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문학의 위상과 가치

목차

Ⅰ. 들어가며
Ⅱ. 포스트모더니즘과 하일지 문학
Ⅲ. 90년대 소설로서의 하일지 문학의 위상과 가치
Ⅳ. 마무리
※ 참고문헌

본문내용

지『경마장 가는 길』은 첫째, '90난대 문학이라는 카테고리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문을 연 새로운 경향의 작품이라는 점, 둘째, R과 J로 주인공의 이니셜을 제시함으로써 이국적인 느낌과 정보혁명시대의 현대문명이 가져온 익명성이 주는 애매성의 장점, 그리고 독자의 상상력의 법주를 넓혀주는 복합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 점, 셋째, 전통적인 소설의 기법을 탈피하여 클라이맥스 중심의 스토리 전개보다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서사구조가 전개되고 있는 점, 넷째, 전통적인 소설에서의 시간적인 계기에 의한 스토리전개나 인과관계에 의한 플롯설정을 아예 무시하고 주인공의 공간이동에 따른 사건배열에 치중하고 있음에 따라 색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는 점, 다섯째, 액자소설의 구조를 취하되, 그 수법도 고소설「운영전』이나 김동인의『배따라기』와는 달리 작품의 말미에서 R이 나에게 고통스런 표정을 지니며 긴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처리되고 있어 고전적인 액자소설의 구조에서 일탈하고 있는 점, 여섯째, 소설의 표제명 또한 근/현대소설의 대다수가 소설의 줄거리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넓혀주는 기능이외에는 작품의 의미구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색적인 점, 일곱째. 전지적 작가시점의 소설과는 특성을 달리하면서 작가가 빈번하게 작품에 출현하여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새로운 특성이 등장하는 점 등 지금까지의 소설론에서 거론되던 방식을 탈피하여 아주 신선하고 참신한 방법론을 도입하여 실험성을 강화시킨 점이 '90년대 소설의 대표작품 내지는 '포스트모더니즘에 충실한 소설'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다음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포스트구조주의와 하일지 문학의 연관성은 어떠한가를 분석해보았다. 요약하면 하일지의『경따장 가는 길』은 포스트모던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자아의 상실을 통한 <주체의 탈중심화>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언어 파산>의 양상도 도처에서 엿보인다. 즉 언어의 함축적 특성을 강조함으로써 언어의 일원적 의미의 굴레를 해방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일지의 소설은 <대중성>과 <통속성>이 바탕이 되어 있으며 독자의 상상력에 의존하려는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임으로써 <역사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것은 운동권 대학생이 저수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뉴스를 주인공 R이 신문 사회면에, 텔레비전뉴스에서 그리고 광주에서 직접 추도모임을 목격하는 방식으로 같은 사건을 병치수법으로 처치하는데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경마장 가는 길』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작가가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알랭 로브그리예 등 유럽의 누보 로망계열의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울러 해체주의 등 포스트구조주의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영역을 넓힌 포스트모더니즘과 유럽에서 출발하여 미국 등으로 확산된 해체주의 등의 영향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작업일 수도 있고 무의미한 작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경마장 가는 길』은 새로움 못지 않게 맡은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선 스토리의 작의적인 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 비현실적인 측면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R과 그 아내의 이혼문제로 다투는 과정에서의 혼전성관계에 대한 해석이나 무조건적인 이혼요구 등은 아무리 성개방풍조가 만연한 '90년대라 해도 리얼리티를 상실하고 있다. 또 작품의 스토리 전개과정에서 논리의 비약이 너무나 심하다는 것도 허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생각을 바꾸어 J가 R을 따라 외국으로 가려고 하지 않자 R은 J에게 3,000만원을 요구하며, 그녀가 돈이 없다고 하자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그것도 모자라 급기야는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프랑스에서 박사학위과정까지 마친 신흥룸펜 R이 그래도 논리성을 강조하는 지성인인데도 불구하고 뒷골목 건달이나 다를 바 없는 행동과 언행을 일삼는 것은 아무리 주인공간의 불일치를 심화시키려고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작가는 독자들의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참여를 강조하면서도 빈번히 주인공을 통해 등장하여 독자들을 설교함으로써 작품을 계몽조로 전락시키는 모순을 유발하고 있다.
※ 참고문헌
·권택영, 『포스트모더니즘이 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0
·김경수, "소설 내적 세계와 소설 외적 세계의 소통", 『세계의 문학』 1992년 가을호. 민음사.
·김성곤,『포스트모던 시대의 작가들』, 민음사, 1986.
·.........., 『탈모더니즘시대의 미국문학』, 서울대출판부, 1989.
·김욱동, "포스트모더니즘과 모더니즘", 『세계의 문학』 1990년 봄호, 민음사.
·김욱동 편,『포스트모더니즘의 이해』, 문학과 지성사. 1990.
·김화영 편역,『소설이란 무엇인가』, 문학사상사, 1986.
·박태상, "『경마장 가는 길』연구", 한국방송대학교 논문집, 제23집 1997.
·신철하, "중년의 위기",『세계의 문학』, 1994년 겨울호, 민음사.
·여홍상 엮음,『바흐찐과 문학이론」, 문학과 지정사, 1995.
·오정국, "되플이로서의 삶,『경마장 가는 길』, 그 비극성과 아이러니", 『세계의 문학』, 1991년 여름호, 민음사.
·이기현. "하버마스와 프랑스 후기구조주의"『사회비평』제l5호, 나남출 판, 1996..
·이소영·정정호 공편,『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한신문화사,
1992.
·이정호,『포스트모던 문화읽기』, 서울대출판부, 1995.
·장석주, "현실과 <해석된> 현실의 거리" -- 하일지 장편소설 『경마장은 네거리에서‥‥』의 경우,『세계의 문학』 1991년 겨을호, 민음사.
·하일지,『경마장 가는 길』, 민음사. 1998.
·..........,『소설의 거리에 관한 하나의 이론』, 민음사. 1991.
·테리 이글턴,『문학이론 입문』, 김명환 외 역, 창작사, 1986.

키워드

하일지,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