이지 않고 세련된 느낌이라 맘에 든다.
그렇게 인류는 새로운 별로 이주하고 있지만 그들이 새로운 땅에서 구원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희망적인 분위기에서 놀란감독이 어떤 결말을 암시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영화 인터스텔라를 지배했던 것은 상대성의 이론도 중력도 아닌 사랑과 희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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