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다면 커츠가 밀림의 가장 깊은 곳에 벌인 일이 자세히 묘사되었을 터이고, 말로가 본 그 끔직한 암흑을 우리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 이 작품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비워진 부분을 읽는 이들이 스스로 매워 가도록 씌어져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작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 모른다. 본디 핵심은 텅 빈 것이 아니던가. 말을 바꾸면, 텅 빈 곳이야말로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비어 있는 것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읽는 이가 그 정체가 궁금해 핵심에 달려들어 보니, 아무것도 없어 당황하는 것. 이미 암흑의 핵심의 핵심을 보아 버린 콘래드가 노린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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