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왕별희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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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또 쥬산의 자살은 그나마 데이를 현실로 복귀시키려는사람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데이에게도 비극적이었다.
5. 문화대혁명 이후의 경극
영화는 광풍이 휘몰아친 지 11년 뒤, 등소평 시대가 등장하면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나 <패왕별희>라는 자신들의 장기 목록을 가지고 무대에 서서 재회하는 것으로 끝맺음한다. 이것은 물론 우연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하여- 마치 <첨밀밀>이라는 영화에서 장만옥과 여명이 뉴욕의 어느 길모퉁이에 만나는 것 만큼이나 우연이리라- 현실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볼 때는 상당히 중요한 상징이다. 모택동이 죽고, 문화대혁명을 주도했던 사인방이 몰락하고 난 뒤, 다행스럽게도 예전의 극들은 다시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대사 속에서 사인방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극의 혁명성 못지 않게 예술성이나 대중들의 기호 역시 중시해야 할 요소라는 깨달음이 뒤늦게 왔던 것이다.
데이와 샤오루가 다시 무대에 선 것도 전통극의 부활을 상징하리라. 그러나 영화의 끝맺음은 공연을 무사히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희가 자살한 저 진나라 말기의실제 상황처럼, 데이도 사연 많던 샤오루의 검을 빼어 자살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이 영화를 극적이게 한 장면이지만, 사실 극적인 미화가 지나쳐 사실감을 놓쳐 버리고 있다. 이 영화의 저본이 된 소설 <<사랑이여 안녕>>에서는 문화대혁명 중에 복건 지방으로 내려가 강제 노동을 한 샤오루가 홍콩으로 탈출한 뒤, 우연히 북경 경극단의 공연 선전 포스터에서 청데이(程蝶衣)의 이름을 발견하면서 재회하고, 마침내 다시 예전의 <패왕별희>를 공연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소설을 쓴 릴리안 리의 것이기 때문에, 영화 <패왕별희> 속에서 비극적으로 최후를 그렸다고 해서 누굴 탓할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소설 쪽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경극인들의 인생 유전을 현대사와 엮어 묘사하는데 있어 이 영화가 아무리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지나칠 정도로 경극의 동성애 부분을 강조한 것이나, 비장미로 영화를 끝낸 것은 이 영화의 흠이 아닐까. 이것은 자칫 경극이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전통극이구나, 하는 인식을 줄 위험도 있다. 비장하게 죽는다고 하여 데이가 예술지상주의자였다고 할 수도 없으리라. 경극이라는 예술이 현실적으로 생명력을 가지려면, 전통성을 중시하지만 그것을 현실에 맞게 고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데이도 샤오루도 결국 해내지 못하였다. 데이는 자신의 역할에서 끝까지 빠져 나오지 못하였고, 샤오루는 석두라는 별칭 때문일까. 현실과 극을 구분하였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청대 경극의 최대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창신(創新)의 정신이 이들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경극인들이 시대 변화에 무심하지 않았던 대목은 현대사의 여러 군데서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청말 민국 초기에 희곡계에서는 사회 변화를 주도하려고 하거나 혹은 그 변화를 돕는데 경극이 기여하여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유명한 단역 배우였던 매란방 역시 경극이 시대의 변화와 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도 예술 지상주의자였으나, 경극 자체가 역사적으로 여러 지방의 극 요소들을 흡수하여 발전한 것이므로, 경극의 예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여러 차례 지적하였던 것이다. 매란방과 더불어 4대명단(名旦)이라고 알려진 순혜생(荀慧生, 1900-1968), 상소운(尙小雲, 1900-1976), 정연추(程硯秋, 1904-1958)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중화민국 시대(항일전 시대까지 포함하여)에 걸쳐 두 배우가 극 중에서 어떠한 변신의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경극을 수동적이고 시대와 고립된 극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감독의 불찰인가, 아니면 고의인가. 첸카이거 감독은 이들을 예술인으로 본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동시대인들이 그랬듯이 단순한 기능인으로 본 것은 아닐까.
어떤 의미에서 정체된 듯한 전통은 중국의 전통 문화 혹은 중국영화가 안고 있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중화인민 공화국 이후, 전통에 바탕을 둔 극을 창출하여야 했지만, 경직된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으리라. 티브이와 영화 때문에 경극 관객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극으로만 밥을 먹고살던 시대는 거의 끝난 듯하다. 데이가 우희로서 자살하는 것은 전통문화의 끝을 말하고자 하는가. 개혁 개방이라는 현실 속에서 전통문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어렵기는 영화 쪽도 마찬가지이다. 서구영화에 맞서기 위해 중국적인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 유리할 터이지만, 법고 창신(法古創新)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개혁 개방 이후 영화 제작비용도 스스로 충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패왕별희>란 영화도 외국자본의 도움으로 제작되었다. 결국 흥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데이는 동성애의 주인공으로 끝낸 것은 아닐까. 비장미에 감동하는 관객들을 위해 희생된 셈은 아닌지. 이렇게 보면 이 글의첫머리에서 제기하였던 세 가지 주제 중에서 경극 내부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입단과정, 훈련모습, 단원과 후원자의 관계, 극단과 극장, 공연상황, 그리고 복장, 소리, 음악과 같은 경극의 요소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어 경극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경극인들이 최대한 도와주었을 것이다.
또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위와 같은 부분 못지 않게 현대 중국에서 국가와 문화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 데 있다 하겠다. 비록 50여 년의 짧은기간이지만- 그러나 개인사로서는 긴 시간이다- 그 험난한 정치적 변화의 과정에서 데이와 샤오루, 쥬산이 현존의 정치체제로부터 당하는 폭력이 이 영화의 압권이 아닐까. 아마 감독은 현대 경극의 역사나 그것의 예술적 경지보다 국가가 예술에 가하는 폭력을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으로 앞장섰고, 또 운남 지방으로 강제로 내려가 노동을 하면서 겪은 첸카이거의 혹독한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 점으로 본다면 이 영화처럼 재미있는 요소들이 줄줄이 늘어진 영화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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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지수10페이지
  • 등록일2005.03.23
  • 저작시기2005.03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28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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