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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노력은 김극기 같은 시인에게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규보는 평화스러운 풍경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수하고 흐믓한 인정 같은 것을 돌볼 겨를을 갖지 않은 채, 농민의 항변을 격렬하게 나타냈다. 한 번은 나라에서 농민은 청주를 마시거나 쌀밥을 먹지 말라고 금한 일이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 이규보는 장안 부호 집에는 패물이 산같이 쌓여있고 집짐승에게도 쌀밥을 먹이는데, 농민은 자기가 힘들여 농사를 지었는데 그럴 수 있는가 하고 분개했다. 그 당시에 수탈에 항거하거나 외적과 맞서 싸우면서 농민들 자신이 부른 노래가 수없이 많았을 터인데, 그런 노래가 하나도 전하지 않고 이규보가 대신 읊은 것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런 시의 의의는 더 커진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