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생어비퇴
본 자료는 4페이지 의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여 주세요.
닫기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해당 자료는 4페이지 까지만 미리보기를 제공합니다.
4페이지 이후부터 다운로드 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개글

덕생어비퇴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다.
"아오, 여오애 애으여 오에어요."
"니도 여동생 했으면 좋겠다고?"
"에."
"내 딸하면, 니 여동생 안되나?"
"히히잉. 어아."
"와?"
"아오. 아 이야이 이어요."
"니도 할 이야기 있다고?"
"에."
수돗물 소리가 들린다. 인석씨는 방문 쪽으로 몸을 옮겼다. 방문 왼쪽 틈으로 마당을 내다 봤다. 누나가 나물 같은 것을 씻어 소쿠리에 건져 올린다. 없어졌다. 인석씨는 다시 몸을 우측으로 움직여 방문 가운데 틈으로 봤다. 누나가 양푼이를 들고 나온다. 아 인석씨의 방문 앞에 왔다. 누나가 방문을 연다. 누나의 등뒤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시다. 같이 밥 먹어요. 누나가 미소를 지으며, 마루에 앉는다.
"냇가로 내려가는 비탈에 누가 열무 씨를 뿌려 놓았나 봐요. 순이 올라온 걸 보고, 내가 슬쩍 솎아 왔어요. 이런 건 도둑질이라고 안 그래요. 서리라고 해요. 그걸 정말 먹고 싶은 사람이, 표나지 않게 조금 덜어 가는 게 서리예요. 열무 순에 된장이랑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아침에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들어보니까 오늘은 점심이 늦을지도 모른다면서요? 우선 이거 같이 먹어요. 자!"
누나는 먹기 좋게 한 숟가락을 떠서 인석씨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자기도 한 숟가락을 먹는다. 인석씨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밥을 먹는데 왜 가슴이 콩닥거리는지 까닭은 몰랐다. 인석씨 한 숟갈 누나 한 숟갈, 한 양푼이나 비빈 밥을 금새 먹었다. 누나는 밥을 다 먹고도 일어서지 않았다. 마루에 앉아 햇볕을 좀 더 쬐고 싶은 모양이었다. 누나네 집 쪽으로는 햇볕이 들지 않는다. 인석씨는 누나가 자기네 방 앞에서 햇볕을 쬘 수 있게 두 뼘 정도 되는 마루가 있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인석씨는 누나의 등을 보며 같이 있어 줄 수 있어 기뻤다.
누나는 경찰들에게 잡혀가면서 인석씨네 방 쪽을 한 번 바라보고 갔다. 자기가 문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인석씨는 입술에 힘을 줬다. 간혹, 누나를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나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누나는 잠자는 남편의 머리에 망치질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누나의 남편이 죽었다. 아이들을 할매집에 보내고,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특히 주인집 아줌마는 누나에게 얼음장같은 욕을 퍼부었다. 밖에서 부서지는 얼음 조각이 인석씨의 심장에 드러붙고 있었다. 인석씨는 누나가 왜 그렇게 끔찍한 죄를 저질렀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았다. 누나는 죄를 저질렀고 앞으로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면회를 가지 못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자신이 누나의 얼굴을 잊어버리면 어쩌나 그것이 걱정됐다.
아파트로 이사와서 엄마는 인석씨에게 큰방을 쓰라고 하셨다. 인석씨는 작은방을 쓰더라도 엄마가 생각하시는 것만큼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인석씨는 큰방을 쓰고 싶었다. 큰방에는 종일 햇살이 들어온다. 엄마가 일나가시고 나면 집에 혼자 있으니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석씨는 달랐다. 인석씨는 햇빛이 비치면 누나의 얼굴이 잘 떠오른다. 밥 같이 먹자고 말하며 잔잔하게 웃던 얼굴도, 햇볕을 쪼이고 앉아 있는 뒷모습도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인석씨는 햇살과 함께 누나가 찾아오면, 누나가 자기 방에서 쉬어가게 하고 싶었다. 이런 인석씨의 마음을 엄마는 모르시지만 엄마는 알지 못할 때도 늘 인석씨에게 꼭 필요한 것을 주신다. 그런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인석씨는 한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인석씨가 어렸을 때, 엄마는 종종 자신이 죄가 많아 자식이 대신 갚음을 한다며 미안하다고 말씀했는데, 인석씨가 철이든 뒤부터는 엄마가 그런 생각을 못하시게 했다. '엄마. 엄마가 죄가 많아서 제가 이렇게 된 게 아니어요. 엄마는 덕이 많아서 저 같은 운명을 타고난 자식도 잘 거둬 줄 거란 걸 알고, 엄마를 믿으시는 부처님이 저를 엄마한테 보내 주신 거예요.' 이 생각을 엄마에게 전달하려고 말로 표현해 내는데는 하룻밤이 꼬박 걸렸다. 말로는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했지만 엄마는 온전히 이해하신 것 같았다. 다시는 그런 말씀을 안 하셨다.
컴퓨터를 알게 되었을 때 인석씨의 기쁨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석씨의 이유는 모르지만 인석씨만한 크기로 같이 기뻐한 엄마를 빼고, 다른 사람은 말이다. 인석씨는 컴퓨터를 웬만큼 다룰 수 있게 되자, 동산교도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누나를 수소문하는 글을 올렸다. 게시판에도 몇 차례 글을 올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수집한 교도관들의 개인 메일로도 편지를 보냈다. 그래서 한 교도관으로부터 누나가 5년 전에 진주교도소로 이감 됐다는 내용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인석씨는 진주교도소 홈페이지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작업하여 누나의 수인 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인석씨는 거의 매일 누나에게 편지를 썼다. 사실 그것은 편지라기 보다 '그리운 누나에게' 라는 제목아래 쓴 일기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편지를 쓰면, 매일 출력해서 재소자들에게 전해 준다고 했다. 인석씨는 2년 동안 편지를 썼다. 그리하여 마침내, 처음으로 누나의 답장을 받았다. 인석씨는 엄마에게 편지를 보여 드렸다.
그리운 인석씨에게
그 동안 인석씨가 보내 준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 인석씨의 편지는 이제 세 권으로 묶여 있는데, 한 권씩 묶을 때마다 우리방 식구들과 작업장 식구들이 전부 돌려가면서 읽었어요. 이곳에서는 인석씨가 제일 인기 있는 사람이랍니다. 덕분에 교도관들까지 모두 저를 부러워해요. 지난 이년간 인석씨의 편지는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마움을 표현할 말이 없어, 그 동안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어요. 답장이 너무 늦어서 많이 괘씸했지요? 다가오는 기념일에 제가 특사를 받게될는지 아직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만약 이번에 나가게 된다면, 제일 먼저 산까치 아파트에 들러 인석씨에게 그 동안의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그럼 다시 볼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햇볕이 쏟아지는 날
진주에서 양인주 드림
추신: 어머니께도 제가 많이 그리워했다는 말씀 전해주시면 좋겠어요.
(끝)

키워드

노점상,   미혼모,   산업재해,   장애인,   수인,   사랑,   믿음,   성매매
  • 가격2,000
  • 페이지수13페이지
  • 등록일2005.07.01
  • 저작시기2005.07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305580
본 자료는 최근 2주간 다운받은 회원이 없습니다.
다운로드 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