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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을 공유했던 나를 마주하는 또 다른 장면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다. 노후에 연민을 느끼는 이도 있고, 이제는 자신의 것이 아닌 추악한 비밀에 자기혐오에 빠지는 이도 있고, 부정했던 정체성을 품는 이도 있다. 석 달 만에 운명이 완전히 뒤바뀐 이들의 이야기는 운명과 죽음에 대한 적응을 되새기게 한다. 소설은 을리포의 서명처럼 캘리그램으로 끝난다. 저자는 원문을 비밀에 부치고 세계 각국의 번역가들에게 직접 글을 만들어 모래시계로부터 모래가 떨어지는 모양의 글자를 지우고 해체한 뒤 \'끝\'이라는 단어만 남기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우리의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또한 연약하다는 아노말리의 메시지는 이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 있다. 그리고 번역가 이세진이 만든 문장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비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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