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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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문학비평도 분명 문학 작품인 만큼 그에 적절한 문학적 문체와 플롯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평은 강단의 강의나 답안지의 채점이 아니라 글쓰기, 그것도 문학 창작적인 글쓰기의 한 양태이기 때문에 그다운 문학적 문체를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문체는 소설과 시와는 다른, 그러나 리포트나 논문도 분명히 아닌, 비평가의 개성과 사유, 정서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글이어야 한다. 독자의 사유와 상상을 더불어 열어가며, 살아 생동하는 김현의 문체가 그 좋은 범례가 될 것이다. 이 비평 문체의 획득은 예컨대 『무덤 속의 마젤란』에서의 정과리처럼 당연히 한 편의 글, 한 권의 비평집 속에서 문학적 형상력을 발휘할 플롯을 동반할 것이다. 이 비평적 플롯이야말로 비평이 연구가 아니라 문학이게끔 만드는 창작적인 힘이 되는 것이며 그 문체와 플롯을 통해 비평문학은 작품과 작가의 내면과 세계를 해부하고 해명함으로써 인간과 현실을 대조하고 반성하는 비평가의 정신을 드러낸다. 요컨대 비평도 문학이라는 것, 그러기 위해서, 시와 소설처럼, 그러나 그 방식은 다르게, 문학적 형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 비평문학이 새삼 확인해야 할 점이다.
문학으로서의 비평이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작가-작품들에 대한 의미화 작업이라는 것이 두 번째 점이다. 시인과 소설가가 세계와 인간에 대한 질서를 부여하며 그 의미를 캐내는 일을 하고 있다면, 비평가는 이 창작자들의 작업들인 작품들을 가로지르며 그 창작들에 대한 질서화를 다시 가하고 그 의미를 캐내는 작업을 하는 존재이다. 비평문학은 작가와 작품들을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인간과 세계의 구체적인 양상들과 대조함으로써 삶의 진의와 현실의 진상을 해명하는 메타-비평이다. 비평문학이 이렇다면 비평가는 작품을 품평하고 그 험을 꼬집으며 그 의미를 훼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서 꿈과 진실을 캐내며 그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거기서 예술과 현실을 향한 긍정적 의미들을 추출하여 쌓아가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비평은 다시 말하면, 교사적인 태도로 작가들의 작품을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한 비평가는 영화처럼 문학작품에도 * 표로 등급을 매기자고 제안한 바 있었다), 거기에 숨겨진 진리를 발견하고 미학적 감동을 일깨움으로써 우리의 인식을 개발하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문학이란, 그리고 문화란 바로 이런 의미화 작업을 통해 발전하고 또 인간화되는 것이다.
1970년대말 김현은 "이제 문학비평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어느 시대에나 되풀이 질문되어야 할 이 물음은, 지금, 21세기의 새로운 문화 체계로 전환되어가는 이제, 더욱 절박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 문화적 전환이란 컴퓨터와 인터넷, 멀티미디어가 주도하는 삶의 방식의 변모, 세계화와 지식 정보화 사회의 도래, 생명공학이 초래하는 삶의 질의 변화, 이에 따른 기존 윤리와 사유, 풍속과 가치관의 변질, 탈산업경제와 금융자본주의의 심화, 문화의 탈근대성과 아날로그 문화로부터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이 등 인류사에서의 근원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그것은 지난 세기말부터 예고되었던 것이고 우리 문화와 문학에도 여러 형태로 그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영화, 게임 등 영상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문화-위락 산업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책과 문학의 문자문화가 주변으로 밀려나는 징조를 보이며 리얼리즘이 퇴조하고 내면문학이 활발해지며, 더 나아가 팬터지 문학이 급격하게 부상하고 pc문학, 하이퍼텍스트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그런 뚜렷한 예들이다. 아마 이런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문명사적 추세이고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듯 근대에서 탈근대로의 필연적인 문화사적 단계 도약일 것이다.
이런 인류사적 근본 변화에 당하여 문학비평은 무엇을 할 것이고 또 해야 할 것인가. 나는 그 과제가 어느 때보다 무겁고 심각하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우선 컴퓨터의 문명 세계 속에서 문학은 어떤 변화를 감수하며 그 위상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제기되어야 한다.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는 것으로부터 사이버 공간에 작품을 띄우는 변화는 문체의 변화로부터 하이퍼텍스트의 유통, 리얼리즘의 쇠퇴로부터 문학의 창조성에 대한 회의 등 글쓰기 전반을 변모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출판과 편집, 서점과 도서관 등 문화 산업 체계를 바꿀 것이고 문학과 다른 예술과의 관계, 작품과 저자 개념을 동요시킬 것이다. 이때 비평문학은 전래의 정통적인 문학은 어떻게 바뀔 것이고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며 새로운 문명과 문화에 문학은 어떻게 대응하여 그 존재성을 유지시킬 것인가라는 난문제에 대해 진단하고 고민하며 그 대응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모색은 기존 문학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그것을 지속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며 새로움의 문학을 개척하는 동시에 그것에 인류 유산으로서의 문학적 전통성을 상속시키는 딜레마와 씨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문학비평적 작업과 함께, 비평문학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비판해야 할 것은 과학과 자본이 유도하는 세계와 삶의 변화에 대해서이다. 산업자본주의로부터 금융자본주의로의 변모, 세계화를 통한 물질주의적 탐욕의 전반화, 그리고 컴퓨터와 생명공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그것이 초래할 심리적, 윤리적, 가치론적 변질, 요컨대 세계상의 총체적 변화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데, 문학은 그 변화들의 실체와 양상을 진단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며 그것의 허위와 허상을 폭로하고 부정적 현상을 비판하며 인간주의적 가치관을 존속시키는 작업을 맡아야 할 것이다. 이때의 문학비평가는 아마도 문학 내부에 안주하기를 넘어서, 문학과 문화, 현실과 과학을 가로지르는 인문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이고 시대와 세계를 꿰뚫는 박물적인 문명사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엄청나게 큰 역할이지만 피해서는 안 될 임무이다. 이럴 경우, 문학평론가는 문화평론가로 존재 전이를 해야 할 것이며 비평문학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원초적 문제성을 다루는 인문주의적 사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비평가가 문학비평을 비평문학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문학적 소임으로 스스로의 자리를 확장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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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3페이지
  • 등록일2003.01.23
  • 저작시기2003.01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2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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