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와 이중담론 : 오루노코(Oroonoko)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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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머리말

2. 여성 작가로서의 자의식

3. 전, 후반부 담론의 차이

4.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 탐색: 심층담론

5. 맺음말

본문내용

주들과의 싸움에서도 이모인다는 독이 묻은 화살을 능숙하게 다루는 “영웅적인” 무사의 일면을 보인다(61). 이모인다의 용기는, 후반부에 와서 영웅적인 무사로서의 풍모를 잃고 약간은 수동적이고 체념적인 태도를 보이는 케사르의 모습과 대조된다.8) 이모인다는 이제 명실상부한 “여주인공(heroine)”이 된다.(62)
이러한 형상화에는 이모인다를 향한 벤의 공감이 함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모인다와 마찬가지로 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권위를 부인당하고 부당한 대우나 억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모인다가 적극적으로 노예반란을 부추기는 부분에는 자신이 처한 억압적 환경에 도전하는 서술자의 입장이 보다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술자가 이모인다에게 남성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자질이 있음을 당당하게 부각시키고 그녀를 영웅적인 인물로 찬탄하는 것은, 여성 작가라는 자의식이 주는 열등감 및 갈등을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5. 맺음말
오루노코는 여성을 배격하던 당대 문단의 분위기 속에서 극작가로서 설 자리를 잃은 벤이 소설가로 변신한 후 집필한 첫 소설이다. 이 소설의 서두와 맨 마지막 단락에서 보여지듯이 벤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오루노코의 비극적 인생사 그 자체라기 보다는 여성 작가로서의 글쓰기와 그것을 통한 작중인물의 문학적 불멸성이다. 소설의 시작 부분과 맨 마지막 단락이 오로노코에 대한 이야기를 둘러싸는 하나의 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 추구 과정이 그 틀을 지탱하는 촘촘한 의미망을 구축한다. 이러한 격자틀의 표면은 오루노코의 이야기로 치장된다. 따라서 이 소설에는 ‘고귀한’ ‘흑인 노예’ 오루노코의 이야기라는 표층담론과, 여성 작가의 글쓰기 문제가 탐구되는 심층담론이 병존하고 있다.
벤이 이와같이 이중담론을 사용한 이유는 남성적인 특권으로 간주되던 ‘글쓰기’를 감히 시도한 여성인 자신의 작품을 가부장제에 젖어있는 남성들이 배척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벤은 이 소설이 오루노코의 비극적 인생사를 서술한 것으로 가장한다. 또한 여성 작가를 허구적인 로맨스 작가로 매도하는 당대의 분위기를 불식시키고자 소설의 상당 부분이 남성인 오루노코나 트리프라이에게서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로 구성되었고 자신이 서술하는 내용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것임을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이 소설이 여성 작가의 ‘글’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을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또한 서술자는 일부러 ‘겸손’하고 ‘두려움’이 많은 여성 집단인 “우리”의 일원으로 지칭하면서 여성 작가로서의 주체적인 “나”를 감춤으로써 “글쓰는” 여성에 대한 독자들의 반감을 무마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이중담론이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표층담론은 심층담론과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은 유기적 일관성을 확보한다. 백인 노예무역상이나 식민지 지배계층이 비열하고 교활한 ‘타락한 인종’이나 ‘미개인’인 반면 ‘흑인 노예’가 ‘고귀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표층담론의 파격적인 내용은, ‘여성’이 ‘작가’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으며 거기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통념을 벗어난 심층담론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오루노코의 피부색을 탈색시키거나 변색시키지 않고 오히려 다른 흑인보다 ‘더 검게 빛나는’ 색으로 부각시킴으로써 벤은 ‘백인’이 고상하다는 백인 우월적인 기존 사회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벤은 작가업이란 남성의 전유물이고 여성은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당대 사회의 기존 관념을 묵시적으로 공격한다. ‘흑인 노예’ 오루노코를 ‘고귀한’ 영웅으로 만드는 작업은 서술자가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권위를 주장하는 과정이 된다. 오루노코의 피부색이 “윤기나는 까만 색”으로 빛나듯이 여성 작가인 벤의 글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Gallagher 67-8, 70-1). 이와같이 두 담론은 공통적으로 통념상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과감하게 결합시킴으로써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한다는 점에서 유기적 연관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표층담론의 주인공인 오루노코는, 벤의 일차적인 관심사인 권위있는 작가로서 글쓰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이야기 대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헌정사나 소설의 마지막 단락에서 오루노코는 그 이름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위대한 남자”로 지칭될 따름이다. 또한 작가로서의 역할이나 권위 탐색 과정이 서술의 표면으로 부상하게 되는 후반부에서 노예명인 케사르로 불리우며 벤을 “여주인이자 작가”로 부르는 오루노코는 벤이 더 이상 찬탄하는 대상이 아니다. 벤이 헌정사에서 밝혔듯이 “나의 노예”(5)인 오루노코는, 작가로서의 벤이 조종하고 통제해야 할 이야기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서술자는 인물 케사르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장면을 서술한 바로 그 다음에 그가 문학적 불멸성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게 된다.
본고는 여성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던 벤이 이중담론을 전개한 양상과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중담론 사이의 상호관련성 그리고 이중담론이라는 서술 구조에 함축된 의미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인종, 성, 계층 문제가 모두 개재되어 있어 복합적인 작품으로 보이는 이 소설에서 벤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성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벤은 비백인 여성인 이모인다를 주체적인 인물로서 형상화하고 그녀를 통해서 여성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성 작가로서의 자신의 권위를 주장할 만큼 여성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진보적이었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대로 벤은 인종주의나 식민지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벤은 영국의 가부장 사회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배당하는 타자’였지만 식민지 타 인종과의 관계에서는 ‘지배하는 주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적인 문단에서 생존을 위해 대중적인 인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벤이 여성 작가로서의 권위나 정체성 문제를 이중담론이라는 서술 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탐색하면서 이를 소설로 형상화했다는 사실은 벤의 여성 작가로서의 깊은 문제의식과 탁월한 예술적 역량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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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6.05.10
  • 저작시기2006.5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348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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