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검은 비도르 방의 마지막 벽까지 밀려가자 갑자기 홱 돌아서 추
격자와 마주섰다.
그 순간이었다. 날카로운 비명이 일더니 단검이 번쩍이며 까만 카펫 위에 떨어지고 그 위
로 프로스페로 공이 죽어 엎어졌다.
벌벌 떨고 있던 사람들은 절망 끝에 온갖 용기를 쥐어 짜내어 곧 검은 방으로 달려들어가
흑단 시계 그림자 뒤에 꼼짝도 않고 꼿꼿이 서 있는 괴물의 목덜미를 붙잡고, 무시무시한 썩
은 수의와 시체 같은 가면을 닥치는 대로 마구 쥐어뜯으며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손
에 잡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정체모를 존재였다. 사람들은 이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공
포에 휩싸여 헐떡이며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그들은 이제야말로 '적사병'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사병'은 밤도둑처럼 슬그머
니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즐겨 날뛰던 무리들은 하나하나씩 그들이 즐겨 날뛰던
그 피에 젖은 방에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그대로 처참한 꼴로 죽어갔다.
흑단 시계의 수명도 이 성대한 잔치가 막을 내리는 것과 더불어 뚝 끊어졌다. 삼각대의 횃
불도 꺼졌다. 다만 '어둠'과 '황폐'와 '적사병'만이 모든 것 위에 끝없는 지배를 누리고 있
을 따름이었다.
격자와 마주섰다.
그 순간이었다. 날카로운 비명이 일더니 단검이 번쩍이며 까만 카펫 위에 떨어지고 그 위
로 프로스페로 공이 죽어 엎어졌다.
벌벌 떨고 있던 사람들은 절망 끝에 온갖 용기를 쥐어 짜내어 곧 검은 방으로 달려들어가
흑단 시계 그림자 뒤에 꼼짝도 않고 꼿꼿이 서 있는 괴물의 목덜미를 붙잡고, 무시무시한 썩
은 수의와 시체 같은 가면을 닥치는 대로 마구 쥐어뜯으며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손
에 잡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정체모를 존재였다. 사람들은 이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공
포에 휩싸여 헐떡이며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그들은 이제야말로 '적사병'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사병'은 밤도둑처럼 슬그머
니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즐겨 날뛰던 무리들은 하나하나씩 그들이 즐겨 날뛰던
그 피에 젖은 방에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그대로 처참한 꼴로 죽어갔다.
흑단 시계의 수명도 이 성대한 잔치가 막을 내리는 것과 더불어 뚝 끊어졌다. 삼각대의 횃
불도 꺼졌다. 다만 '어둠'과 '황폐'와 '적사병'만이 모든 것 위에 끝없는 지배를 누리고 있
을 따름이었다.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