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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단 한 번뿐인 삶을 잘 살았다고 여길 수 있을까? 이미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다고 전제할 때, 대학시절을 막 시작한 나로서는 그동안 깊이 있게 대면해 본적도 없는 이 중차대한 물음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작은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생애에서 하나의 붉은 벽돌로 길을 만들기를 요구되는 그 때에 내가 얼마나 준비된 모습으로 결연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확언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을 꼽으라면, 줄기차게 새롭고 강력한 도전을 주는 현장을 끊임없이 찾아 나를 단련시켜 가겠다는 것이다. 비록 육체는 한낱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 정신과 사조는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일제치하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