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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원문
2.해석
3.작품소개
4.작가소개
2.해석
3.작품소개
4.작가소개
본문내용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다만 이 바구니만 전해드리면 되거든요. 저희 엄마가 보내셔서…"
그러나 어두운 복도에 서 있던 몸집이 작은 그 여인은 이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자,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 때문에 로라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는 희미한 등불이 비치고 있는, 지저분하고 천정이 낮은 좁은 부엌에 들어와 있었다. 난로 앞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엠마."
로라를 안내한 작은 몸집의 여인이 말했다.
"엠마! 아가씨가 왔어."
몸집이 작은 여인이 로라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의미 심장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 애의 언니 되는 사람입니다. 저 애의 실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머,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괜찮아요… 저는, 저는 그냥 이것을 전하러 왔을 뿐이니까요…"
그때 난로 앞에 있던 여인이 몸을 휙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눈이나 입술 등이 부르터 있어 보기에도 무서웠다. 그녀는 로라가 어째서 그곳에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무슨 까닭일까. 도대체 무슨 일로 이 낯선 여자가 바구니를 들고 부엌에 서 있는 것일까.
그녀의 가련한 얼굴은 또다시 일그러졌다.
"괜찮아요."
또 한 사람의 여인이 말했다.
"제가 대신 아가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죠."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가 말했다.
"제발 저 애의 실례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는 부석부석 부어 있는 얼굴에 억지로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로라는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곳에서 도망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녀는 그대로 침실로 들어갔다. 죽은 남자가 눕혀져 있는 방이었다.
"잠깐만요, 저 사람을 좀 보고 가시지 않겠어요?"
엠마의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로라의 옆을 빠져나가 침대 가까이 갔다.
"아가씨, 전혀 무서워하실 건 없어요."
여인의 부드러운 음성이 어쩐지 장난기가 섞인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하얀 천을 들쳤다.
"아주 착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림처럼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리 가까이 와 보세요."
로라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에는 젊은 남자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주 깊이 잠든 모습이었다. 이승을 떠나 너무 평화롭게 잠들고 있어서 그를 바라보는 두 사람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깨지 않을 꿈, 머리를 베개에 깊이 파묻고, 눈을 감고서… 그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그의 눈은 감겨져 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꿈의 세계를 거닐고 있다.
가든파티나 바구니, 레이스 달린 옷 따위는 지금 그에게 아무 상관도 없다. 그는 이런 모든 것들과 작별하고 아주 먼 세상에 가 있는 것이다. 이 사나이야말로 아주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람들이 껄껄대며 웃고 있는 동안,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동안에 이런 놀라운 일이 골목에 기적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행복해, 모든 것이 다 그대로 좋은 것이야… 잠들어 있는 얼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련도, 할 말도 전혀 없다.
하지만 역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사나이에게 뭔가 말을 걸지 않고는 방을 나올 용기가 없었다. 로라는 그만 어린애처럼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모자를 쓰고 와서 미안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번에는 엠마의 언니를 기다리지 않고 혼자서 그 집을 빠져나와 작은 뜰을 내려가 골목을 지나 검은 사람들의 그림자를 지나쳤다. 골목 모퉁이에서 그녀는 로리를 만났다. 그는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왔다.
"로라냐?"
"응."
"엄마가 걱정하고 계셨어. 아무 일도 없었니?"
"응 괜찮아, 아, 로리!"
그녀는 그의 팔을 붙들고 그에게 온몸을 기대었다.
"아니, 울고 있잖아?"
로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로리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
"울 거야 없지 않니?"
그는 다정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아, 아니."
로라는 흐느꼈다.
"다만 이상할 뿐이야. 그렇지만 오빠…"
그녀는 발을 멈추고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인생이란… 인생이란…"
그녀는 더듬거렸다.
인생이 어떠한 것인지 그녀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오빠는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글쎄, 그런 것이야."
로리는 말했다.
<끝>
3.작품소개
화창하고 맑은 날씨… 가든파티가 열리는 날이다. 준비는 아무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근처에 사는 마차꾼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로라는 가든파티가 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가족들에게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로라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잘것없는 마차꾼의 죽음에 그들이 아픔을 느껴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로라는 어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벽'을 자신과 가족 사이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다. 삶과 죽음, 유한 계급과 노동 계급, 가족과 가족… 인간의 삶에서 불가피하게 만나는 이런 간격을 이렇게 절묘하게 묘사한 작품도 드물 것 같다. 성장 소설은 아니지만, 짧은 하루의 사건을 통해 철부지 소녀에서 성인으로 아픈 성숙을 경험하는 구성도 재미있다.
4.작가 소개
캐더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1888-1923) : 영국의 여성 소설가. 뉴질랜드의 웰링턴에서 출생. 14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의 퀸즈칼리지에서 수학. 첫 결혼이 깨어지자 남성에게 버림받은 고독한 여성을 그린 <독일의 하숙에서>를 발표해 특이한 감성과 섬세한 스타일의 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옥스퍼드대학 학생이던 J.M.머리와 사귀면서 그때부터 그가 경영하던 <리듬>과 <더 블루 리뷰>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행복> <가든파티> <비둘기의 둥지> <어린애다운 것> 등 작품으로 체홉과 비교되기도 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었지만 소녀다운 예리한 감성으로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가 잘 나타난다. 평생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 35세에 파리 근처 한 요양원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어두운 복도에 서 있던 몸집이 작은 그 여인은 이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자,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 때문에 로라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는 희미한 등불이 비치고 있는, 지저분하고 천정이 낮은 좁은 부엌에 들어와 있었다. 난로 앞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엠마."
로라를 안내한 작은 몸집의 여인이 말했다.
"엠마! 아가씨가 왔어."
몸집이 작은 여인이 로라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의미 심장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 애의 언니 되는 사람입니다. 저 애의 실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머,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괜찮아요… 저는, 저는 그냥 이것을 전하러 왔을 뿐이니까요…"
그때 난로 앞에 있던 여인이 몸을 휙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눈이나 입술 등이 부르터 있어 보기에도 무서웠다. 그녀는 로라가 어째서 그곳에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무슨 까닭일까. 도대체 무슨 일로 이 낯선 여자가 바구니를 들고 부엌에 서 있는 것일까.
그녀의 가련한 얼굴은 또다시 일그러졌다.
"괜찮아요."
또 한 사람의 여인이 말했다.
"제가 대신 아가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죠."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가 말했다.
"제발 저 애의 실례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는 부석부석 부어 있는 얼굴에 억지로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로라는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곳에서 도망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녀는 그대로 침실로 들어갔다. 죽은 남자가 눕혀져 있는 방이었다.
"잠깐만요, 저 사람을 좀 보고 가시지 않겠어요?"
엠마의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로라의 옆을 빠져나가 침대 가까이 갔다.
"아가씨, 전혀 무서워하실 건 없어요."
여인의 부드러운 음성이 어쩐지 장난기가 섞인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하얀 천을 들쳤다.
"아주 착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림처럼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리 가까이 와 보세요."
로라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에는 젊은 남자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주 깊이 잠든 모습이었다. 이승을 떠나 너무 평화롭게 잠들고 있어서 그를 바라보는 두 사람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깨지 않을 꿈, 머리를 베개에 깊이 파묻고, 눈을 감고서… 그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그의 눈은 감겨져 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꿈의 세계를 거닐고 있다.
가든파티나 바구니, 레이스 달린 옷 따위는 지금 그에게 아무 상관도 없다. 그는 이런 모든 것들과 작별하고 아주 먼 세상에 가 있는 것이다. 이 사나이야말로 아주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람들이 껄껄대며 웃고 있는 동안,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동안에 이런 놀라운 일이 골목에 기적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행복해, 모든 것이 다 그대로 좋은 것이야… 잠들어 있는 얼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련도, 할 말도 전혀 없다.
하지만 역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사나이에게 뭔가 말을 걸지 않고는 방을 나올 용기가 없었다. 로라는 그만 어린애처럼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모자를 쓰고 와서 미안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번에는 엠마의 언니를 기다리지 않고 혼자서 그 집을 빠져나와 작은 뜰을 내려가 골목을 지나 검은 사람들의 그림자를 지나쳤다. 골목 모퉁이에서 그녀는 로리를 만났다. 그는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왔다.
"로라냐?"
"응."
"엄마가 걱정하고 계셨어. 아무 일도 없었니?"
"응 괜찮아, 아, 로리!"
그녀는 그의 팔을 붙들고 그에게 온몸을 기대었다.
"아니, 울고 있잖아?"
로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로리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
"울 거야 없지 않니?"
그는 다정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아, 아니."
로라는 흐느꼈다.
"다만 이상할 뿐이야. 그렇지만 오빠…"
그녀는 발을 멈추고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인생이란… 인생이란…"
그녀는 더듬거렸다.
인생이 어떠한 것인지 그녀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오빠는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글쎄, 그런 것이야."
로리는 말했다.
<끝>
3.작품소개
화창하고 맑은 날씨… 가든파티가 열리는 날이다. 준비는 아무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근처에 사는 마차꾼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로라는 가든파티가 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가족들에게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로라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잘것없는 마차꾼의 죽음에 그들이 아픔을 느껴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로라는 어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벽'을 자신과 가족 사이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다. 삶과 죽음, 유한 계급과 노동 계급, 가족과 가족… 인간의 삶에서 불가피하게 만나는 이런 간격을 이렇게 절묘하게 묘사한 작품도 드물 것 같다. 성장 소설은 아니지만, 짧은 하루의 사건을 통해 철부지 소녀에서 성인으로 아픈 성숙을 경험하는 구성도 재미있다.
4.작가 소개
캐더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1888-1923) : 영국의 여성 소설가. 뉴질랜드의 웰링턴에서 출생. 14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의 퀸즈칼리지에서 수학. 첫 결혼이 깨어지자 남성에게 버림받은 고독한 여성을 그린 <독일의 하숙에서>를 발표해 특이한 감성과 섬세한 스타일의 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옥스퍼드대학 학생이던 J.M.머리와 사귀면서 그때부터 그가 경영하던 <리듬>과 <더 블루 리뷰>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행복> <가든파티> <비둘기의 둥지> <어린애다운 것> 등 작품으로 체홉과 비교되기도 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었지만 소녀다운 예리한 감성으로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가 잘 나타난다. 평생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 35세에 파리 근처 한 요양원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