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답사장소
Ⅱ. 찾아가는길
Ⅲ. 김기림 시인에 대해서
Ⅳ. 김기림 시비중 ‘바다와 나비’의
이해와 감상
Ⅴ. 그밖의 대표적인 시와 그시의
이해와 감상
Ⅱ. 찾아가는길
Ⅲ. 김기림 시인에 대해서
Ⅳ. 김기림 시비중 ‘바다와 나비’의
이해와 감상
Ⅴ. 그밖의 대표적인 시와 그시의
이해와 감상
본문내용
는 것이다. 그곳에는 비취빛 하늘이 있고, 맑은 꽃이 피고, 눈빛 파도가 있다. 육지에서 쌓은, 자랑스럽지 못한 초라한 경력, 곧 연륜은 이곳에서 사라지고, 그곳에서 그것을 태우는 `불꽃처럼 열렬히 살리라\'고 다짐한다.
이론과 창작에서 두루 주지적 태도를 견지한 이 시인의 인상에 어울리지 않게 이 시는 낭만주의적이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느끼는 허무를 노래한 시는 그후 많았지만 김기림 시인의 이 작품은 그 효시라고 할 만하다. 뭍에서는 불꽃처럼 살 수 없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낭만주의자에게 묻는 현실주의자의 아픈 질문이겠지만, 떠나지 않고는 도리가 없는 것일까. 떠나는 것은 왜 우리에게 한없는 꿈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역마살, 순화하자면 방랑벽의 발로일 것이다. 정작 훌쩍 떠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드물게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떠남을 꿈꾸는 데서 그치지 않으면 그는 또한 낭만주의자가 아닌 것이다.
길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고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낳은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길을 바라보며 그 길에서 사람들을 생각하는 애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제재로 사용한 \'길\'은 \'떠나보내는 길\'이다. 그 길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여 길 위로 여읜 사람들을 추억한다. 어머니, 첫사랑, 잃어버린 기억 등을 길 위로 떠나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의 길은 이별의 길이고, 망각의 길이며, 상심의 길이다. 길을 통해 그들을 찾으려 떠나거나 추적하지 않는다. 다만 그 길의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인 생활 장소와 얽혀 있는 추억과 연결됨으로써 읽는 이의 공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길\'은 \'강\'과 연결된다. 강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처럼 시적 화자는 언덕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낸다. 하지만 계속해서 떠나보내는 시적 화자가 오르내리는 길과 시적 화자를 오래 전부터 지켜보던 버드나무는 여전히 그 곳에 남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자꾸만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고, 추억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강과 버드나무인 것이다.
이론과 창작에서 두루 주지적 태도를 견지한 이 시인의 인상에 어울리지 않게 이 시는 낭만주의적이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느끼는 허무를 노래한 시는 그후 많았지만 김기림 시인의 이 작품은 그 효시라고 할 만하다. 뭍에서는 불꽃처럼 살 수 없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낭만주의자에게 묻는 현실주의자의 아픈 질문이겠지만, 떠나지 않고는 도리가 없는 것일까. 떠나는 것은 왜 우리에게 한없는 꿈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역마살, 순화하자면 방랑벽의 발로일 것이다. 정작 훌쩍 떠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드물게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떠남을 꿈꾸는 데서 그치지 않으면 그는 또한 낭만주의자가 아닌 것이다.
길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고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낳은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길을 바라보며 그 길에서 사람들을 생각하는 애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제재로 사용한 \'길\'은 \'떠나보내는 길\'이다. 그 길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여 길 위로 여읜 사람들을 추억한다. 어머니, 첫사랑, 잃어버린 기억 등을 길 위로 떠나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의 길은 이별의 길이고, 망각의 길이며, 상심의 길이다. 길을 통해 그들을 찾으려 떠나거나 추적하지 않는다. 다만 그 길의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인 생활 장소와 얽혀 있는 추억과 연결됨으로써 읽는 이의 공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길\'은 \'강\'과 연결된다. 강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처럼 시적 화자는 언덕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낸다. 하지만 계속해서 떠나보내는 시적 화자가 오르내리는 길과 시적 화자를 오래 전부터 지켜보던 버드나무는 여전히 그 곳에 남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자꾸만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고, 추억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강과 버드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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