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들어가며-<<저주토끼>>와 부커상
2. 저주가 불가능한 사회의 저주
3. 여성의 몸이라는 호러
4. 이상한 SF
5. 소외된 사람들의 쓸쓸한 공포 그리고 연대
2. 저주가 불가능한 사회의 저주
3. 여성의 몸이라는 호러
4. 이상한 SF
5. 소외된 사람들의 쓸쓸한 공포 그리고 연대
본문내용
등 다양한 주제의 집회를 다니는 게 취미다. 부커상 후보 지명 소식을 듣던 날도 러시아 주한 대사관 앞 우크라이나 반전 집회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집회가 당장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 하지만, 안온한 내 일상의 껍질을 깨고 여러 고민을 하게는 해준다”고 했다. 이러한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서 약자의 위치에 공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부정의한 세상에서 저주로 나쁜 놈을 망하게 했다\'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 해도 피해자들이 모든 걸 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이미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세상은 늘 어느 정도 부조리하고 부정의하니까요. 그런 부분은 (피해자들이) 계속 안고 가게 되는 흉터라고 생각했어요.\" ‘英부커상 최종 후보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다음은 문어 이야기\"’(<<한경>>, 구은서 기자, 2022.04.14.)
부정의에 대해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의 도덕률로 간단히 응징하지 않는 이 소설들은 현실에 대한 충실한 재현이자, 피해자들, 희생자들에 대한 윤리적 태도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주제가 ‘더러운 세상’에 대한 무력한 패배주의나, 냉소인 것은 결코 아니다. 미약하나마 희망을 이야기 한다. 바로 약자들 사이의 연대이다. 예컨대, <저주토끼>에서 친구의 복수를 기억했다가 대신 행해주는 할아버지가,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의 반복되는 이야기를 언제까지고 묵묵히 들어주는 ‘나’가 있듯이 말이다. 소설들에서는 이 사회의 소외된 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 이방인들이 서로에게 손 내밀고 돌보는 장면이 들어 있다.
냉혹한 현실의 여과 없이 재현하지만, 그러면서도 희망과 연대를 위한 현실적 실천의 영역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작가처럼, 음울하고 답답한 이야기에서도 그럼에도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집을 번역한 안톤 허(허정범)이 ‘맨부커 인터내셔널 후보지명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걸 스스로 미션으로 삼고 있다\"며 \"외국 출판계 사람들 만나면 \'한국 소설은 이성애자 중년 남성만 쓰냐\'고 할 정도로 특정 작가들에 번역이 쏠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문단에 이렇게 훌륭한 여성 작가들과 SF 작품이 많다는 것을, 한국 문학이 풍요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인 그의 말처럼, 앞으로 다양한 시선과 상상력을 다룬 SF 문학, 환상문학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정의한 세상에서 저주로 나쁜 놈을 망하게 했다\'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 해도 피해자들이 모든 걸 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이미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세상은 늘 어느 정도 부조리하고 부정의하니까요. 그런 부분은 (피해자들이) 계속 안고 가게 되는 흉터라고 생각했어요.\" ‘英부커상 최종 후보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다음은 문어 이야기\"’(<<한경>>, 구은서 기자, 2022.04.14.)
부정의에 대해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의 도덕률로 간단히 응징하지 않는 이 소설들은 현실에 대한 충실한 재현이자, 피해자들, 희생자들에 대한 윤리적 태도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주제가 ‘더러운 세상’에 대한 무력한 패배주의나, 냉소인 것은 결코 아니다. 미약하나마 희망을 이야기 한다. 바로 약자들 사이의 연대이다. 예컨대, <저주토끼>에서 친구의 복수를 기억했다가 대신 행해주는 할아버지가,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의 반복되는 이야기를 언제까지고 묵묵히 들어주는 ‘나’가 있듯이 말이다. 소설들에서는 이 사회의 소외된 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 이방인들이 서로에게 손 내밀고 돌보는 장면이 들어 있다.
냉혹한 현실의 여과 없이 재현하지만, 그러면서도 희망과 연대를 위한 현실적 실천의 영역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작가처럼, 음울하고 답답한 이야기에서도 그럼에도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집을 번역한 안톤 허(허정범)이 ‘맨부커 인터내셔널 후보지명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걸 스스로 미션으로 삼고 있다\"며 \"외국 출판계 사람들 만나면 \'한국 소설은 이성애자 중년 남성만 쓰냐\'고 할 정도로 특정 작가들에 번역이 쏠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문단에 이렇게 훌륭한 여성 작가들과 SF 작품이 많다는 것을, 한국 문학이 풍요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인 그의 말처럼, 앞으로 다양한 시선과 상상력을 다룬 SF 문학, 환상문학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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